경도인지장애 진단과치료
이재홍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1 들어가는 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기능이 정상 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저하되나 직장생활, 사회생활 등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가 바로 경도인장애이고, 일생생활에 지장을 주면 치매이다. 그동안 많은 용어가 정상과 치매의 중간 단계 인지저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1999년 Mayo Clinic의 Ronald Petersen이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용어를 제안하면서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저하 형태에 따라 다음의 네 가지 아형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림 1)
2. 임상 특징
경도인지장애의 임상적 특징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억 장애나 인지장애는 기본적으로 환자 자신이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환자를 잘 아는 주위 사람의 진술이나 확인이 있으면 더 확실하게 인정된다. 따라서, 기억 장애나 인지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환자의 증상에 관한 자세한 병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억 장애나 인지 장애의 기준은 연령과 교육 수준에 비해 의미 있게 저하된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나이에 비해 기억력이 1.5 표준편차 이하로 저하된 경우 병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정확히 알려면 전문가에 의한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셋째, 전반적인 인지기능은 정상이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같은 일부 인지기능 저하만 보일 뿐 이를 제외하고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같은 전반적인 인지기능은 정상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와의 인터뷰와 신경심리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넷째,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정상이어야 한다. 환자는 인지 저하를 호소함에도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이다. 환자와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한 정보와 일상생활능력 평가설문지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원인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무려 7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흔한 원인은 역시 알츠하이머병이고(약 70%), 다음으로는 혈관성치매, 루이체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이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모든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개의 원인 질환은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우나 예외적으로 적시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고쳐지는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으로는 수두증, 경막하출혈,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 B12 결핍, 우울증 등이 있다. 이럴 경우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교정해주면(예컨대, 수두증 션트 수술, 갑상선기능저하증 호르몬 치료, 항우울제 약물 치료) 인지 장애가 극적으로 호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원인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전문의를 찾아 잘 알아볼 일이다.
4. 진단
환자가 자신의 인지 저하를 호소하거나 가족에 의해 의심돼서 병원을 찾게 되면 의사는 우선 환자나 가족으로부터 자세한 병력을 청취해야 한다. 증상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진행하는지 여부를 잘 물어봐야 한다. 인지기능 저하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력 뿐만 아니라 시공간지각능력, 언어기능, 계산력, 판단력 등의 다른 인지기능을 두루 알아보고 일상생활 수행을 온전하게 예전 수준으로 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동반된 내과적 질환은 없는지 알아보고 신경학적 진찰을 해야 한다. 보통 인지기능 저하 여부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MMSE 같은 간단한 인지 검사를 하거나 KDSQ (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 같은 설문지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크리닝 검사만으로는 경도인지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우므로 자세한 신경심리검사를 하게 된다. 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 같은 정밀검사를 하게 되면 어떤 인지 영역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같은 나이나 학력의 정상인 대비 백분위 수치로 제시해줌으로써 매우 객관적으로 경도인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진단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뇌영상 촬영이다. 대개의 경우 MRI를 찍는데 뇌의 구조적인 이상이나 혈관성 병변을 찾아내는데 필수적이고 뇌 위축의 양상을 알아냄으로써 감별진단에 도움을 준다. MRI를 찍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CT 촬영으로 대신할 수 있다.
최근 퇴행성 뇌질환에서 생물표지자(biomarker)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감별진단에 점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PET, 뇌척수액검사가 그런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5. 치료
경도인지장애는 하나의 임상적 상태이지 특정한 병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원인에 따라 치료의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치매 단계에는 콜린효소분해억제제라는 약이 증상개선제로 많이 쓰여지나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공식적인 치료가 없다.
Donepezil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는지에 대한 큰 임상시험(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donepezil tral)이 2000년대에 있었지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2018년도에 자세한 신경심리검사결과에 바탕해 이 연구 결과를 재분석했는데, 당초에 756명 경도인지장애 대상 환자 중 위양성이 30%나 끼어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들 위양성(실제는 기억상실형 경도인장애가 아닌) 환자를 빼고 다시 분석한 결과 donepezil 치료군이 위약군이나 비타민 E 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치매로의 진행률이 유의미하게 낮았고 인지기능 검사에서도 더 나은 수행을 보였다. 경도인지장애에서의 donepezil 치료 효과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겠다. 이외에도 은행잎 추출물인 ginkgo biloba를 이용한 임상시험 또한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경도인지장애의 치료로 약물 요법보다는 운동, 인지 자극 훈련 같은 생활방식 개선을 통한 예방적 치료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
6 결론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가 점점 많아지고 치매의 전단계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적시에 정확히 진단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그 원인에 따라 정상으로 회복될 수도, 나빠져서 치매로 진행될 수도, 또는 경도인지장애로 머무를 수도 있으므로 그 원인을 찾아서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과를 바꿔 줄 수 있는 원인 치료제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도인지장애가 가장 적절한 시기이자 적합한 치료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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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진단과치료
이재홍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1 들어가는 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기능이 정상 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저하되나 직장생활, 사회생활 등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가 바로 경도인장애이고, 일생생활에 지장을 주면 치매이다. 그동안 많은 용어가 정상과 치매의 중간 단계 인지저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1999년 Mayo Clinic의 Ronald Petersen이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용어를 제안하면서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저하 형태에 따라 다음의 네 가지 아형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림 1)
2. 임상 특징
경도인지장애의 임상적 특징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억 장애나 인지장애는 기본적으로 환자 자신이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환자를 잘 아는 주위 사람의 진술이나 확인이 있으면 더 확실하게 인정된다. 따라서, 기억 장애나 인지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환자의 증상에 관한 자세한 병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억 장애나 인지 장애의 기준은 연령과 교육 수준에 비해 의미 있게 저하된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나이에 비해 기억력이 1.5 표준편차 이하로 저하된 경우 병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정확히 알려면 전문가에 의한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셋째, 전반적인 인지기능은 정상이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같은 일부 인지기능 저하만 보일 뿐 이를 제외하고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같은 전반적인 인지기능은 정상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와의 인터뷰와 신경심리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넷째,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정상이어야 한다. 환자는 인지 저하를 호소함에도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이다. 환자와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한 정보와 일상생활능력 평가설문지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원인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무려 7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흔한 원인은 역시 알츠하이머병이고(약 70%), 다음으로는 혈관성치매, 루이체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이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모든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개의 원인 질환은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우나 예외적으로 적시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고쳐지는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으로는 수두증, 경막하출혈,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 B12 결핍, 우울증 등이 있다. 이럴 경우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교정해주면(예컨대, 수두증 션트 수술, 갑상선기능저하증 호르몬 치료, 항우울제 약물 치료) 인지 장애가 극적으로 호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원인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전문의를 찾아 잘 알아볼 일이다.
4. 진단
환자가 자신의 인지 저하를 호소하거나 가족에 의해 의심돼서 병원을 찾게 되면 의사는 우선 환자나 가족으로부터 자세한 병력을 청취해야 한다. 증상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진행하는지 여부를 잘 물어봐야 한다. 인지기능 저하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력 뿐만 아니라 시공간지각능력, 언어기능, 계산력, 판단력 등의 다른 인지기능을 두루 알아보고 일상생활 수행을 온전하게 예전 수준으로 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동반된 내과적 질환은 없는지 알아보고 신경학적 진찰을 해야 한다. 보통 인지기능 저하 여부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MMSE 같은 간단한 인지 검사를 하거나 KDSQ (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 같은 설문지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크리닝 검사만으로는 경도인지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우므로 자세한 신경심리검사를 하게 된다. 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 같은 정밀검사를 하게 되면 어떤 인지 영역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같은 나이나 학력의 정상인 대비 백분위 수치로 제시해줌으로써 매우 객관적으로 경도인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진단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뇌영상 촬영이다. 대개의 경우 MRI를 찍는데 뇌의 구조적인 이상이나 혈관성 병변을 찾아내는데 필수적이고 뇌 위축의 양상을 알아냄으로써 감별진단에 도움을 준다. MRI를 찍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CT 촬영으로 대신할 수 있다.
최근 퇴행성 뇌질환에서 생물표지자(biomarker)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감별진단에 점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PET, 뇌척수액검사가 그런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5. 치료
경도인지장애는 하나의 임상적 상태이지 특정한 병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원인에 따라 치료의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치매 단계에는 콜린효소분해억제제라는 약이 증상개선제로 많이 쓰여지나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공식적인 치료가 없다.
Donepezil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는지에 대한 큰 임상시험(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donepezil tral)이 2000년대에 있었지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2018년도에 자세한 신경심리검사결과에 바탕해 이 연구 결과를 재분석했는데, 당초에 756명 경도인지장애 대상 환자 중 위양성이 30%나 끼어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들 위양성(실제는 기억상실형 경도인장애가 아닌) 환자를 빼고 다시 분석한 결과 donepezil 치료군이 위약군이나 비타민 E 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치매로의 진행률이 유의미하게 낮았고 인지기능 검사에서도 더 나은 수행을 보였다. 경도인지장애에서의 donepezil 치료 효과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겠다. 이외에도 은행잎 추출물인 ginkgo biloba를 이용한 임상시험 또한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경도인지장애의 치료로 약물 요법보다는 운동, 인지 자극 훈련 같은 생활방식 개선을 통한 예방적 치료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
6 결론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가 점점 많아지고 치매의 전단계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적시에 정확히 진단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그 원인에 따라 정상으로 회복될 수도, 나빠져서 치매로 진행될 수도, 또는 경도인지장애로 머무를 수도 있으므로 그 원인을 찾아서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과를 바꿔 줄 수 있는 원인 치료제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도인지장애가 가장 적절한 시기이자 적합한 치료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