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치료제, 전통과 혁신의교차점
유효성ㆍ안전성 논란, 그리고 치매 치료 새로운 패러다임
예방ㆍ조기 진단의 중요성 대두…정밀의학 도입
입력 2025.03.05 06:00 수정 2025.03.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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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의 치료와 예방은 의료계와 사회 전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기억력 감퇴’ 정도로 치부되던 치매가, 이제는 개인의 삶의 질과 국가 보건 정책에 깊이 연관된 주요 문제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와 학계에서는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과 치료 전략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고, 이미 임상시험 단계를 통과해 승인을 받거나 조건부 승인을 얻은 약물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Amyloid-beta) 단백질과 타우(Tau)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이 핵심 병리학적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적절히 제거되지 못하면 플라크(plaque) 형태로 뇌에 침착되는데, 이는 뉴런(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해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타우 단백질 역시 인산화나 과인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신경섬유 엉킴(neurofibrillary tangle)’을 형성하는데, 이런 병리학적 변화는 인지 기능 쇠퇴를 가속화해 환자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질환 메커니즘이 비교적 명확히 규명되면서, 제약사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혹은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약물로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가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Aducanumab, 상품명 아두헬름(Aduhelm))이 있다.

그러나 아두카누맙은 임상시험 데이터의 해석, 약물 가격, 뇌부종·뇌출혈 등 안전성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추가 논란이 발생했다. 결국 회사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거두면서 과거의 유물이 됐다.

그럼에도 혁신적 치료제의 등장은 치매 치료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두카누맙의 뒤를 잇는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레켐비(Leqembi))와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도나네맙(Donanemab) 역시 비슷한 기전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하여 플라크를 제거하거나 축적을 막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초·중기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을 늦추는 연구에서 다소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함에 따라,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타우 단백질을 직접 저해하거나 제거하는 접근법도 주목받고 있다.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중·후기 병리 악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입증됨에 따라,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 백신 연구 등이 활발하다. 타우 단백질이 지나치게 인산화되지 않도록 조절하거나, 이미 변형된 타우 단백질을 제거해 엉킴 형성을 막으려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은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만큼의 뚜렷한 임상적 성과가 부족하며, 향후에도 안정성과 효과를 동시에 입증하기 위해 대규모 장기 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처럼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매 치료제는 여전히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cholinesterase inhibitor)와 NMDA 수용체 길항제(NMDA receptor antagonist)다.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에는 도네페질(Donepezil, 상품명 아리셉트(Aricept)),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상품명 엑셀론(Exelon)), 갈란타민(Galantamine, 상품명 레미닐(Reminyl))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물은 경증부터 중등도 치매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광범위하게 처방되며, 안정적인 효과와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도네페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치매 치료제 중 하나이며, 한국에서도 매우 흔히 사용된다. 하루 한 번 복용으로 편의성이 높고, 경증부터 중증 알츠하이머병까지 폭넓게 허가를 받은 점이 장점이다. 다만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전반적으로 소화기 계통 부작용(오심, 구토, 식욕 부진, 설사 등)이 빈번히 나타날 수 있어 환자 상태와 부작용 발생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약물 복용 시기를 조절하거나 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완화할 수도 있다.

리바스티그민의 경우 경구 제형뿐 아니라 패치(경피제제) 형태로도 시판되어 있는데, 이 패치형 제품은 환자가 경구 약물을 잘 챙겨 먹기 어려운 상황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갈란타민은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하여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한다는 추가적 기전도 갖고 있어, 다양한 환자군에서 효과가 관찰된다. 그러나 이 세 약물 모두, 근본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완전히 중단시키지는 못하며, 증상 완화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Memantine, 상품명 나멘다(Namenda) 또는 에빅사(Ebixa))는 중등도에서 중증 단계의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주로 사용된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글루탐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NMDA 수용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뉴런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메만틴은 이러한 과활성을 억제해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기전을 지닌다.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에 비해 위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적은 편이며, 도네페질 등과 병용해서 쓰면 치료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질병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증상의 완화를 돕는 약물에 가깝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런 증상 중심 치료약물들과 달리, 최근에 등장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들은 ‘질병 수정 효과’를 노리고 있다. 쉽게 말해, 인지 기능 악화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기전을 손대서 질환 진행 자체를 억제하거나 느리게 만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에는 높은 개발 비용과 기술적 난관,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안전성 문제가 뒤따른다. 일부 환자에게서 관찰된 뇌부종이나 뇌출혈 같은 중증 부작용은 규제 당국과 의료진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한 항체 치료제는 주사를 통해 투여해야 하고, 환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 효과가 상이할 수 있어 아직은 보편적 치료제로 자리 잡기까지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한편, 치매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은 단순히 의료 기술의 발전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늘어날수록 국가적·사회적 돌봄 부담이 높아지고,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정신적·경제적 어려움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고령층의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효과적인 치료제가 등장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지연하거나 막아낼 수 있다면,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가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보험 기관들은 혁신 신약에 대한 신속 평가와 가격 정책을 조율하는 한편, 적절한 환자 선별과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치매는 환자의 유전적 소인(APOE4 등), 생활 습관, 환경 요인, 뇌 구조적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기에, 한 가지 치료 접근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다. 최근에는 뇌 영상 검사(PET 스캔), 뇌척수액(CSF) 분석 등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의 수치를 조기 예측하고,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부터 치료 개입을 시도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처럼 생체표지자(biomarker)를 활용해 질환 진행을 예상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치매 분야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환자의 생활 패턴과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시기별로 가장 적절한 치료법이나 예방 전략을 권고하는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 치매 환자 관리에는 약물 치료뿐 아니라 인지 재활, 물리 치료, 영양 관리, 심리 지원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융합적 솔루션이 도입될 경우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각종 스마트 기기를 통해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 초기에 작은 변화를 포착해 대응함으로써 치매 진행 속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과 생체표지자 검사, AI 기반 맞춤 치료 계획, 원격 모니터링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이 결합해 치매 관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

물론, 혁신적 치료제의 등장만으로 곧바로 치매 극복이 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효과가 실제 환자의 일상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장기간 안전성은 얼마나 보장되는지, 고가의 약물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보험 제도나 공공의료 체계는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 등 수많은 쟁점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치매 치료제 개발 경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는 사실은 ‘치매는 불치’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희망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전체댓글 1
  • TEN 2025.03.06 07:51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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