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간암’ 치료제 개발 난국…다음 치료전략은?

2세대 소라페닙이 지켜온 표준치료제 딛고 ‘티쎈트릭·아바스틴’ 5.8개월 OS 연장시켜

기사입력 2021-08-04 06:00     최종수정 2021-08-04 10:0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최근 BMS가 FDA와 협의 끝에 미국에서 니볼루맙 단독요법의 간세포암 치료 적응증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FDA 자문위원회가 니볼루맙의 간세포암 적응증 유지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 니볼루맙은 간세포암 치료에 대해 소라페닙과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 CheckMate–459 분석 결과, 전체생존기간 측면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간세포암종은 질환이 복잡하고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인 만큼 의료계에서도 단독요법 철회는 아쉬운 대목이다. 간암은 전신 세포독성항암제에도 효과를 보지못해 수십 년간 항암제가 듣지 않은 질환이라고 통용되던 것이 정설이었다.

세포독성항암제 이후 2세대 넥사바(성분명;소라페닙) 경구제가 나오기까지 약 30년의 시간이 걸렸다.넥사바 등장 이후 약 10년 간 간암 1차 치료에서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개선한 신약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제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간암, 치료제 개발이 까다로운 이유…‘바이오마커 찾기 어렵고 간기능까지 고려해야’

간암은 유방암, 폐암 등 다른 주요 암종에 비해 항암치료제 개발이 더딘 편이다. 간암 치료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항암 효과, 이상반응 뿐만 아니라 ‘간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장기는 암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면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교적 치료가 용이하지만, 간의 경우 전체 기능이 악화된 상태에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전체 간암 환자의 약 80%는 간경변증을 동반하는 등 여러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저질환은 암 자체와 별도로 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치료제 개발 시 이에 대한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

이와 달리 유방암은 HER2 및 호르몬 수용체(ER, PR) 등을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수술 또는 치료 후 10년 전체 생존율이 84.8%에 달하고 있다. 폐암도 ALK, EGFR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여러 옵션이 등장하면서 유형에 따라 진행성 단계에서도 5년 이상의 생존기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반면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7%로 타 암종(70.3%)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특히 항암 치료를 고려하는 원격 전이 환자의 경우 생존율은 2.8%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간암은 항암 치료 결정에 도움을 줄 바이오마커 확인이 어렵고, 이질적인 유전체 발현양상을 가지고 있어 신약 개발이 쉽지 않다. 간암은 발생 시 다양한 유전체 변이를 거치는 등 복잡한 병태생리를 가지고 있어 연구도 까다롭다.

이 같은 질환의 특성 때문에 세포독성항암제 이후, 지난 30여년 간 여러 기업이 간암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으나 실패를 거듭했고, 이 가운데 소라페닙이 6.5~14.7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을 보이며 2007년 미 FDA 승인을 받았다. 

넥사바 등장 이후 이를 능가하는 약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넥사바는 약 10년 간 간세포암 1차 표준치료법으로 사용돼왔다. 소라페닙 이후 스티바가정(성분명; 레고라페닙)이 등장해 소라페닙에 내성을 보이는 간암환자들에게 치료옵션을 제공했고, 가장 최근 나온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메실산염)는 3상 임상에서 소라페닙 대비 전체생존기간 비열등성을 확인했지만 소라페닙에 대한 우월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소라페닙 앞지른 OS…티쎈트릭 병용요법, 국내 간암 패러다임 바꿀 수 있을까?

이 가운데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서 가장 긴 전체 생존기간을 나타낸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성분명: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지난해 7월 국내 허가를 받아 임상 전문가, 환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기존 표준치료인 소라페닙 단독요법을 대조군으로 하여 진행된 IMbrave150 3상 임상시험에서 사망 위험을 42%,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작년 6월 ASCO(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간암 환자 전신치료법에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행요법을 선순위로 권고했던 점에서 예견됐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불가능하다면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1월 업데이트된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티쎈트릭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소라페닙의 13.4개월 대비 5.8개월 연장된 19.2개월로,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가장 긴 전체생존 데이터를 기록했다. 동일 연구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최대 35.4%로 소라페닙의 13.9% 보다 약 2.5배 높았다.

더불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삶의 질, 신체기능, 역할기능 유지 측면에서도 소라페닙 대비 개선 효과를 보였다. 환자가 직접 평가한 삶의 질 유지 기간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서 11.2개월로 소라페닙의 3.6개월 대비 약 3배 가량 길게 나타났으며, 신체기능 저하까지의 기간(13.1개월 vs 4.9개월), 역할기능 유지까지의 기간(9.1개월 vs 3.6개월)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는 “질환 특성상 치료제 개발이 까다롭던 간세포암에서 기존 표준 치료요법 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확인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등장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미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조속히 급여가 적용되어, 국내 간세포암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은 덜고, 생존기간 연장, 삶의 질 유지의 임상적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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