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급불안정, ‘공공 중심 제조 인프라’ 구축해 해소해야”
美 API 혁신센터‧바이오의약품 제조혁신연구소 등 ‘공공적’ 의약품 연구‧제조 조직 필요
입력 2025.01.15 06:00 수정 2025.01.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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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의약품 공급 중단 및 부족 보고 건(단위: 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처럼 공공 인프라를 강화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약품 공급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연구’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민간 제약사의 실행에 의존해 필수의약품의 공급 안정성을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제조하기 어렵거나 환경 규제의 적용으로 연구가 필요한 의약품은 제약사가 제조‧공급할 의향이 있어도 단기간에 이행해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상치 못한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의약품을 신속히 제조해 공급해야 하는 경우, 민간 제약사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의존한다면 회복력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공의 니즈와 민간에서의 공급의 간극을 의약품 제조‧공급망에서 공공 인프라를 구축, 강화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과 프랑스는 이같은 공공적 성격의 의약품 연구‧조제 조직을 운영하면서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혁신적 제조 기술의 연구와 필수의약품을 제조‧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API 혁신센터(APIIC), 국립 바이오의약품 제조혁신연구소(NIIMBL), 프랑스 파리의 공공병원 제약시설인 AP-HP EP가 그 사례다.

미국의 API 혁신센터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형성해 공적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필수의약품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직접 제조·공급하며, 민간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국립 바이오의약품 제조혁신연구소는 회원의 51%가 산업계로 구성된 공공-민간 파트너십 구조로서, 바이오의약품 제조의 혁신을 미션으로 삼고,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제조 기술 개발과 도입을 주도하고 전문 제조 인력의 교육 훈련을 수행한다.

프랑스의 AP-HP EP는 환자에게 필수적이지만 제약기업이 자발적으로 공급하지 않는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공호흡 환자의 삽관에 필요한 약으로 당시 공급이 부족했던 ‘큐라레’를 단 몇 주 만에 산업 수준으로 제조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단계별 대응 계획의 하나로, AP-HP EP가 의약품 공급 불안과 중단을 예측‧관리하는 공공-민간 네트워크의 조정 및 조종 역할을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과 유럽 국가의 의약품 공공 연구‧제조시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운영돼 왔고, 그동안의 연구개발·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중 단기간에 필수의약품을 제조‧공급해내는 성과를 보였다. 이들 국가는 이러한 공공 인프라에 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한 조정, 관리의 역할을 부여하고 이들 기관을 활용해 공공-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역시 공공 중심의 의약품 제조 인프라를 구축해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활용하고 혁신적 제조 기술 개발과 필요 시 필수의약품의 제조‧공급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3년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에 따르면, 제약사가 정부에 보고한 의약품 공급 중단 및 부족 건수는 각각 144건, 86건이며, 이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이 건수는 제약사가 그해 새로 보고한 건으로, 공급 중단‧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다음 해로 이어지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로 사회가 겪는 의약품 공급 중단‧부족 문제의 크기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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