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안 통하면 끝?”…CAR-T 치료 환자들, '아나킨라' 절실
식약처, 면역합병증 대응 위해 인터루킨 억제제 도입 공식 검토
생명 걸린 부작용 치료, 해외선 표준…국내선 아직도 제한적
입력 2025.07.03 06:00 수정 2025.07.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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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CAR-T 치료에 따른 중증 이상반응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루킨-1(IL-1) 억제제 ‘아나킨라(제품명 키너렛)’의 긴급도입을 공식 검토 중이다. 이는 대한혈액학회의 긴급 요청에 따른 조치로, 현재 바이오의약품정책과가 유효성·해외 사용 현황 등을 바탕으로 검토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CAR-T 치료는 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재조합해 암세포를 표적 공격하는 첨단치료로, 국내에서도 재발성 림프종 및 다발골수종 환자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은 완화됐지만, 치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중증 면역 합병증(CRS, ICANS, IEC-HLH 등)에 대한 약제 대응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

특히 1차 면역 조절제로 사용되는 토실리주맙이나 고용량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아나킨라는 사실상 ‘생명줄’로 불린다. 그러나 제조사 판단에 따라 국내 허가가 철회된 이후 해당 약제는 현재 비공식적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등을 통해 극히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FDA와 유럽 EMA, 일본 PMDA 등에서는 아나킨라를 류마티스관절염, 자가염증질환 등의 치료제로 허가했고, 유럽 GoCART 핸드북(2025판)에서도 CAR-T 치료 이상반응에 대한 핵심 약제로 언급된다. 실제로 2023년 발표된 프랑스 Gazeau 연구에서는 Grade 2 이상 부작용 환자에 아나킨라를 투여한 결과, 28일 내 치료 관련 사망률은 0%였고, 반응률은 77%에 달했다.

대한혈액학회는 “의료현장에서는 불법 진료 우려를 감수하면서도 환자의 생명을 위해 비공식 투여를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보건체계와 생명권 보장 원칙에 어긋나며, 아나킨라의 공식적·제도적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나킨라는 현재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일부 적응증에 한해 제한 수입되고 있으나, CAR-T 관련 사용은 배제돼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의 이번 검토가 제도 정비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급여는 되지만 치료는 못 한다? CAR-T 치료의 그림자

CAR-T 치료제는 국내에서 2021년부터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며 환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치료 이후 발생하는 면역 관련 이상반응에 대한 치료약제는 급여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제도적 공백이 지적돼왔다. 본 치료에는 수천만 원대 비용이 소요되나 급여로 커버되면서 환자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치료 후 발생하는 부작용 대응에는 여전히 '비급여' 장벽이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증 이상반응이 CAR-T 치료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Grade 2 이상의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이나 면역세포연관 신경독성(ICANS) 등은 치료 중단을 초래하거나 심할 경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필요한 약제인 토실리주맙은 1차 선택지로 급여 인정 범위에 포함돼 있지만, 이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필요한 아나킨라 등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IRB의 개별 승인을 받아 제한적으로 아나킨라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는 전국적인 적용이 불가능하며, 사용 의료진과 기관이 법적·행정적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식 허가도 아닌 상태에서 의사가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하는 현실은 환자 안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또한 비급여 약제는 고비용을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아야 하며, 실제 투여 시 수백만 원 이상의 약제비가 즉시 요구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이는 소득 수준에 따라 생존 가능성조차 갈릴 수 있는 의료 불평등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CAR-T 치료 전주기에 걸친 급여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제만 급여화하는 ‘단편적 접근’이 아닌, 치료 이후 발생 가능한 이상반응 대응까지 포함한 전주기 보장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대한혈액학회는 “CAR-T 치료는 이미 보편적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제는 이를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아나킨라를 포함한 보조약제들의 급여 편입과 긴급도입 확대가 동시에 병행돼야 환자 생명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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