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방한 관광객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돌아온 관광객들은 한국적 특색이 가득한 올리브영으로 향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발표한 '2025 유통산업 백서'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판도가 계속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의 영향을 크게 받는 채널인 H&B 스토어와 면세점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국 대표채널 된 올리브영 '승승장구'
CJ올리브영은 이날, 입점 브랜드 중 매출 '100억원 클럽'에 입성한 브랜드가 1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3년 첫 100억원 달성 브랜드가 탄생한 이후 약 10년 만에 이룬 큰 성과다.
이같은 올리브영의 성과는 압도적인 오프라인 경쟁력과 경쟁사들이 고사한 이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로 올라서면서 더욱 공고해 졌다. 올리브영은 전국방방 곡곡에 13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층을 겨냥하는 뷰티 브랜드는 꼭 입점해야 하는 채널로 가치가 급부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1위 플랫폼 사업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성과"다.
올리브영의 수익을 더욱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팬데믹 이전엔 해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중심으로 화장품을 구매했으나, 팬데믹 이후 관광객들은 올리브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면세점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럭셔리 제품 중심의 상품 구성이라면, 한국의 H&B 전문점은 한국적인 것들, 이른 바 K-콘텐츠(뷰티,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을 한군데서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채널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매출에서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바로 이 점이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올리브영만의 특색이 된 것이다.
올리브영은 이에 발맞춰 서울 명동에 외국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타운'을 2023년 오픈했고, 지난해 11월엔 성수동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뷰티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를 개점했다. 명동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며, 성수는 팬데믹 이후 유입되는 신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는 점을 노렸다.
발 빠른 상권 선점으로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시장 지배적 입지 강화-중소 브랜드 입점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굳힐 수 있었다. 실제로 명동 상권에서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명동타운점 개점 이전인 2022년엔 10% 중반대에 불과했으나 2023년 90%까지 늘어났다. 같은 시기 국내 면세점의 이용객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대한상의는 "올리브영의 성공엔 시장이 성장하는 국면에서 초기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선점해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올해 올리브영의 신규 출점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K-컬처에 대한 호감도 상승이 이어지며 방한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인기와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객 성향 확 변해…탈출구 찾기 힘든 면세점
대한상의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국내 출입국객 수는 약 6749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약 95% 수준까지 회복했다. 면세점 이용 잠재 소비자 규모 역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고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14조3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3년의 낮은 기저효과에서 기인한 착시로, 실제로는 2019년의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으로 '소비자 성향의 변화'를 꼽았다.
먼저, 면세점의 주요 소비자가 중국의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형 대량구매자에서 일반 소비자로 전환된 것이 면세점 매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19년 약 104만원 수준이었던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2021년 2555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엔데믹 이후인 2023년엔 184만원, 지난해엔 115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또, 면세점 소비자들의 여행 및 소비 성향의 변화도 면세점 하락세에 불을 붙였다.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장소였으나, 2023년부터 올리브영 등을 포함한 로드숍이 면세점을 대체하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성향 변화는 카드 지출액으로도 확인된다. KTO 데이터랩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방한 관광객이 쇼핑업 숙박업 식음료업에서 사용한 카드 지출액은 2019년 대비 각각 86%, 58%, 152% 증가했으나, 면세점업에선 21%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구성도 변했다. 방한 관광객의 국적을 살펴보면 2019년엔 중국(35%)과 일본(20%) 관광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1~9월엔 그 비중이 절반 이하(49%)로 쪼그라 들었다. 대신 미주(6%→8%)와 유럽 지역 관광객 비중은 증가했다.
중국, 일본 관광객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연령대가 달라졌다. 2019년 중국과 일본의 입국자 중 30대 이하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35.9%, 40.8%였으나 지난해엔 39.2%, 43.7%로 늘어났다. 젊은 관광객일수록 단체여행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고연령대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력으로 인해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등에서의 쇼핑을 즐기는 경향이 관찰됐다.
면세점의 위기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면세 업계가 직면할 위험 요인으론 △경기 침체를 비롯한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 △중국의 시내면세점 확대 정책 △과도한 출국장 임대료 부담 △저소비 코어 열풍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강력한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점"이라며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체할 만큼 높은 구매력을 지닌 새로운 시장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시장 전망 또한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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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으로 방한 관광객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돌아온 관광객들은 한국적 특색이 가득한 올리브영으로 향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발표한 '2025 유통산업 백서'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판도가 계속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의 영향을 크게 받는 채널인 H&B 스토어와 면세점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국 대표채널 된 올리브영 '승승장구'
CJ올리브영은 이날, 입점 브랜드 중 매출 '100억원 클럽'에 입성한 브랜드가 1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3년 첫 100억원 달성 브랜드가 탄생한 이후 약 10년 만에 이룬 큰 성과다.
이같은 올리브영의 성과는 압도적인 오프라인 경쟁력과 경쟁사들이 고사한 이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로 올라서면서 더욱 공고해 졌다. 올리브영은 전국방방 곡곡에 13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층을 겨냥하는 뷰티 브랜드는 꼭 입점해야 하는 채널로 가치가 급부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1위 플랫폼 사업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성과"다.
올리브영의 수익을 더욱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팬데믹 이전엔 해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중심으로 화장품을 구매했으나, 팬데믹 이후 관광객들은 올리브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면세점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럭셔리 제품 중심의 상품 구성이라면, 한국의 H&B 전문점은 한국적인 것들, 이른 바 K-콘텐츠(뷰티,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을 한군데서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채널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매출에서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바로 이 점이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올리브영만의 특색이 된 것이다.
올리브영은 이에 발맞춰 서울 명동에 외국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타운'을 2023년 오픈했고, 지난해 11월엔 성수동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뷰티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를 개점했다. 명동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며, 성수는 팬데믹 이후 유입되는 신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는 점을 노렸다.
발 빠른 상권 선점으로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시장 지배적 입지 강화-중소 브랜드 입점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굳힐 수 있었다. 실제로 명동 상권에서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명동타운점 개점 이전인 2022년엔 10% 중반대에 불과했으나 2023년 90%까지 늘어났다. 같은 시기 국내 면세점의 이용객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대한상의는 "올리브영의 성공엔 시장이 성장하는 국면에서 초기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선점해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올해 올리브영의 신규 출점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K-컬처에 대한 호감도 상승이 이어지며 방한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인기와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객 성향 확 변해…탈출구 찾기 힘든 면세점
대한상의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국내 출입국객 수는 약 6749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약 95% 수준까지 회복했다. 면세점 이용 잠재 소비자 규모 역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고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14조3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3년의 낮은 기저효과에서 기인한 착시로, 실제로는 2019년의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으로 '소비자 성향의 변화'를 꼽았다.
먼저, 면세점의 주요 소비자가 중국의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형 대량구매자에서 일반 소비자로 전환된 것이 면세점 매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19년 약 104만원 수준이었던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2021년 2555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엔데믹 이후인 2023년엔 184만원, 지난해엔 115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또, 면세점 소비자들의 여행 및 소비 성향의 변화도 면세점 하락세에 불을 붙였다.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장소였으나, 2023년부터 올리브영 등을 포함한 로드숍이 면세점을 대체하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성향 변화는 카드 지출액으로도 확인된다. KTO 데이터랩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방한 관광객이 쇼핑업 숙박업 식음료업에서 사용한 카드 지출액은 2019년 대비 각각 86%, 58%, 152% 증가했으나, 면세점업에선 21%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구성도 변했다. 방한 관광객의 국적을 살펴보면 2019년엔 중국(35%)과 일본(20%) 관광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1~9월엔 그 비중이 절반 이하(49%)로 쪼그라 들었다. 대신 미주(6%→8%)와 유럽 지역 관광객 비중은 증가했다.
중국, 일본 관광객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연령대가 달라졌다. 2019년 중국과 일본의 입국자 중 30대 이하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35.9%, 40.8%였으나 지난해엔 39.2%, 43.7%로 늘어났다. 젊은 관광객일수록 단체여행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고연령대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력으로 인해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등에서의 쇼핑을 즐기는 경향이 관찰됐다.
면세점의 위기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면세 업계가 직면할 위험 요인으론 △경기 침체를 비롯한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 △중국의 시내면세점 확대 정책 △과도한 출국장 임대료 부담 △저소비 코어 열풍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강력한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점"이라며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체할 만큼 높은 구매력을 지닌 새로운 시장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시장 전망 또한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