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제품업계 변화 촉발..멜라민 파동 후유증?
출산률 감소ㆍ고령화 주목 소아群서 성인群으로 좌표 이동
입력 2024.11.14 17:40 수정 2024.11.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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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률이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시장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의 유제품기업들이 소아용 영양식품에서 성인용 영양식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략적 변화는 출산률 감소와 이로 인한 분유 및 관련식품들의 소비자층 축소, 그리고 이에 따른 소아용 식품시장의 위축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됐다.

영국 런던에 글로벌 본사를 둔 비즈니스 정보 서비스‧컨설팅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12일 중국 유제품업계의 변화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분류시장 매출액이 2023~2029년 기간 동안 연평균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데이터의 마니 부샨 슈클라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분류시장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거 시장을 이끌었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의 토종기업들로부터 심한 경쟁에 직면하기에 이른 데다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melamine scandal)이 발생한 이후 토종 브랜드들이 엄격한 품질기준을 채택하고 제조시설을 향상시키는 등 경영 전반에 걸친 개선을 단행한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토종 소아용 유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수용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의 소아용 유제품 업계에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개별 브랜드들이 제품품질을 일반대중용에서부터 고급용, 초고급용(super-premium) 및 최고급용(hyper-premium) 등으로 다단계화하면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슈클라 애널리스트는 언급했다.

또한 중국 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도시들에 토종 유제품기업이 소재해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안전성 기준 개선조치를 강구하고 업계 전반에 걸쳐 확대적용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데이터의 엘린 가오 사업개발 담당국장은 “2023년에 중국의 출산률이 인구 1,000명당 6.4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갱신한 가운데 인구 전반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같은 인구구성상의 변화가 경제와 기업들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유제품기업들이 성인용 영양식품과 약용 기능식품 분야로 전략적인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도록 이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예로 가오 국장은 뉴질랜드 브랜드 ‘A2 밀크’(A2 Milk), 폰테라(Fonterra), 다농, 애보트 래보라토리스 및 네슬레 등이 중국의 성인 소비자들과 고령층을 겨냥한 새로운 유제품을 앞다퉈 선보인 것을 환기시켰다.

마찬가지로 페이흐(Feihe)와 이리(Yili) 등의 토종기업들도 성인용 영양식품을 내놓으면서 경쟁대열에 가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클라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건강을 중시하기에 이른 데다 건강향상을 위해 나서면서 성인용 영양식품 수요에 날개가 돋히고 있다”면서 “비건(vegan), 케토(keto: 저탄수화물‧고지방 섭취), 신석기시대(paleo) 식이요법을 원하는 수요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성인용 영양식품들이 발매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슈클라 애널리스트는 강조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응답자들의 50%가 단백질 바, 에너지 젤 등과 같은 스포츠 영양식품을 최근 3개월 동안 이전에 비해 빈도높게 구입했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49%의 응답자들이 각종 기능성 보충제를 이전에 비해 한결 빈도높게 구입하고 있다는 데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가오 국장은 “정부의 ‘2030년 건강한 중국’ 플랜이 성인용 영양식품 시장이 확대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이 소비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면서 건강‧웰빙 향상용 식품들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다”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에너지와 수분을 공급하고 면역계와 소화기계를 강화시켜 주는 식품들을 적극 찾아나서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腸) 건강에 대한 인식제고와 프리바이오틱 섬유질 및 천연물 원료에 대한 관심의 고조가 눈에 띈다고 피력했다.

이 중 프리바이오틱 섬유질의 수요는 소화증진과 체중관리 측면의 이점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가오 국장은 내다봤다.

업체들도 천연물 기반, 저가당, 글루텐-프리 식품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안목이 있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클라 애널리스트는 “인구 고령화에 주목한 유제품기업들이 면역계, 골, 관절 및 근육 건강을 개선하는 데 좋은 식품들을 찾기 위해 크게 높아진 수요를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글로벌 유제품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사례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보트 래보라토리스가 지난 2022년 말 중국시장에서 소아용 분유 발매를 중단하고 성인용 영양식품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단적인 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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