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눈 속 세계를 보다”…이색 체험 ‘안저 검사’
매일 사용하는 소중한 ‘눈’, 정작 관리는 소홀
입력 2025.02.05 06:00 수정 2025.02.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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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저 검사를 받고 있는 기자. © 약업신문

요즘 대부분의 사무직이 그렇겠지만,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모니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게다가 평상시 소프트 렌즈를 사용하는 기자는 눈이 뻑뻑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 인공 눈물을 달고 산다.  

하지만 정작 30대 중반의 기자는 ‘눈’이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일은 늘 뒷전에 뒀다. 그러던 중 최근 장시간 모니터 화면을 보며 기사를 쓰고 회의 자료를 준비하던 눈이 급격히 피로해지고 평소보다 심한 건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번 웰에이징의 주제가 ‘안구 건조증’인 만큼, 안과에서 제대로 검진을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저 검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안저 검사는 망막, 망막혈관, 시신경유두 등을 직접 관찰해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안과 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검사다. 특히 당뇨병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당뇨병성망막병증은 중요한 이슈다. 제약 기자로서 관련 치료제와 기술 동향을 다루던 터라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기자는 기사로만 다뤄오던 내용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늘 생각했다. 이에 기자는 소중하지만, 정작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있는 눈을 위해 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안과를 방문하기로 했다.

기본적인 시력 검사를 위한 검사기(왼쪽)과 안압을 검사하는 검사기(오른쪽). © 약업신문

◇현장의 분위기와 첫 검사 과정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곳은 유명한 안과 전문 병원이었다. 대기실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로 가득 차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었다. 근시교정검사를 받으러 온 학생부터 노안 혹은 백내장 검진을 받으러 온 중·장년층 환자들까지, 눈 건강은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중요한 화두임을 실감했다.

간단한 시력 검사를 먼저 진행했다. 시력표를 보면서 ‘한때는 1.5였는데 이제는 전처럼 선명하게 보이지 않네’ 하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시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익숙했지만, 수치로 확인하니 새삼 현실이 다가왔다.

이어진 안압 검사에선 특유의 공기 ‘휙’ 소리에 깜짝 놀랐다. 담당 간호사는 “안압은 녹내장 진단에 중요한 지표”라며 안저 검사 전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신기술과 전통적 산동 검사의 만남
전통적으로 안저 검사는 ‘산동제’(동공을 확장시키는 약물)를 점안해 동공을 넓힌 뒤, 망막과 시신경유두, 혈관 등을 카메라로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산동제를 사용하면 검사 후 빛 번짐이나 눈부심, 근거리 초점 어려움 같은 불편 증상이 몇 시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안구 내부를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녹내장·황반변성·당뇨병성망막병증 같은 중증 안질환의 조기 발견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기술을 이용하여 산동제 없이도 망막 전체를 구석구석 촬영할 수 있는 검사법이 도입됐다. 레이저 빛의 파장을 활용한 촬영법은 동공 크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망막뿐 아니라 망막 뒤쪽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이는 망막 속 혈관의 미세 구조부터 망막 후부까지 폭넓게 확인할 수 있어, 기존보다 더 세밀하고 빠르게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환자가 산동제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되므로, 검사 후 회복 시간이 짧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적다.

의료진은 “레이저 기반 비산동 검사도 매우 정확하고 환자 만족도가 높다”면서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통적 산동 검사가 더 적합한 경우도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최적의 검사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저 검사는 눈 속 깊은 곳의 이상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진단 수단이다. 실제로 최신 레이저 기기를 도입해 비산동 검사를 실시하는 병원에서는 ‘망막 뒤편의 이상’까지 세밀히 확인해, 초기 단계에서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 기술이 더욱 확산되어, 보다 많은 환자가 빠르고 편리하게 안저 검사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산동제 없이 망막 뒤쪽가지 촬영할 수 있는 레이저를 활용한 의료기기. © 약업신문

◇ ‘눈의 바탕화면’ 확인…얇아진 망막이 전하는 경고
촬영된 사진은 곧바로 모니터에 띄워졌고, 담당 의사가 내 안저 사진을 보여주며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눈의 망막, 시신경유두, 그리고 미세하게 뻗어 있는 혈관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눈의 바탕화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의사는 “환자분은 고도근시”라며 “크게 문제되는 소견은, 장시간 근거리 작업이 많으면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시고, 필요한 경우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눈이 단순 피로를 넘어 시신경이나 망막에 부담을 줄 수도 있고, 당뇨병이 있거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망막혈관에 미세한 변화가 오기 쉽다”며, “고도근시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망막이 당겨져서 얇아져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다행히 그런 소견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지 물었다. 기자는 평상시에도 활용하고 있는 제품을 보여줬고, 의사는 “히알루론산이 포함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원한다면 하루에 4번 정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공눈물을 처방해 주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망막이 얇아진 만큼,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가능하다면 3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 보고, 얼마나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할지 의논해 보자”고 말했다.

◇작은 관심이 모여 큰 건강을 만든다
기자는 그동안 기사를 통해 수많은 혁신 신약과 의료기기, 바이오 기술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개인적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서조차 미뤄두었던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최첨단 진단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결국 환자 본인이 직접 건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렵다.

특히 안저 검사는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 심각한 안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번 체험으로 내 눈 건강을 체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사를 작성할 때 독자들에게 ‘예방적 검사가 왜 중요한지, 그 실제 체감은 어떠한지’ 보다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소재를 얻었다.

이번 안저 검사 체험은 기자에게 단순한 취재 이상이었다. 내 몸과 내 눈을 직접 들여다보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간과해 왔던 문제들을 다시 인식하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기자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의료 현장을 찾고, 직접 체험하며 얻은 데이터와 감각을 바탕으로 더 의미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모이면, 우리의 건강은 훨씬 더 확고히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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