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약학
[기고] "약사,우리 미래는 우리 투표로 결정한다!"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12월 있다.3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회원들은 문자나 전화 폭탄 등으로 불편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3년보다 더 긴 시간을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대한약사회장이 쓸 수 있는 예산은 연간 100억이 넘는다. 또 대한약사회장은 약사공론, 약학정보원 등 관련 회사와 단체 장을 임명할 수 있고, 집행부 전원을 임명하고, 사무국을 통솔한다. 그 예산은 대부분 회원들이 내는 약사회비로 만들어진다. 내가 내는 회비가 모두 약사회 예산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니 내 돈이 약사사회 발전을 위해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약사회 흥망은 어떤 대한약사회장이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무릇 회장이라면 금전이나 인사에 있어 부정과 거리가 멀고, 남다른 판단력으로 약사회를 이끌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과연 우리는 그런 후보를 찾아 내어 투표를 했을까? 나와 같은 동문이라서, 우리 동네 사람이라서, 들어본 이름이라서 등 이유로 투표를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투표가 우리 약사들을 행복하게 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발전을 기대하는 투표였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금전적인 비리로 명예를 잃은 회장, 국회의원이 되려는 발판으로 약사회를 이용했던 회장, 약사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혔던 회장, 무능력해서 질질 끌려 다닌 회장 등등 약계 큰 어른으로 모실 만한 분은 손을 꼽는다. 이 약사회장이라는 자리가 명예직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약사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시중에서 들리는 소리로 10억이 넘는 돈을 쓰고서야 가능하다고 한다. 내 돈 쓰고 봉사하는 자리가 대한약사회장 자리인 것이다.그런데 관심있게 지켜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번 선거 때만 되면 모든 후보가 같은 공약이 낸다.한약사문제 해결하겠다, 성분명처방 도입하겠다, 편의점약 막겠다, 약사회를 개혁하겠다 등등. 왜 똑같은 공약이 매번 나올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공약이 지켜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약사회장이 되기 위해 남발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회원들이 문제를 삼아본 적도 없다. 그래서 공약을 안지키고도 또 회장에 출마할 수 있다. 심지어 제대로 공약을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포장을 잘해서 일을 잘 한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도 있고, 달성 불가능한 구호성 공약을 내놓고 회원들을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구별할 판단력이 있는가?특히, 회원들이 약사회에 관심이 없는 경우, 기억이 나는 이름에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후보 능력이나 업적에 상관없이 현직 회장 또는 여러 번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우리 약사사회를 둘러싼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 약사사회는 변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회원들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모두 약사회에 맡기고 있지만, 약사회는 약사사회를 힘들게 하는 현안을 해결하기에도 벅차다. 따라서 회원들은 모두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약사회가 발전하기 힘든 이유 중에는 선거도 있다.인사가 만사인데 약사사회 인력풀은 제한돼 있다.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은 선거기간 동안 둘 또는 셋으로 나뉘어져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루고, 승자는 상대편의 능력있는 인재를 등용하지 않는다. 물론 상대편 인재들도 전쟁을 치른(물론 생각이 다른 것이 먼저일 것이다.) 상대편 집행부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가뜩이나 인력풀도 적은데 그것이 또 나뉘어져 있으니 능력 있는 인재는 재야에 묻히고, 부족한 인재들이 자리차지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50명이 넘는 집행부 인원이 있어도 일하는 사람 몇 명과 다수 일 안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 그런 이유도 있다.약사회 선거는 화합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하나 되어 약사사회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이상적인 사고로, 선거는 약사사회 축제가 되어야 하고, 약사사회 모든 인재들이 약사회에 나서서 세상을 향해 거침없는 행진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이상은 존재해 본 적이 없다.이제, 우리는 약사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번 선거부터 지금까지와 다른 노력을 해야한다.학연, 지연, 혈연을 떠나, 약사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리더를 찾고, 그를 리더로 모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리더가 내게 와서 자기를 찍어 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그 리더가 걸어온 길을 확인하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출마를 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이번 선거에는 세 분의 후보가 출마했으니 그분들 SNS나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어떤 후보인지, 어떤 공약을 냈는지, 실천 가능성이 있는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평판을 듣고 싶다면 세 후보를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의 평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이번에 출마한 세 후보는 모두 자신이 약사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출마를 하셨으리라 생각된다. 내 이익와 내 미래를 위해 출마를 한 분은 없으리라 믿고 싶다. 혹시라도 그런 분이 있다면 우리가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여 잘 걸러내야 한다.이제 약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무엇이 준비되어 있는가?조금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나의 평생직장이 행복한 직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봐야 한다.지금 우리 약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투표로 우리 미래를 정하는 것이다.
이권구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