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29조 원’ 대박 예고…2025 최고 기대 신약 TOP 10 ①
올해도 제약·바이오 업계는 뜨거운 경쟁 속에서 새로운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가장 기대되는 신약 TOP 10’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상위 10개 신약이 2030년까지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매출은 총 290억 달러(한화 약 29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예상치(2028년 152억 달러)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이처럼 역대급 매출 전망을 이끌어내는 배경에는 적응증 확대와 신규 기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시장 지배력 확대가 기대되는 혁신 신약들이 대거 출격을 앞두고 있다.지난 2024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코벤피(Cobenfy)’,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선라(Kisunla)’, 매드리갈 파마슈티칼(Madrigal Pharmaceutical)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레즈디프라(Rezdiffra)’ 등이 승인을 받으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그러나 2025년은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5년간 가장 높은 기대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특히 새로운 3제 요법부터 비오피오이드(non-opioid) 진통제, 차세대 항암 항체-약물 결합체(ADC)까지 범위가 넓어, 업계 전반에 ‘메가 블록버스터’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1. 알리프트렉(Alyftrek, 반자 트리플(Vanza Triple))개발사 - 버텍스(Vertex)적응증 -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CF)2030 예상 매출 - 83억 달러첫 번째로 소개할 신약은 버텍스의 반자 트리플로 알려졌던 알리프트렉이다. 2024년 말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FDA 승인을 획득했고, 기존 3제 요법 ‘트리카프타(Trikafta)’의 뒤를 이을 새로운 낭포성 섬유증(CF)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알리프트렉은 하루 한 번만 복용하도록 설계됐으며, 이전 세대 치료제들보다 유전자 변이에 대한 폭넓은 적응증과 개선된 땀 염화물 수치 등 주요 지표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약 150명의 CF 환자가 새롭게 CFTR 조절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기존 트리카프타 사용자 중 일부도 더 나은 편의성과 효능을 이유로 알리프트렉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버텍스는 이미 전 세계 여러 국가에 허가 신청을 진행 중이며, 미국 내 연간 약가가 37만 달러 수준으로 책정돼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 이밸류에이트는 2030년 알리프트렉 매출이 8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기존 CF 프랜차이즈에 버텍스가 쌓아온 탄탄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2. 다트로웨이(Datroway,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potamab deruxtecan))개발사 – 다이이찌 산쿄(Daiichi Sankyo),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적응증 - 비소세포폐암(NSCLC), 유방암 등 2030 예상 매출 - 59억 달러ADC(항체-약물 결합체) 분야에서 이미 ‘엔허투(Enhertu)’로 성공 사례를 만든 다이이찌 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다시 손잡고 내놓는 차세대 TROP2 표적 ADC 다트로웨이도 빼놓을 수 없다.다만 약물 개발 과정에서 환자 사망 사례와 임상적 아쉬움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소세포폐암(NSCLC) 2차 치료제로는 승인을 보류해야 했다. 대신 EGFR 변이를 가진 특정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2차 치료제 승인을 재신청했고, FDA는 2025년 7월 12일 결정을 예고했다.한편, HR 양성·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분야에서는 올해 1월 17일 미국 FDA의 허가를 획득했다. 이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트로델비(Trodelvy)’가 같은 계열 약물로 허가받아 출시된 상태지만, 다트로웨이는 좀 더 빠른 시점(2차 이상)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이밸류에이트는 다트로웨이가 향후 1차 폐암 치료 영역까지 파고들며 메가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2030년 약 59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다.3. 수제트리진(Suzetrigine)개발사 - 버텍스(Vertex)적응증 - 급성 및 신경병성 통증2030 예상 매출 - 29억 달러3위를 차지한 또 하나의 버텍스 신약 수제트리진은 비오피오이드(non-opioid) 진통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약물은 NaV1.8 저해 기전을 통해 체내 통증 신호 경로를 차단하며, 지난 수십 년간 시도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통증 기전을 최초로 상업화할 가능성이 높다.최근 FDA에 ‘중등도에서 중증 급성 통증’을 적응증으로 우선심사(우선검토)를 신청해, 2025년 1월 말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버텍스는 이미 대규모 상업화 준비에 착수해, 승인을 받는 즉시 미국 내 주요 약국 체인과 보험사 등에 원활히 공급한다는 계획이다.임상 3상에서 기존 오피오이드 계열인 ‘바이코딘(Vicodin)’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약간의 변수로 남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약군보다 유의미한 진통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높다.더욱이 미국의 NOPAIN 법안 통과로 비오피오이드 치료제의 상환 및 처방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향후 급성 통증뿐 아니라 만성 통증 적응증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4. 아피캄텐(Aficamten)개발사 - 사이토키네틱스(Cytokinetics)적응증 -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2030 예상 매출 - 28억 달러사이토키네틱스의 아피캄텐은 심근 마이오신 억제제 계열로, 현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보유한 ‘캠지오스(Camzyos)’의 경쟁약으로 지목된다. 일찍이 노바티스 등과의 인수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결렬됐고, 사이토키네틱스가 단독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출시를 추진 중이다.FDA에는 2025년 9월 말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며, 유럽 규제당국에도 허가 신청이 들어간 상태다. 심장전문의들이 주로 처방하는 환자군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대규모 영업 인프라 없이도 성공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사이토키네틱스는 아피캄텐이 캠지오스 대비 치료 효과의 발현 속도와 안정성 면에서 우위를 가진다고 주장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임상 3상 추가 데이터가 2025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업계 내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5. 브렌소카팁(Brensocatib)개발사 - 인스메드(Insmed)적응증 - 호중구(백혈구) 매개 질환, 특히 비낭성 섬유증 기관지확장증 등 2030 예상 매출 - 28억 달러5위 인스메드의 브렌소카팁 역시 첫 적응증으로 ‘비낭성 섬유증 기관지확장증(Non-CF Bronchiectasis)’에 대한 FDA 신청을 마친 상태다. 올해 3분기 중으로 우선심사를 받아 출시를 기대하고 있으며, 유럽·영국·일본 등에도 순차적으로 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브렌소카팁은 DPP1을 억제해 백혈구 중 호중구를 표적으로 삼는다. 호중구가 과활성화되면서 지나치게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조직을 손상시키는 기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호흡기 악화(폐 악화) 발생률을 19~21%가량 낮췄을 뿐 아니라, 안전성 프로파일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관지확장증 치료제’로서는 처음 도출된 유의미한 대규모다.인스메드는 이 외에도 만성 비염·부비동염(코 관련 질환), 화농성 한선염(피부질환) 등 다양한 호중구 매개 질환으로 적응증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밸류에이트는 브렌소카팁이 이러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2030년 약 2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남은 과제이벨류에이트가 선정한 2025년 최고 기대 신약 상위 10개 모두 다양한 기전을 기반으로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여러 중증·만성 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모든 신약이 실제로 허가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하며, 예상 매출이 예측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 신약이 잇따라 시장에 안착한다면, 향후 5~10년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큰 폭의 매출 성장과 기술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비오피오이드나 혁신 항암제, 희귀질환 분야처럼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에서는 업계 전반의 관심과 협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새로운 기전과 확장된 적응증으로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치료 혜택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며, 규제기관과 보험사의 보상 체계 역시 이 같은 혁신적 신약들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윤수
202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