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뷰티
서울 북촌 뷰티 플랫폼 '와이레스' …'힙'한 인디 브랜드 집합소
멀티밤 '가히'를 만든 유통회사 코리아테크가 새로운 뷰티 플랫폼을 들고 왔다. 이름은 와이레스(YLESS). 뷰티 편집숍의 외형을 갖췄지만 들여다 보면, 코리아테크가 기획부터 참여한 스타트업 브랜드 20개가 모인 브랜드숍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북촌 와이레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회사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품질이 좋지만 기반이 부족해 기존 유통 환경에서 기를 펴기 힘든 인디 뷰티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생각으로 와이레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가히 멀티밤을 히트시키면서 오히려 업계에서 인디 뷰티 브랜드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제품이라도, 기존 유통 채널에 들어가서 판매 하려면 그 채널에서 요구하는 가격, 구성, 성분 등 여러 면에서 타협을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제품들이 다 비슷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관계자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브랜드 기획부터 제품 개발, 론칭까지를 자체 플랫폼에서 한꺼번에 해보자는 결정을 했다”면서 “마케팅비, 유통비 등 거품을 싹 걷어 내고 그 비용을 제품에 모두 투자해서 재미있고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힙'한 제품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이렇게 탄생한 와이레스의 매장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바로 픽업하는 콘셉트로 구성돼 있다. 농산물 생산지 직송과도 같은 개념이다. 화장품 용기부터 패키지, 단상자 모두 디자인적 요소를 최소화해 그 느낌을 더하면서도, 비용을 아꼈다.현재 HIKA, NatueSans, TonFlow 등 총 20개의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코리아테크가 직접 브랜드의 기획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상 모두 자사브랜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뷰티 기업에서 스타트업 형식의 신규 브랜드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와도 형태가 유사하다.이미 시장에 출시된 브랜드를 입점시킬 생각은 ‘아직까진’ 없다고. 기획부터 론칭까지 함께 해야 각종 '거품'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원브랜드 숍이나 뷰티 멀티숍 개념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취급했던 아리따움과 같은 브랜드숍과 비슷하지만, 오프라인보단 모바일 앱이 중심이며, 모든 브랜드가 실험적인 인디 뷰티 브랜드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제품 수는 1000여개에 달한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제품 종류를 찾아볼 수 있다. 버블 팩 토너, 립 플럼퍼 등 제형과 사용감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들도 있다. 베이스 제품들은 다양한 피부톤을 커버할 수 있도록 쉐이드를 다양하게 출시했으며, 아이팔레트 등 메이크업 라인 역시 백화점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과감한 색조를 함께 선보였다. 대부분 제품의 제조는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에서 맡았다. 가격대는 1만원 이하부터 5만~6만원대까지 포진돼 있다. '저가 전략' 대신 명품 화장품 수준의 퀄리티를 제공하겠다는 개념이다.와이레스가 취급하는 제품들은 '윙크'라인과 '퍼스트 트라이' 라인으로 나뉜다. 윙크 라인은, 명품 화장품의 유명 제품들과 콘셉트가 유사하지만, 훨씬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구성됐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이미 성행하고 있는 '듑(Dupe, 복제상품 또는 미투상품)'을 한 라인으로 따로 꼽았다. 퍼스트 트라이 라인은 새롭고 신선한 제형과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힙'한 제품군을 모았다.타깃층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다.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의 위치를 북촌 한옥마을 근처로 선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 오후에도 와이레스 매장 근처는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과 북촌 일대를 관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매장 맞은 편엔 단체관광객을 태우는 관광 버스가 서기도 한다.와이레스 매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한옥 카페 ‘지음당’이다. 매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매장 1층에 한옥 3채를 터서 만들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즐긴 후 카페에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뷰티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다.코리아테크는 와이레스 매장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뻔하지 않고 재미있는 코리안 인디뷰티를 선보인 후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자체 앱을 함께 출시했다. 앱에서 와이레스가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매달 40~50개씩 새로운 제품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혀갈 예정이다.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와이레스는 모바일 앱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론칭 했지만, 매장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 북촌 와이레스 매장을 플래그십 스토어로 두고, 실질적인 사업은 모바일 앱을 통해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패션 플랫폼 등이 뷰티 사업을 시작하며서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인 셈이다.관계자는 "코리아테크의 해외유통망을 통해 화장품 플랫폼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거친 후 시작했기 때문에 매장을 늘리지 않고 앱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자신한다"며 "플랫폼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매출, 구매전환율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데이터를 쌓아 홍보 방향에 반영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인디 뷰티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 형태의 플랫폼은 최근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와이레스처럼 그 뷰티 브랜드들의 시작부터 함께 해 한 지붕 아래 모아 놓은 경우는 꽤 낯설다. 매장 1개를 두고 국내외에서 온라인 판매를 한다는 전략도 신선하다. 보통의 인디 뷰티 브랜드들처럼 저가 정책을 취하고 있지도 않다. 아직 성공을 자신할 수 없지만, 성공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뷰티 유통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와이레스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박수연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