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의료기기
조기 진단·치료 중요한 ‘소아 근시’, “이젠 한국형 치료 가이드라인 필요”
근시는 눈에 들어간 빛이 망막보다 앞에서 초점을 맺는 굴절이상으로, 먼 곳에 있는 물체를 뚜렷하게 보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근시의 발생과 진행에는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근시는,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국민건강보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근시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28만 7438명이며 이 중 0세에서 19세 사이 소아 청소년 환자 수는 70만 9310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55%에 달한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들 소아 청소년 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와 같이 심각해진 한국의 소아청소년 근시 유병률과 함께 그 치료법도 꾸준히 관심 받고 있지만, 소아청소년 근시에 대한 협의된 표준 치료법 혹은 확실한 관리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에 한국사시소아안과 학회(KAPOS)는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소아근시연구회)를 창립, 소아기에 발생하고 진행하는 근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약업닷컴은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 총괄이사이자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백승희 센터장을 직접 만나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소아 청소년 근시의 현황과 치료 트렌드, 그리고 국내외 근시 현황과 한국형 근시 치료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봤다.아래는 일문일답.Q.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근시는 예전부터 있었고 원래 많았던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근시가 굉장히 어린 나이에 시작하여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이에, 소아청소년 시기에 근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관련 연구회로서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가 탄생하게 됐다.소아 근시 관리 솔루션들은 여러 가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시작하고, 무엇을 모니터링하고,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어떤 시도를 할 수 있는지가 아직 확실히 정립된 것이 없다.국내에선 해외의 임상 연구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하는데,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 환자들의 치료 반응을 보면 반드시 해외 데이터와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점에서 국내 근시환자를 치료한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분석을 통해 일관성 있는 한국형 소아 근시 치료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소아근시연구회의 현재 목표 중 하나다.Q. 소아 청소년 근시의 특징과 환자 양상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일반적으로 소아기에 발생하는 근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만 6세경에 시작해서 성장이 끝나는 시기까지 진행된다.근시가 이미 많이 진행한 상태에서는 근시 정도를 다시 줄이지 못하므로 빨리 발견해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대부분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시작하며 시력에 이상을 느끼는 경우 병원을 방문, 검진을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전에 비해 선제적으로 검진을 통해 빠르게 치료에 돌입하는 부모도 많아지고 있다.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근시 환자를 진찰하며 느낀 점은, 근시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나이가 확실히 전보다 어려졌고, 꽤 높은 도수로 오는 환자들이나 진행이 빠른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불과 7~8년 전만 해도 6, 7살 정도에 근시가 시작해 안경을 쓰면 1년에 0.5 내지 0.75 디옵터 진행하다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 되면 진행이 거의 되지 않아 더 이상 검진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살에 근시 진행이 빨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근시 진행이 계속돼 병원에 정기검진 오는 아이들의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Q. 소아 청소년 근시 유병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소아 청소년 근시의 주요 위험 인자에는 유전과 환경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아직 정확한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없지만, 부모 중 한 명 또는 양쪽 모두 근시인 경우 근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그러나 지금 이렇게 진행이 많이 되는 것은 단지 유전적인 영향만은 아니고 환경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다 사료된다. 휴대용 기기를 통한 독서 및 게임과 같은 장시간 근거리 작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어든 야외 활동 등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Q. 근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근시가 한번 생기면 근시를 없앨 방법은 없다. 예전에는 근시가 보통 6~7살부터 진행을 시작해서 12살 정도면 어느 정도 멈춘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더 이른 나이부터 진행하기 시작하고, 14살 15살까지 계속 진행되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18살 ~ 20살까지도 근시 진행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으 첫 번째는 특수안경 착용이 있다. 일반 안경이 아닌, 근시 억제 전문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데, 전문 렌즈는 렌즈 주변의 굴절률을 조작해 근시 진행을 억제한다.두 번째 방법으로는 소위 드림렌즈라고 불리는 ‘OK렌즈’가 있다. 밤에 끼고 자면 각막을 눌러주면서 각막 굴절률을 교정한다. 낮 동안 안경이나 렌즈를 끼지 않고 시력 교정이 되는 효과와 더불어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 안경을 착용한 환자가 1년에 1디옵터 진행했을 것이라면, 드림렌즈를 착용했을 때는 0.5 디옵터 정도 진행한다는 식의 효과들을 발표한 논문들이 있다.다음으로 아트로핀이 있다. 1% 아트로핀을 사용했을 당시, 해당 용량은 부작용이 심해서 사용이 어려웠으나, 21세기 초반 싱가포르 스터디에서 0.01% 저농도 아트로핀도 근시 진행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면서 여러 가지 저농도 아트로핀 안약이 사용 중이다. 마지막으로 원데이 소프트 콘택트렌즈 마이사이트가 있다. 낮에 쓰는 일회용 렌즈 형태다. 마이사이트는 시력 교정과 소아 근시 진행 완화 두 가지 효과로 최초이자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일회용 소프트 콘택트 렌즈로, 3년간의 임상 연구를 통해 소아 근시 진행 속도를 평균 59% 감소시키고 안축장 성장을 평균 52% 감소시킴이 입증됐다.하지만 소아 근시 진행 완화를 위해 항상 강조하는 것은 생활환경의 변화다. 근거리 작업할 때 너무 가까이 보지 말기, 근거리 작업 20~30분마다 멀리 보면서 눈 풀어주기, 걸으면서 혹은 흔들리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 보지 않기 등 생활 환경 속에서 근시가 생기지 않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Q.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에서 소아 근시 치료 표준 지침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는데, 중점이 되는 내용은 무엇인가?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국내외 연구를 리뷰하고 다기관연구회를 통해 우리나라 데이터를 분석해 근거 중심의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소아 근시 관리 및 치료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이러한 연구회 활동을 통해 국민과 의료 전문가들에게 근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고, 근시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이러한 내용을 통해 근시의 예방과 관리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리고 정부 정책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Q. 소아 근시 치료 표준 지침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소아근시연구회는 TF를 결성해 자체 워크숍을 개최하고, 근시 억제 방법들의 원리와 최신 연구 동향 등을 살펴보고, 다기관연구회가 국내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등 다각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또한, 10월 APMMS(아시아 태평양 근시 관리 심포지엄)을 쿠퍼비전과 공동 주최하여 국내의 근시 치료 양상에 대한 내용 공유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근시 관리법과 치료 방법, 다양한 임상 연구 자료들을 발표하고 나누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APMMS는 국내 의료진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의료 관계자가 모여 소아 청소년 근시에 관해 심도 있고 유익한 자료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며, 소아 청소년 근시의 패러다임 변화와 탐구를 바탕으로 국내 소아근시 치료표준지침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Q. 소아 근시에 대해 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근시를 단순한 시력 저하로 취급하고 일반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치료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근시 환자가 일반 안경을 쓰면 멀리 있는 물체를 잘 보이게 할 뿐, 근시가 개선되거나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자녀의 나이가 어리다며 근시 치료 시작을 꺼리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근시의 원인인 과도한 안축장의 성장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근시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보여 지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한다.안과의사들은 최대 교정시력이 유지되면 눈이 ‘나빠졌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근시 진행 양상을 보면 눈이 ‘나빠진다'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그 이유는 고도 근시는 정말로 비가역적인 시력 손상을 일으키는 심각한 안과질환들의 강력한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고도 근시는 망막박리나 녹내장 같은 심각한 안과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망막박리나 녹내장은 보통 나이 들면 생기는 질환이다. 망막박리는 유럽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데, 아시아 계통을 보면 20대같이 젊은 나이대에 망막박리 피크가 하나 더 존재한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존재하는 피크는 고도 근시와 연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근시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소아기때만 가능하다. 나이 들어서는 근시 진행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기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안과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4세 영유아 시력 검진부터, 이상이 있다면 즉시 시 안과 검진이 권장되며, 정확한 검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윤수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