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약학
[인터뷰] "한국병원약사회의 보배" 손현아 사무국장의 30년 이야기
"지난해 연말, 어머니가 별세하셨을 때 많은 분들이 위로와 덕담을 해 주셨는데, '대체불가'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빛나는 자리에 있진 않지만, 사회에 쓰임이 되고 여러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또 그것을 알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나름 잘 살아온 거 같고, 어머니도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습니다."한국병원약사회의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손현아 사무국장의 말이다.손 사무국장은 지난 1994년 입사해 올해 근속 30주년을 맞이했다. 병원약사 직능단체인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에서 30년을 근속한 사람은 손 사무국장이 처음으로, 지금까지 함께한 회장만 11명이다. 한국병원약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인 손 사무국장을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국병원약사회관 7층 회의실에서 만났다.Q. 한국병원약사회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손현아 사무국장 :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약사, 전문약사 2년 수련과정을 마치고 정규 발령을 기다리던 중 당시 병원약사회 부회장이셨던 조남춘 서울대병원 약무과장님의 제안으로 상근약사의 2개월 출산휴가 빈 자리를 메꾸려 1994년 3월 21일 자로 입사하게 됐다. 이후 상근약사가 육아 문제로 사직하게 돼 계속 근무하게 됐다.Q. 약사로서 병원약사회 사무국 외 진로도 고민해보셨을 것 같다.손 사무국장 : 사회약학과 보건정책 쪽에 관심이 있어서 1996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들어가 보건정책을 전공했고,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전문약사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를 썼다. 유학 갈 생각도 있었는데, 결혼을 하게 되며 자연히 그 꿈은 접게 됐다. 또 병원약사회에 근무하면서 알게된 분들께 제약사나 벤처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영리기업 쪽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거절했다.Q. 보람차거나 기억에 남는 회무를 꼽자면. 손 사무국장 : 1999년부터 '법인화 추진 TF'를 만들어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 2003년 11월 총회에서 보건복지부 담당과장이 법인설립허가증을 보여준 게 기억에 남는다.또 재단법인 병원약학교육연구원 설립도 2003년 처음 제안, 법인 설립 허가까지 8년 정도 소요됐는데 우여곡절 끝에 얻은 성과라 감격스러웠다.2007년 '전문약사 TF'를 만들고 규정 제정을 시작으로 2010년 전문약사제도 첫 시험 실시, 2020년 약사법 개정으로 국가 전문약사제도가 도입되고 지난해 12월 국가 자격시험을 처음으로 실시한 것도 가슴 뿌듯한 일이었고, 설립초기부터 30년 이상 기금을 적립해 2020년 병원약사회관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식을 가졌던 것도 손에 꼽을 일이다.그리고 의약분업 앞뒀던 1999년 12월 당시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병원약사회 역사상 최초로 병원약사대회 궐기대회를 했던 것도 잊을 수 없고 2006년 11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병원약사대회를 평소와는 다르게 올림픽홀에서 명랑체육회를 비롯, 전체 회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행사로 개최했던 것도 특별한 기억이다.이밖에 2021년에 재단 설립 10주년 기념집에 이어 지난해 사단 40년사를 발간하면서 재단 및 사단 초기 자료 조사 및 정리와 더불어 일부는 직접 원고를 작성했는데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고, 사단과 재단이 오늘날과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제가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흐뭇하고 뿌듯했다.Q. 병원약사회의 사업이 커지며 사무국도 몸집을 키우며 변화해왔는데.손 사무국장 : 병원약사회는 연구 및 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1년에 (재)병원약학교육연구원(이하 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병원약사회(사단) 및 재단 양쪽 사무국을 총괄하고 있다보니, 모든 사업을 처리하기 벅차고 약사의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도 나날이 증가됐다. 대표적으로 식약처가 2017년부터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기반 구축을 위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중심으로 현장 의약품 수급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병원약사회도 센터로 지정돼 2017년부터 정식 계약 체결하고 공급중단/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시작했다. 2021년 이영희 회장님 시절, 재단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약사 1인과 사단 약사 1인 충원을 결정하셔서 2022년 2월에 재단 관리자로 이형순 차장을 먼저 채용했고, 그해 5월에 사단 약사도 1명 충원했다. 해당 사단 약사의 사직으로 올해 1월 후임 약사를 채용했다. 현재 재단의 이형순 차장은 재단 관리, 병원약제부서 실태조사, 연구논문 및 학술상 등 재단 실무 총괄하는 동시에 정부기관 용역연구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사단의 서은영 대리는 보험, 약무정보, 표준화, 환자안전·질향상 4개 위원회 업무를 하며 복지부가 주관하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 민관협의체 회의 참석을 비롯, 희귀필수의약품센터 관련 현장 수급모니터링 센터 실무자로서 역할 맟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 실무도 담당하고 있다. 또 올해 4월부턴 직전 회장을 역임한 이영희 전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 병원약사 인력 기준 법 개정안 마련, 병원약제수가 개선, 약사연수교육 평점체계 개선, 간호법 및 간호사 시범사업 관련 사항 등 병원약사 현안 및 정책 관련 업무를 중점 추진하고 있는데, 이 차장과 서 대리가 함께 협력해 수행하고 있다. 병원 근무를 하며 회무를 같이 수행해야 하는 병원약사회 임원들의 시간적 제약을 상임고문님의 영입으로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Q. 병원약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다.손 사무국장 : 1994년 입사 시점부터 2000년 5월 갑목빌딩 사무소로 이전하기 전까진 저랑 여직원 2명이서 근무했다. 그러다 직원이 점차 늘어 지금은 사단과 재단 사무국 합쳐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규모 직장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지만,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일조했다는 보람이 크다. 사무국 실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며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다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병원약사회 초창기 임원 분들이 ‘병원약사회의 보배’라며 미국병원약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한 J.Oddis(Joseph A.Oddis) 상근부회장처럼 되라고 해주셨는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작은 조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병원약사회 사무국에 근무하는 약사는 나 하나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일을 했다. 사무국에는 12명이 근무하지만 전국 회원이 약 5,000명이고, 임원이나 약제부서장 등 다양하게 회무에 참여하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과 늘 소통하고 있다. 그 중엔 병원약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오랜 세월 열정적으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든든하다. Q. 30년 간 병원약사 역할과 업무 등 위상 변화를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고견 부탁드린다.손 사무국장 : 예나 지금이나 병원 약제부는 지하에 많이 있고, 입원환자들이 약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약국으로 이직한 약사들이 많이 발생해, 의약분업 전 2,200여명에서 분업 직후 1,500명으로 회원수가 급감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회원 수는 지속 증가해 5,000명을 바라보고 있다. 약학대학 6년제 실시 후 약학대학생 설문조사 결과, 병원약사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약사 업무를 살펴보면, 과거 조제 위주의 물질 중심 업무에서 환자 중심의 임상약제업무가 확대 발전돼 왔다. 특히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은 외래환자 대상 업무의 대폭 축소와 입원환자 중심의 업무로 재편되는 계기가 됐고, 환자중심의 다학제팀 활동이 확대돼 약사도 다학제팀 일원으로 환자 서비스를 수행하는 업무가 늘어났다. 아울러 전문약사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질환(암, 장기이식, 심혈관, 내분비)이나 환자(노인, 소아, 중환자) 중심의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업무가 늘어났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주도해 지난달부터 시작된 항생제 적정사용관리(ASP) 시범사업의 경우, ASP에서 약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해 전담약사가 있어야만 ASP 시범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2027년 이후엔 반드시 국가 자격의 감염 전문약사가 필요하다고 업무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다. 앞으로는 전문약사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리라 생각한다.국가 전문약사제도의 도입,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 지정 등과 맞물려 앞으로 의료기관 다학제팀에 전문약사의 참여가 더 확대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업무별 전담인력 확보 및 합리적인 수가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Q. 마지막 한마디.손 사무국장 : 병원약사회 설립 초기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병원약사회 임원 분 대부분은 병원의 약제부서장이나 관리자로 현업에 있으면서 무보수로 봉사하고 계신다. 병원약사로서의 책임감, 사명감, 병원약사 업무 발전과 위상 강화를 위해 후배 병원약사들에게 좀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헌신하신 분들이 많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병원약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배 약사들과 현재 병원약사회 임원 분들께도 존경심을 담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함께 일하고 있는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병원약사회 사무국은 직원 수는 적지만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10~20년 근속한 직원들을 비롯해 각자 맡은 일들을 잘 해 주고 있고, 임원 분들이 다른 단체와 비교해 병원약사회 사무국이 일을 잘 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사무국장으로서 뿌듯하다.또 제가 딸이 둘인데, 아이들이 어릴 때 주말에 교육이나 워크숍이 있거나 주말에도 출근해 급한 일들을 처리해야 할 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다. 바쁜 엄마 때문에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일하는 엄마를 보며 직업인으로 살아나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교육시키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바쁜 엄마 탓에 아이들이 알아서 스스로 할 일을 잘 하고 잘 자라준 게 참 고맙고, 또 야근이나 주말 근무 등으로 바쁜 저를 대신해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고 저를 이해해준 남편이 있었기에 제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전하연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