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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작은 우리 아이, 성장호르몬 치료 괜찮을까?
소아청소년의 성장은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잠재적인 건강 문제가 있을 경우 성장곡선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진료에 있어 정기적이고 정확한 성장 평가가 필요하다.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키의 증가와 큰 키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아이와 부모 모두 작은 키에 대한 육체적, 심적 부담이 있는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신장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그 원인 규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저신장은 키가 같은 연령 및 성별의 소아 평균보다 3백분위수 미만인 경우 해당된다. 이는 질병은 없으나 유전적인 성향 및 체질적으로 키가 작은 정상 변이 저신장, 골격계 자체의 문제로 인한 1차성 성장장애, 그리고 외부의 환경적 원인으로 인해 키가 작은 2차성 성장장애로 나눌 수 있다.키가 작아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소아는 정상적으로 키가 작은 특발성 저신장(Idiopathic short stature, ISS)인 경우가 많으며, 통상적으로 약 70%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발성 저신장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성장호르몬을 배, 팔, 허벅지, 엉덩이와 같은 부위의 피하조직에 주사하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있다. 2016년 미국 소아내분비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특발성 저신장 소아에 있어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 치료의 이점과 위험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하도록 조건부로 권고하고 있다.성장호르몬은 전 세계에서 약 20만 명(2022년 기준)에게 약 30년 이상 사용되었으며, 투여 종료 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으로는 부종, 두통, 척추측만증 악화, 대퇴 골두-골단 분리증 등이 보고되었으나, 이러한 부작용은 성장호르몬 자체보다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 자체의 특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반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성장호르몬 처방이 급증하면서 성장호르몬제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이에 약업닷컴은 최근 남양주에 위치한 삼성키울성장소아청소년과의원 송아리 원장을 만나 저신장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살펴보고, 올바른 성장호르몬 치료 방향, 그리고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 등에 대해 알아봤다.아래는 일문일답.Q. 소아 성장 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건강한 소아는 연간 4~6cm 정도 성장하며, 사춘기에는 성장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러한 성장 속도 저하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이 ‘성장 평가’다.소아과에서 매년 실시하는 영유아 검진을 통해 아이의 키와 체중을 측정하고,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 속도가 정상 범위보다 느리다고 판단되면, 내분비적 문제나 기타 건강상의 이상이 없는지 검사가 필요하다.Q. 저신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저신장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아이의 건강 문제로 인해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신장이 나타날 수 있다.저신장의 원인으로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갑상선 지능저하 등과 같은 내분비질환, 부모의 키가 작아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 가족성 저신장, 매우 드물게는 골격 이형성증, 연골 무형성증, 골간단 연골 이형성증과 같은 골격계 이상 등이 있다.또한, 체질성 성장지연을 겪는 아이들도 있으며, 이 경우 정상적인 패턴보다 늦게 성장하게 되는데, 실제로 저신장에 해당하는지, 혹은 이후에도 키가 작을 가능성이 높은지 감별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이 외에도 당뇨병, 만성 신질환, 만성 염증성 질환 등의 기저질환이나 영양결핍 등은 저신장을 유발할 수 있다.Q. 저신장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저신장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예를 들어, 갑상선 호르몬에 문제가 있다면 갑상선 호르몬 약제를 투여하고, 영양 결핍이 원인이라면 영양 상태를 교정해야 한다. 만성 신질환은 신장 관련 질환을 치료하고, 만성 염증이 원인이라면 그 원인에 대한 치료를 통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시되며,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키가 크지 않을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Q. 저신장을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저신장의 정확한 원인을 평가하기 위해 성장판 엑스레이,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한다. 성장판 엑스레이를 통해 뼈 나이를 평가하고, 골격계 이상 여부, 체질성 성장 지연 등을 확인할 수 있다.또한, 혈액 검사를 통해 염색체 이상, 영양학적 문제, 심한 빈혈, 간, 콩팥 기능 등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만약 혈액 검사에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추가적으로 성장호르몬 유발검사를 시행한다.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성장호르몬 유발검사는 단순히 1회 채혈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연속적으로 채혈하여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는지를 평가한다.Q. 최근 저신장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데?예전에 비해 성장 관련 의원, 소아 내분비 전문의를 찾는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영유아 검진을 통해 키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패턴이 발견되면, 즉시 진료를 보러 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과거에는 키가 클 때까지 기다리거나, 비만한 아이들은 더 지나면 키로 갈 거라는 인식이 있었던 반면, 현재는 보호자들이 사전에 의학적 정보를 찾아보고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연간 4cm의 성장을 보이지 않거나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이 아니더라도 작다고 판단되면 내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소아 내분비 전문의의 수가 예전 대비 증가하면서 의료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환자 수가 늘어난 요인이라 볼 수 있다.Q. 성장호르몬 치료제 오남용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오남용은 어떠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나?성장호르몬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물고,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1985년부터 약 40년 가까이 사용되어 온 치료로, 부작용과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현재까지 명확히 규명된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다만,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성장통을 겪거나 척추측만증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공복 혈당이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당뇨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체내 수분 저류로 인해 부종이나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미한 반응들은 있을 수 있으므로 면밀한 관찰과 처방이 중요하다.성장판은 몸 전체, 뼈마다 존재하므로 모든 부위가 비례해 성장한다. 따라서 특정 부위만 발달할 가능성은 없다. 만약 성장판이 닫힌 성인에서 고용량의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 말단비대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성장판이 모두 열려 있는 소아는 치료 용량을 적절히 조절하여 사용하며, 성장 속도와 혈중 성장 인자 레벨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치료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 현장에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드물다고 보면 된다.Q. 그렇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는 안전하다는 건지? 장기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는지?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일부는 만성 신부전이 있거나, 뇌 시상하부 혹은 뇌하수체 방사선 치료를 받은 뇌종양 환자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환자들은 다른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성장호르몬과 함께 다른 호르몬제를 병행 치료한다.대부분의 건강한 아이들은 부작용이 극히 드물며,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관찰된 부작용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이 성장호르몬 치료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여러 치료제들이 상용화되어 있는데, 그 중 지노트로핀은 장기간의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다.Q. 특발성 저신장은 성장호르몬 치료 적응증에 포함되지만, 정작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권장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오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발성 저신장 환자에서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최종 신장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보고가 있다.또한, 아이가 작은 키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가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아직까지 특발성 저신장의 원인에 대하여 정확히 진단할 방법이 없지만, 성장호르몬 치료가 아이들의 키를 개선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Q. 성장호르몬 치료는 몇 세부터 진행하게 되는지?성장 속도가 많이 느리거나 성장호르몬 결핍 및 부당경량아로 태어난 아이는 진단 후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부당경량아는 만 4세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이 아이들은 호르몬 저항성이 있어 성장호르몬이 몸에서 잘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 4세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성장호르몬 결핍은 대부분 5~6세 무렵에 진단되며, 진단 후에는 치료 약제를 통해 성장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특발성 저신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성장 패턴을 관찰하며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그 시기까지도 성장 패턴이 느리다면, 그때부터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특히,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성장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Q.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최근에는 잘못된 정보나 공포감을 조장하는 글들이 많아 환자와 보호자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또한, 성장호르몬 치료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소아 내분비 학회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권고 사항을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치료를 적절히 수행하고, 환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Q.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성장호르몬 결핍증, 부당 경량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치료 급여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보호자들이 많다.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는 아이의 최종 키 개선뿐 아니라 대사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이다. 따라서 필요한 아이들이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가 잘 전달되고 보호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최윤수
202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