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뷰티
2024 뷰티 이슈는 '포괄성'에서 출발
2024년, 뷰티 업계에선 다양한 이슈들이 주목 받았다. 글로벌 트렌드 플랫폼 뷰티스트림즈가 꼽은 올해 업계 내 주요 뉴스 및 트렌드를 살펴보면 성별, 나이, 인종 등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포용력·포괄성 이슈가 많은 부분을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여성의 힘 : 유리천장을 깨다최근 많은 뷰티 기업이 여성을 임원으로 임명했다. MBS Group, CEW UK, ScienceMagic. Inc 등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뷰티 업계 임원의 3분의 2는 여전히 남성이다. 뷰티스트림즈는 잇따른 여성 임원 발탁을 편중 현상 완화를 위한 노력으로 해석했다.한 예로 후다 카탄(Huda Kattan)의 복귀를 들었다. 카탄은 2019년 사임한 후 2024년 2월 CEO로 복귀했고, 이후 리브랜딩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지난해 1월엔 조반나 폴로니(Giovanna Paoloni)가 산타마리아노벨라(Officina Profumo-Farmaceutica di Santa Maria Novella)의 CEO로 임명됐다. 라프레리 그룹(La Prairie Group AG)은 에스티로더 임원 출신인 에스텔 레탕(Estel Létang)을 CEO로 임명했다.여성 주도 문화를 고수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유니레버는 메리 카르멘 가스코-부이송(Mary Carmen Gasco-Buisson)을 바실리키 페트루(Vasiliki Petrou)의 후임으로 정하면서 프레스티지 사업부의 수장으로 다시 한 번 여성을 선택했다. 딥티크도 파비엔 모니(Fabienne Mauny)에 이어 로렌스 세미촌(Laurence Semichon)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장수(Longevity)와 노화인간의 수명 증가와 함께 '장수(Longevity)' 개념은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랜드들 역시 건강한 노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맥킨지가 중국·미국·영국 전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 소비자의 60% 이상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답했다.에스티로더는 지난 6월, 중국 하이난에 피부 장수 연구소를 설립했다. 판매 공간은 물론 개인 상담 공간도 마련돼 있다. 브랜드의 독점적인 'Sirtivity-LP' 기술이 적용된 '리-뉴트리브(Re-Nutriv)'를 중심으로 노화 징후를 예방하고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202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뷰티스트림즈의 비영리 단체 '오픈스트림즈 재단'은 12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노화 포럼'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글로벌 뷰티 산업 서밋을 개최했다. 고령화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초점을 둔 포럼이다. 주요 뷰티 기업, 협회, 언론, 무역 박람회 단체의 국제 전문가들이 모여 고령화, 건강, 장수의 사회적 영향 등을 주제로 토론을 펼치고, 고령 소비자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혁신 방법 등을 모색했다.오픈스트림즈 재단과 뷰티스트림즈의 설립자 겸 CEO인 란 부(Lan Vu)는 서밋에서 "시장의 진화하는 요구를 충족하는 공동 목표를 식별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선 대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서밋은 열린 교류를 우선시함으로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하며 책임감 있는 뷰티 산업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성분 혁신 : 포괄적인 아름다움뷰티 산업에서 포괄성·포용성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2024년엔 점점 더 많은 제조 업체가 연령, 인종, 성별, 피부톤별 제품 연구 및 개발에 돌입했다. 성분 연구에 있어서도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하고 빛나는 안색'이 중심 과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디에스엠퍼메니쉬(DSM-Firmenich)는 브랜드 ETERWELL™ YOUTH가 '건강한 노화를 위한 토털 솔루션'이라고 소개한다. 노화된 세포 또는 '좀비 세포'를 제거해 주름 발생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과 부드러움을 증가시키며 피부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지보단(Givaudan)의 Illuminyl™ 388은 '피부를 밝게 하는 프로바이오틱'을 표방한다. 지보단은 이 활성 성분이 2%의 비타민C보다 피부색 개선에 더욱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테스트를 위해 4가지 피부 유형으로 구성된 200명 이상의 인원에 심층적 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2주 만에 피부톤과 광채를 개선하고, 1개월 만에 색소 심착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다.스위스 제조업체 RAHN이 개발한 성분 ILLUMISCIN®-GLOW는 색소침착, 발적을 줄이고 피부 밝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조장의 보리 새싹에서 얻은 호르다틴에서 유래한 재활용 원료다. RAHN은 다양한 인종의 피부 그룹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성별과 인종 등 모든 유형에서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용기 혁신 : 용해 가능 디바이스다양한 원료가 혼재된 복합플라스틱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불린다. 수명이 다한 뷰티 디바이스 역시 폐기물의 환경 영향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술 스타트업 펜타폼(Pentaform)은 물에 녹는 뷰티 디바이스를 개발해 선보였다.이준상과 사무엘 왕사푸트라(Samuel Wangsaputra)가 설립한 펜타폼은 생체적합성 및 수용성 폴리머 '아쿠아페이드(Aquafade)'를 컴퓨터 및 전자제품에 적용하면 환경 파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퇴비화 시설이 아닌 매립지에 버려지는 전자 폐기물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쿠아페이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아쿠아페이드는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을 때 물에 담그면 6~8시간 이내에 녹아 전자 부품만 재활용되도록 설계됐다. 펜타폼은 "아쿠아페이드가 전자 폐기물의 1%를 대체하면 14만t의 독성 및 발암 물질이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포라 키즈2024년은 어린이들이 본격적으로 뷰티 채팅에 뛰어든 해였다. 연초부터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세포라키즈(sephorakids) 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10대가 세포라 매장을 장악하는 과정이 공유되기도 했다.드렁큰 엘리펀트(Drunk Elephant) 등의 브랜드는 파스텔톤 패키지로 아이들을 사로잡았고, 어린이 피부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 판매 되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됐다.피부과 전문의 브룩 제프리(Brooke Jeffy)는 틱톡 게시물에서 너무 강한 제품을 사용해 '화학적 화상'을 입은 어린 소비자의 사례를 언급하며 "장기적인 피부 손상, 불편감, 피부장벽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선 안전하고 적절한 스킨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트렌드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일부 지역에선 어린이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화장품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약 390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웨덴 약국 체인 Apotek Hjärtat는 부모의 동의나 관련 피부 질환이 없는 15세 미만 고객에게 강한 피부 자극을 줄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AHA, BHA, 비타민 A, 비타민 C, 효소 껍질 성분 등이 포함된다.다시 주목받는 X세대X세대를 주목하는 뷰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서카나(Circana) 데이터에 따르면 프레스티지 뷰티 시장에서 X세대는 매년 약 103억 80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45~54세의 프레스티지 뷰티 지출은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강력한 소비력에 많은 브랜드가 X세대의 독특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2024년 론칭된 영국 브랜드 'And Begin'은 '개인 맞춤형 연령 갱신 스킨 케어'를 표방한다. 개인 맞춤 스킨 케어 브랜드인 Skin+Me 팀이 설립한 이 브랜드의 대표 제품은 '세럼 인 어 크림(Serum-in-a-Cream)'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피부 상태와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한 후 처방 성분을 포함한 개인 맞춤형 세럼 인 어 크림 제형을 추천받는다.밀라니 코스메틱의 CMO, 웨트 앤 와일드의 수석 부사장, 파파 앤 바클리의 CEO 등 뷰티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에블린 왕(Evelyn Wang)은 자신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백발 헤어 케어 라인인 '실버리스트(Silverist)'를 출시했다. 샴푸, 컨디셔너, 리브인 헤어 세럼 등을 판매한다. 왕은 뷰티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백발은 연령 차별, 성차별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다른 색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실버 커뮤니티와 그를 통해 얻는 정서적 지원"이라고 밝혔다.
김민혜
202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