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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물에 대한 속설 정리해보기

정재훈 약사

편집부

기사입력 2021-04-28 15:16     최종수정 2021-04-28 15: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카페인 음료도 수분 섭취에 포함된다. 차나 커피 속 카페인이 이뇨제로 작용하므로 수분 섭취에 도움이 안 된다는 속설은 틀렸다. 하루 종일 물 대신 차를 마시는 나라 사람들은 어쩌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차는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이다. 양으로 봐도 커피보다 차를 세 배 더 마신다. 카페인 음료로 수분을 섭취할 수 없다면 물 대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지구상에 생존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카페인의 이뇨 효과는 그리 강력하지 않다. 차나 커피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카페인 음료는 섭취 수분에 포함하면 안 된다는 속설의 시작은 1928년 캐나다에서 단 세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6년 더 채워 백년 되기 전에 틀린 이야기는 그만 하자. 덧붙이면 맹물이 아닌 음식으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식단에 따른 개인차가 있으나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이 전체 섭취 수분의 20% 이상이다.      

커피나 차로 약을 복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뜨거워서 그렇다. 약 먹을 때 물은 알약이나 캡슐이 식도에서 중간에 들러붙지 않고 위까지 쭉 내려갈 수 있게 돕는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는 한 번에 마시기 어렵다. 조금씩 마시면 그만큼 알약이 중간에 식도 점막에 달라붙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식도 점막에 구멍이 뚫릴 위험이 있다. 

안전하게 알약을 위까지 전달하려면 가급적 미지근한 물로 약을 삼키는 게 좋다. 커피나 차의 카페인도 문제가 된다. 감기약, 두통약, 근육통약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어서 카페인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약에 따라서는 카페인으로 인해 약효와 부작용이 증가하거나 반대로 약효가 줄어들기도 한다.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말도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물 2리터는 미국의 8x8룰에서 왔다. 매일 8온스의 음료를 8잔 마시라는 것이다. 8온스면 240ml이니까 하루 1920ml로 약 2리터가 된다. 하지만 언제 누가 시작한 권고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기억하고 전달하기 쉬운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이 아닌데도 전달력이 좋아 수십 년을 살아남았다. 스토리의 부정적 힘이다. 

2008년 미국 신장학회지는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속설을 낱낱이 팩트체크했다. 우선 물을 마시면 신장 기능을 향상시키고 독소를 제거한다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근거가 없다. 물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사구체여과율이 줄어들어서 신장의 청소기능이 감소한다. 다만 이 연구 결과도 장기간에 걸친 것은 아니므로 결론을 짓기 어렵다.

물을 많이 마시면 다양한 인체 장기에 남아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근거가 없다. 물을 천천히 마시면 단 시간에 마실 때보다 조금 더 천천히 빠져나가긴 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대부분 24시간에 걸친 짧은 시간을 본 것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알 수 없다. 

음료 중 거의 유일하게 술은 탈수를 일으킨다. 알코올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간다. 과음한 다음날 얼굴이 땅기는 느낌이 드는 것은 탈수가 원인이 맞다. 탈수 증상으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도 맞다. 하지만 반대로 탈수가 없는 사람이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신다고 피부가 더 촉촉해지진 않는다. 겨울에 물을 충분히 마셔도 핸드크림 안 바르면 손이 튼다. 

물을 많이 마시면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식전에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수프처럼 수분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식전에 먹으면 섭취 열량이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긴 하다. 2008년 비만 학회지에 실린 연구는 물 섭취량이 하루 1리터 이하인 비만여성을 대상으로 했다.(이 연구는 음료가 아닌 물 섭취량을 비교했다.) 

이들의 물 마시는 양을 하루 1리터 이상으로 늘리도록 하자 동일한 다이어트를 따르면서 하루 물 1리터 미만을 마신 경우보다 평균 2.3kg 더 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 음료 대신 물을 마시면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적게 먹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너무 큰 효과를 기대하지는 말자. 

끝으로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거나 갈증을 못 느끼는 만성 탈수가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 요약해보자. 목마르면 물마시자. 물 많이 마시지 말라는 주의를 듣는 경우에는 너무 많이 마시지 말자. 굳이 하루 8잔을 세가면서 마시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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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많이 마시지 말라는 주의를 듣는 경우' 가 어떤 경우일까요.

쭉읽어봤지만 물을 충분히 먹는게 좋다는 상식을 뒤집어봐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2021.05.06 15:02)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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