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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의한 혈전증 –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약물 알러지?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편집부

기사입력 2021-04-30 11:16     최종수정 2021-04-30 11:2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아스트라제네카 (AZ)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혈전증 (thrombosis) 때문인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AZ 백신의 접종 대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에서 허가받은 얀센 (Janssen; 미국에서는 회사명이 Johnson & Johnson으로 불린다)의 백신도 혈전증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의 연방정부는 이 백신의 접종을 약 1 주일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이 백신들이 어떻게 혈전증을 일으키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의학잡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되었고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을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혈전증이란 혈관내에서 피딱지(혈전)가 생김으로써 산소 및 영양소를 운반하는 혈액의 흐름이 막혀서 조직이 죽는 것을 말한다.  AZ 백신을 맞은 후 혈전증이 발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위 연구들에 따르면 혈전증은 첫 번째 접종 후 5-24일사이에 발생했다.  얀센 백신을 맞고 혈전증이 발생한 환자들도 접종 후 비슷한 기간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혈전은 주로 뇌정맥에 나타났지만, 내장 혈관, 다리 정맥, 폐정맥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는 백신에 의한 혈전증이 특정 장기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국소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전신적인 증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젊은 여성에게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영국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23명의 환자 중 40%는 남성이었으며 30%는 50세 이상이었다.  그런데, 이 두 백신에 의한 혈전증의 가장 큰 특징은 혈소판 수의 감소 (thrombocytopenia)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혈소판은 혈액내의 성분 중 하나로 혈전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즉, 혈소판은 혈전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혈액 성분으로 혈소판의 수가 적다는 것은 혈전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의 수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혈소판 수가 감소하면 일반적으로는 출혈의 위험이 증가한다.  그런데, 백신을 접종받고 발생한 것은 출혈이 아니라 혈전증이었다.  그러면, 왜 혈소판 수가 줄어들었을까?  그 이유는 혈소판이 혈전을 만드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즉, 혈소판을 혈전 만드는데에 많이 써 버려 혈소판 수가 적어진 것이다.  

이처럼 혈소판 수 감소와 혈전증이 함께 일어나는 현상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글 마지막 부분에서 설명하는 자가면역 HIT를 참조하기 바란다).  반면, 앞서 설명했듯이 혈소판 수가 감소하면 출혈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훨씬 더 흔한 현상이다.  그런데, 혈소판 수가 감소하면서 혈전증이 일어나는 현상은 항응고제인 헤파린 (heparin)을 투여했을 때 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를 헤파린이 유도한 혈소판 수 감소증 (heparin-induced thrombocytopenia; HIT)이라고 부른다.  

글머리에 소개한 연구들에 따르면, 백신 접종후 발생한 혈소판 수의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은 HIT과 유사한 과정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HIT에 의해 혈전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먼저 알아보자.  HIT에 의한 혈전의 생성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로는 헤파린, 혈소판 인자4 (platelet factor 4), 항체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보기로 한다.

헤파린은 시술, 수술할 때는 물론이고 혈관에 링거 같은 수액을 투여하기 위해 관을 삽입할 때 등 혈전 생성 방지의 목적으로 병원에서 아주 널리 사용되는 약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중 헤파린을 투여받지 않은 환자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헤파린은 분자 구조적으로 볼 때 그 구조가 크고 음이온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분자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해 헤파린은 우리몸의 혈액에 들어 있는 혈소판 인자4라는 단백질과 잘 결합할 수 있다.  이 혈소판 인자4는 혈소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양이온이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음이온은 양이온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음이온이 많은 헤파린은 양이온이 많은 혈소판 인자4와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헤파린이 혈소판 인자4와 결합하게 되면 혈소판 인자4의 구조가 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파린으로 인해 혈소판 인자4의 구조가 변해도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의 몸에서는 혈소판 인자4에 대해 항체가 만들어져 혈전이 생긴다.  

항체는 면역반응을 매개하는 단백질로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몸과는 다른 단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면 우리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따라서, 항체는 우리몸과는 다른 세균과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인지하여 이들을 죽임으로써 우리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몸이 항체를 만들도록 투여하는 것이 백신이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만든 단백질에 대해서도 항체를 만든다.  헤파린과 결합한 혈소판 인자 4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헤파린과 결합한 혈소판 인자 4에 대한 항체는 공교롭게도 혈소판과 반응하여 혈소판이 혈전을 생성하는데 소비되도록 만든다.  

따라서, HIT으로 혈전증이 발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헤파린이 혈소판 인자 4와 결합 → 2) 혈소판 인자 4의 구조 변형 → 3) 혈소판 인자 4에 대한 항체 생성 → 4) 혈소판이 혈전 생성에 소비 → 5) 혈소판 수 감소와 혈전증 발생

AZ 와 얀센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들도 일부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혈전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즉, 백신의 성분이 혈소판 인자 4와 결합함으로써 혈소판 인자4 구조의 변형과 이에 대한 항체 생성을 유도하여 혈소판을 혈전생성에 사용하도록 하여 혈전증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 때, 혈소판 인자 4와 결합하는 백신의 성분은 아데노바이러스 (adenovirus)의 DNA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들과 달리 AZ 와 얀센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들은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 아데노바이러스의 DNA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DNA가 혈소판 인자 4와 결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헤파린처럼 DNA도 그 구조가 크고 음이온이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헤파린을 투여받은 적이 없는데에도 혈소판 수의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자가 면역 HIT – autoimmune heparin-induced thrombocytopenia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가면역 HIT는 헤파린을 투여받지 않았음에도 혈소판 수의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헤파린을 투여받은 뒤 일어난 HIT보다 백신에 의한 혈전증에서 혈전이 발생과정과 좀 더 유사하다.  그래서, 글머리에 소개한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백신에 의한 혈전증이 자가 면역 HIT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직까지 혈전증과 뚜렷한 연관이 보고되지 않은 파이자나 모더나의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백신들은 미국의 사재기로 당분간 다른 나라에 다량으로 공급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 백신들이 공급되기 전까지는 AZ 백신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AZ 백신의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데 위의 연구결과들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첫째, AZ 백신의 첫번째 접종 후 혈전증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들은 두 번째 접종을 할 때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혈전증이 발생한 사람들은 첫번째 접종을 한 후 5-24일사이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둘째, AZ백신에 의한 혈전증은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약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에 더 가까와 보인다.  약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면역반응을 매개로 나타나듯이 백신에 의해 혈전이 생성되는 과정도 항체 형성이라는 면역반응이 관여한다.  또, 약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드물게 나타나듯이 백신에 의한 혈전증도 백만명에 한 명에서 네 명이라는 빈도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4월 19일 현재 AZ 백신을 1백만명 이상 접종한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혈소판 수의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의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접종한 다음 발생한 혈전증 사례는 백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람에게 약물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날지 알 수 없듯이, 현재까지 백신에 의한 혈전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미리 찾아낼 수 있는 수단은 아직까지 없다.  

그런데, 백신에 의한 혈전증을 알러지 반응으로 보게 되면 백신 접종을 받을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약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치료에 필요하고,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는 빈도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헤파린을 투여받은 환자들 중 HIT의 발생률은 약 1% 정도이지만 HIT때문에 헤파린 사용을 피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치명적일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을 위해 백신은 필요하고 백신에 의한 알러지 반응의 빈도는 매우 낮다 - AZ백신에 의한 혈전증의 발생률은0.0001-0.0004% (백만명 중 1-4명)에 불과하니 헤파린에 의한 HIT보다도 2,500-10,000배나 더 낮다.  백신에 의한 혈전증이 발생하는 과정이 밝혀지기 전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몰랐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았다.  

예를 들어, 백신에 의한 혈전증이 발생한 일부 환자들에게 낮은 혈소판 수치를 보정하고자 혈소판을 수혈한 것 같은데 이는 혈전증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하지만, 이제는 혈소판 수혈을 피해야 하고, 대신 면역 글로뷸린 (IV immunoglobulin G)이라는 약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증상을 빨리 인지하고 이에 따라 조기에 치료한다면 치사율과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4월29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의하면, 혈전 발생의 위험으로 접종이 잠시 중단되었던 얀센 백신을 미국인들은 적극적으로 맞으려고 한다고 한다.  두 번 맞아야 하는 다른 백신들보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얀센 백신의 혈전발생의 위험은 AZ백신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얀센 백신에 거부감을 적게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선정적인 보도를 지양하고 과학적 데이타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에 관한 이익과 위험을 객관적으로 보도해 온 미국 언론에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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