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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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스타틴과 근육 부작용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편집부

기사입력 2021-06-01 11:04     최종수정 2021-06-01 11:2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약사님, 스타틴의 사용에 관한 질문이 있어 연락드립니다.  제 환자 중 과거에  스타틴에 의해 근육통이 발생하여 지금은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고 있는 60세의 환자가 있습니다.  이 환자에게 스타틴을 다시는 사용할 수 없는 건가요?  만약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스타틴을 써야 할까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내게 자주 진료의뢰를 보내는 일차의료제공자가 병원내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상의 메신저 기능을 이용하여 질문을 보내왔다.  의무기록을 살펴보니 말초혈관질환의 병력을 가진 이 환자는 2년전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했을 때 근육통을 호소했고, 당시 혈중 크레아티닌 키나제 (creatinine kinase; 영어로는 “크레아티닌 카이네이스”로 읽는다)의 수치가 좀 높았다.  그래서, 담당 의료진은 환자가 그동안 복용하던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40mg을 중단시켰고 이후로 이 환자는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말초혈관질환(peripheral vascular disease 또는 peripheral arterial disease)는 팔, 다리 등에 있는 동맥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 등이 쌓여 발생하는 질병인데,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관상동맥질환에 준하여 치료한다.  그 이유는 두 질환의 발병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두 질환 모두 동맥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 등이 쌓여 동맥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데 이를 동맥경화 (atherosclerosis)라고 부른다. 이 동맥경화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주로 발생하면 관상동맥질환이 되고, 팔, 다리 등에 있는 동맥, 즉 말초혈관에 주로 나타나면 말초혈관질환이 된다.  

다시 말하면, 이 두 질환은 동맥경화가 심하게 발생한 동맥의 위치만 다를 뿐 그 발생과정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동맥경화는 전신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말초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관상동맥에도 동맥경화가 많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말초혈관질환을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에 준하여 치료하는 이유이다.

동맥경화의 발생과정에서 콜레스테롤의 축적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의 사용이 권장된다.  특히 아토바스타틴의 예처럼 약의 이름이 스타틴으로 끝나 ‘스타틴’이라고 불리는 약물 계열이 권장된다.  그 이유는 여러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관상동맥질환이나 말초혈관질환의 병력을 가진 환자들에게 이 약물들을 사용했을 때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증을 발생할 위험 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낮추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치료지침서는 관상동맥질환과 말초혈관질환의 치료에 스타틴을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스타틴의 부작용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근육통이다.  스타틴에 의한 근육통은 스타틴을 시작한 첫 해 동안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스타틴을 사용하는 동안에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근육통은 손가락처럼 작은 근육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 가슴, 어깨 등 큰 근육에서 나타난다.  또, 한쪽 다리나 팔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양다리, 양팔에 동시에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근육 세포가 죽어버려서 심한 근육통, 코카콜라 색깔과 같은 오줌, 죽은 근육 세포들이 신장에 쌓여 신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횡문근 융해증(rhabdomyolysis)이 일어날 수 있다.  근육 세포가 죽게 되면 근육 세포내의 단백질 중 하나인 크레아티닌 키나제가 혈액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글머리에서 기술한 환자의 예처럼 스타틴을 복용중인 환자가  근육통을 호소하면 혈중 크레아티닌 키나제의 양을 측정한다. 

그런데,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근육통 발생률은 스타틴군에서 위약군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0.1%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는 스타틴을 복용하는 동안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스타틴이 근육통을 직접 일으킨 경우는 매우 적다는 뜻이다.  근육통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활동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거나 달리기를 하면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근육을 많이 쓰게 되면 죽는 세포들이 생기므로 혈중 크레아티닌 키나제의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근육통 중 일부는 이런 활동들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또 하나의 원인은 노시보(nocebo) 효과이다. 노시보 효과란 환자가 부작용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함으로써 나타난 부작용을 말한다.  즉, 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니 진짜 부작용이 아니라 가짜 부작용인 셈이다.  스타틴은 워낙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환자들이 스타틴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 언론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근육통이 스타틴의 흔한 부작용이라고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스타틴을 시작할 때 근육통이 나타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고, 근육에 조그마한 통증이라도 느끼게 되면 이를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근육통이 대부분 노시보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임상시험이 작년말에 발표되었다. 삼손(SAMSON)이라 불리는 이 임상시험은 스타틴을 시작한 후 2주내에 근육통을 호소해서 약을 중단한 6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던 동안, 참가자들의 크레아티닌 키나제 수치가 정상치의 5배를 넘지 않아야 했다. 시험참가자들은 아토바스타틴 20mg 30알이 담긴 약병, 위약 30알이 담긴 약병, 그리고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약병을 각각 4개씩 총 12개의 약병을 받았다 (위약은 아토바스타틴과 동일한 모양과 색깔로 만들어져서 시험참가자들은 둘을 구분할 수 없었다).  

다음, 매달마다 약병의 순서를 무작위로 배정받아 알약을 하루에 하나씩 복용하고 근육통 여부와 그 정도를 매일 인터넷을 통해 보고했다(아무것도 들지 않은 약병을 배정받으면 그 달에는 아무것도 복용하지 않았다).  즉, 모든 참가자가 1년동안 아토바스타틴 20mg, 위약, 빈병을 각각 총 4개월씩 복용했지만 각 달마다 무엇을 복용하는 지는 달랐던 것이다. 이처럼 매달마다 복용하는 약의 순서를 무작위로 바꾼 이유는 복용하는 약의 순서가 근육통의 발생과 정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빈병을 둔 이유는 약을 복용하는 행위자체가 근육통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즉, 빈병을 사용하는 동안, 즉 아무것도 복용하지 않는 동안 발생한 근육통은 자연발생하는 근육통이다.  

따라서, 위약을 복용하는 동안 발생한 근육통의 정도에서 빈병을 사용하는 동안 발생한 근육통의 정도를 빼면 약을 복용하는 행위 자체에 의해 생기는 근육통의 정도 – 즉, 노시보 효과의 정도 - 를 측정할 수 있고 이를 A라 하자.  그리고, 아토바스타틴 20mg을 복용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근육통의 정도에서 빈병을 사용하는 동안 발생한 근육통의 정도를 빼면 이는 아토바스타틴 20mg과 약을 먹는 행위에 의해 발생한 근육통의 정도가 되고 이를 B라 하자.  이 때, A에서 B를 나눈 비율은 스타틴에 의해 발생한 근육통의 정도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노시보 효과에 의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위 임상시험 결과에 의하면 이 비율은 무려 90%에 이르렀다.  즉, 스타틴에 의해 발생한 근육통의 90%는 노시보 효과에 따른 것이다.   

또, 시험 참가자의 23%가 스타틴을 복용하는 달에, 20%는 위약을 복용하는 달에 근육통으로 약을 중단했으니 진짜로 스타틴에 의해 일어나는 근육통은 스타틴을 근육통으로 중단했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다.  시험이 종료된 다음, 연구자는 시험 참가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시험결과를 알려주고 6개월 뒤에 연락해서 스타틴을 다시 시작했는지 물어보았다.  이 때 시험참가자 중 50%가 성공적으로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임상시험 결과는 이전에 발표된, 근육통으로 스타틴을 중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 시험 결과들과 일치한다.  즉, 근육통으로 스타틴을 중단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만 진짜로 스타틴 때문에 근육통이 일어났고 나머지는 노시보 효과 등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근육통으로 스타틴을 중단했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스타틴을 안전하게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다.

글머리에 기술한 환자로 돌아가 보자.  비록 이 환자는 2년전 혈중 크레아니틴 키나제의 수치가 높아져 있었지만 그 정도가 정상치의 약 2배 정도로 아주 높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말초혈관질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스타틴이 필요한 환자였다.  또, 스타틴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켜 근육통이 일어날 위험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같이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환자에게 스타틴을 다시 시도해 볼만 했고, 앞에 기술한 임상시험의 예에 따라 아토바스타틴 20mg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하도록 추천했다.  그리고, 스타틴을 시작하기 전에 크레아티닌 키나제를 측정하는 것도 함께  추천했다.

많은 환자들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다.  스타틴은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증의 발생, 그리고 이들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어 준다고 여러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약들이다.  반면 스타틴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은 매우 낮다.  이처럼 스타틴을 복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해보다 훨씬 크므로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스타틴을 꾸준히 복용하기를 권한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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