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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클며들다' 베토벤의 하이브리드, 합창환상곡 Op.80

편집부

기사입력 2021-05-28 09:54     최종수정 2021-06-04 08:3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한국의 많은 이들이 현재 '준며들고' 있다. 준며든다는 표현은 개그맨 '최준'과 '스며들다'의 합성어로 최준에게 빠져든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현재 그는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B대면 데이트를 히트시키며 카페사장이라는 '부캐(부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댓글 또한 주목받고 있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짜 이상한데 왜 끝까지 보고 있지?", "부담스러운데 계속 보게 되는 내가 싫다".

                   베토벤 합창환상곡 공연장면 (출처: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뭔가 과하면서고 은근히 끌리는 그의 부캐를 보며 연상되는 베토벤의 작품이 있다. '합창 환상곡(Choral Fantasy)'이라는 곡이다. 사실 베토벤같은 위대한 작곡가에게서 위대한 '띵작'을 기대하는건 당연지사. 하지만 이 곡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808년의 초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그가 작곡한 위대한 교향곡들의 그늘에 가려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대략 20분이라는 모호한 길이 속에 오케스트라, 피아노, 합창을 모두 갈아 넣는 음악적 과욕으로 인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베토벤의 가장 '유니크'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창 환상곡은 180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되었는데 공연 자체로 엄밀히 평가하자면 '망한'공연이었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오케스트라는 실수를 연발했으며, 직접 피아노를 맡았던 베토벤과 오케스트라는 합이 안맞아 연주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의 제자였던 페르디난트 리즈는 당시 공연을 회상하며 "부실한 연주들이 극도로 인내심을 시험했다"고 했다. 당시 38살의 베토벤은 난청이 악화된 상태였으며 단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날 공연은 극심한 추위 속에 개최된 장장 4시간짜리 공연이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6번, 피아노 협주곡 4번, 피아노 즉흥곡, 아리아등 무려 8곡이라니. 관객입장에서 보자면 기획자의 욕심이 과했던 부담스러운 공연임엔 확실 했다. 모든 출연자들을 망라한 끝 곡으로 기획한 이 작품은 이렇게 부실한 연주로 막을 내렸다. 

합창환상곡은 사실 급조된 작품이었다. 시작 피아노 솔로부분 악보가 채 완성되지 않아 베토벤이 즉흥으로 연주해야 했을 만큼. 일단 이 곡의 독특한 구성을 살펴보자. 두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형식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피아노 독주 환상곡, 피아노 협주곡, 칸타타 형식의 피아노와 합창 협주. 이는 파격적이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환상곡풍의 악상을 그려낸 피아노 독주에 이은 오케스트라 콘트라베이스 도입부, 이어서 제시되는 피아노의 주제선율을 필두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변주해나가는 협주곡의 비중이 적지 않다.  중창을 시작으로 웅장한 합창이 가세하며 피아노와 함께 절정을 향해 달리는 독특한 칸타타 형식의 대미. 익숙치 않은 구성이 처음 듣는 이로 하여금 미학적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터. 짧은 시간안에 써 내려간 작품이자 연주자 전원과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주안점을 둔 작품이라 완성도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이라고 일컬어지는 교향곡 9번 '합창'의 DNA가 내재된 보석같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4악장 <환희의 송가>의 전신이 바로 합창환상곡의 주제선율이다. 선율의 진행이 놀랍도록 흡사할 뿐더러 드라마틱한 절정으로 손꼽히는 '별들위에 창조주가 있다'부분은 합창환상곡의 화성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베토벤은 1824년 한 편지에 9번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를 가리켜 "합창환상곡과 같은 형식이며 다만 더 큰 스케일을 갖고있다"고 했다. 9번 교향곡처럼 교향곡에 합창을 더한 도발(?)은 당시에 전례가 없던 일로 이는 분명 14년전의 '합창환상곡'이라는 음악적 임상실험을 통해 가능했을 터. 

처음 비엔나에서 이 곡을 접했을때 '작품이 좋다'라기보다는 '뭔가 과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케스트라,합창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등장하는데 다소 산만해 보였다. 불분명한 곡의 정체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자주 접하면서 혁신을 추구했던 베토벤의 무모함이 가능케 한 협주곡과 칸타타의 묘한 중첩이라는 측면을 고려, 교향곡 9번과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많은 평론가들은 이 곡을 다채로운 '하이브리드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피아노 독주, 협주곡 형식을 비롯해서 웅장한 합창과 피아노가 함께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는 곡이 몇이나 될까.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 테마를 첼로가 먼저 제시했던 것처럼 이 곡에서는 파이노가 주제선율을 처음 제시한다. 합창이 등장했을때도 파이노는 세를 놓치지 않고 합창과 당당한 조화를 이루며 절정으로 치닫는다는 점에서 편성은 산만해보이지만 밸런스가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이 곡이 끌리는 이유는 베토벤 9번 <환희의 송가>의 '장려함'을 음악속에 머금고 있으면서 클래식에서 보기 드문 피아노와 합창의 조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봄날 베토벤이 창조해낸 하이브리드 음악과 함께 '클'며들어보자.

이 곡의 매력은 다채로움이다. 합창의 피날레도 멋있지만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변주해나가는 협주곡도 희망차고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 환희의 송가>의 합창까지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지만 합창환상곡의 경우는 20분 안에 피아노 솔로 환상곡, 협주곡 그리고 합창·피아노 협주를 압축된 형태로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클래식 입문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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