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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우리가 사랑한 타이틀곡 빌리 아일리시와 ‘007 노 타임 투 다이’

편집부

기사입력 2021-10-15 09:41     최종수정 2021-10-22 09:4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코로나 때문에 개봉일을 늦춰왔던 ‘007 노 타임 투 다이’(캐리 후쿠나가)가 드디어 지난 달 말 베일을 벗었다. 5편의 시리즈에서 15년이라는 최장기간 동안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아왔던 다니엘 크레이그는 163분이라는 러닝 타임 내내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일반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007’ 시리즈만의 감성을 기대했던 팬들은 혹평을 쏟아놓기도 했지만 60년간 유지해왔던 영국발 첩보 영화의 아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007의 음악은 이제 이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내로라하는 당대의 음악 감독들이 저 유명한 007 메인 테마곡을 변주하며 만들어내는 스코어들 외에도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타이틀곡, 영상 디자인은 새로운 007이 개봉할 때 가장 기대되는 것 중 하나다. 시리즈 명성에 걸맞게 존 배리, 폴 매카트니, 루이 암스트롱, 마돈나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작곡과 노래에 참여해왔다. 그 중에서도 007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007 스카이폴’(샘 멘데스, 2012)의 타이틀은 최고로 평가받는데, 아델의 걸쭉하면서도 몽환적인 목소리와 영화의 내용을 물, 불 등의 상반된 이미지들과 함께 엮어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007 노 타임 투 타임’의 타이틀곡은 그래미 어워드 5관왕에 빛나는 빌리 아일리시가 맡았는데, 다니엘 크레이그를 보내는 작품이니만큼 어둡고 아련한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빌리 아일리시는 이 시리즈 타이틀 트랙을 부른 최연소 가수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배신당한 제임스 본드의 심경을 담은 가사를 깊이 있게 해석해내 OST가 발매되자마자 영국 음원 차트를 휩쓸기도 했다. 영화의 마지막 액션이 섬에서 벌어지는 만큼 바다 심연의 신비스러움과 어두움을 함께 담고 있는 이번 타이틀 영상은 빌리 아일리시의 독특한 음색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아델의 ‘스카이폴’을 이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을 007 타이틀곡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가난이 우리의 양심까지 갈아먹지 않기를

윤성은의 Pick 무비

‘아버지의 길’

한 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이 부당해고를 당했던 전직장을 찾아온다. 당장 밀린 임금을 주지 않으면 들고 온 휘발유를 몸에 붓고 불을 붙이겠다는 여자의 말은 협박보다 절규에 가깝다. 관리자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여자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방금 한 말을 실행한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달려들어 큰 화는 면했지만 배고픔 앞에 무너져버린 인간의 존엄성까지 다시 회복시킬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세르비아 영화, ‘아버지의 길’(감독 스르단 고루보비치)의 첫 신이다. 

‘니콜라’(고란 보그단)가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일용직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니콜라는 아내의 분신자살 시도로 받은 충격을 달랠 새도 없이 아이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사회 복지과에서 아이들의 최소 행복 보장권을 내세워 니콜라 부부는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가난을 빌미로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는 이상한 행정 제도 뒤에는 이것을 악용해 커미션을 가져가는 부패한 공무원들이 있다. 니콜라는 정부에 이의 신청을 하기 위해 300킬로미터나 떨어진 베오그라드까지 걸어가기로 결심한다. 비장한 각오랄 것도 없이 아이들을 지키려는 의지 하나로 망설임 없이 떠난 그의 여정은 예기치 못한 장애들로 험난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길’은 먼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전기세조차 낼 수 없는 가장의 무기력함 이면에 그 무엇도 막지 못하는 강한 부성애가 있음을 보여준다. 묵묵히 자기 갈 길만 가는 니콜라의 성격만큼이나 조용하게 진행되는 이 영화가 힘 있게 다가오는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아이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뚝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길’은 또한, 니콜라의 무모한 사적 여행 가운데 세르비아의 실업 문제를 비롯해 부적절한 행정 체계 및 부도덕한 관료들에 대한 비판을 잘 담고 있다. 제도의 허점과 권력을 이용해 부모 자식을 갈라놓는 파렴치한 이들에게는 어떤 면죄부도 소용이 없어 보인다. 덕분에 관료들의 경직된 태도와 달리 니콜라의 사정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버지의 길’의 마지막 신은 전체 서사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의미심장하고 멋지다. 집으로 돌아온 니콜라는 세간살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영영 마을을 떠났다고 여긴 주민들이 조금씩 훔쳐간 것이다. 니콜라는 가가호호를 방문해 그의 물건들을 다시 가져온다. 주민들 또한 순순히 물건을 돌려준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극심한 가난밖에 없을 것이다. 빈곤이 만들어낸 삭막한 풍경들 사이로 인간의 양심만큼은 살아있기를, 세간이 주인을 찾은 것처럼 아이들도 부모에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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