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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우리가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영화, ‘아바타’와 제임스 호너

편집부

기사입력 2021-11-12 09:50     최종수정 2021-11-12 10:0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코로나가 앞당긴 수많은 것들 중 메타버스에서의 삶이 있다. 현실세계와 유사한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이 온라인 기반의 가상세계는 팬데믹이라는 비대면 환경에서 급성장하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원시적이기는 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조금씩 경험해 온 것이기에 기성세대들에게도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바타’(제임스 카메론, 2009)는 당시 영화에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시각적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반신불수가 된 해병대 출신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 행성에서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이크가 판도라 행성에서의 삶을 더 현실로 느끼는 것처럼 MZ 세대들은 메타버스에서의 삶이 더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비족이 등장할 때의 테마곡들은 핀란드의 목관악기,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등으로 연주되었다. 디지털 이미지로 점철된 판도라 행성이지만 친환경적이고 인간보다 더 생명을 존중하는 나비족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래 켈틱 음악을 잘 사용하기로 유명한 제임스 호너의 장기가 이 작품에서도 잘 발휘되어 있다. 신비스런 목소리들이 더해지고 독특한 코드 진행과 함께 점점 더 웅장해지는 나비족의 테마는 이국적이면서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대담하다. 

영화의 엔딩곡, ‘I See You’는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에도 노미네이트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는데, 나비족의 의미심장한 인사말을 제목으로 한 이 곡은 인간의 육신 대신 나비족으로 재탄생하는 제이크의 운명과 네이티리의 사랑이 강렬하고도 서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제임스 호너의 곡은 역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협업했던 ‘타이타닉’(1998)에서 흘러나왔던 ‘My Heart Will Go On’일 것이다. 

드물게 스코어와 OST를 아우를 수 있는 작곡가였던 제임스 호너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로 10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안타깝게도 경비행기 사고로 62세에 사망했지만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석권했던 그의 음악성은 계속 살아남아 후배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성은의 Pick 무비

쌀쌀한 계절을 따뜻하게 데워줄 로맨틱 코미디, ‘크림’ 


한동안 극장가에서는 로맨스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 언젠가부터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틱 멜로드라마는 TV나 웹에서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장르로 인식되어 왔고, 스크린에서는 보다 시각적 스케일이 큰 작품들이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작들이 개봉을 연기해왔고, 상대적으로 극장을 잡기 용이해 진 중저예산 영화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이번 달에 개봉일을 잡은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등은 아예 제목에 연애담임을 천명한 영화들로, 배우 활동을 겸하는 여성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그동안 로맨스 영화들은 소멸되었던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헝가리에서 온 정통 로맨틱 코미디, ‘크림’(감독 노라 라코스) 또한 여성감독의 작품으로 달콤쌉싸름한 연애의 여러 가지 맛이 감각적으로 잘 담겨 있다. ‘도라’(비카 케레케스)는 열렬히 사랑했지만 알고 보니 약혼녀가 있었던 ‘다비드’와 헤어진 후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설상가상으로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디저트 카페 ‘크림’까지 파산할 위기에 처하자 도라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가족 사업을 지원하는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 즉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갈등의 플롯은 두 가지다. 도라가 싱글이라는 점, 이 프로젝트에 다비드 부부도 경쟁자로 참여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기 때문에 갈등 또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무리 없는 선에서 봉합된다. 

먼저, 첫 번째 문제는 도라가 친구 커플의 결혼식 때문에 알게 된 치과의사 ‘마르시’, 대배우를 꿈꾸는 이웃집 꼬마 ‘라시카’와 계약 가족을 만들면서 코미디를 유발시키는 요소로 전개된다. 나흘 간의 합숙 테스트 기간동안 마르시는 연신 농담과 장난으로 도라의 진땀을 빼고, 조숙한 라시카는 경쟁 가족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완벽한 가족으로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점점 더 큰 거짓말로 세 사람을 몰아넣는 한편, 도라와 마르시는 위기를 헤쳐나가며 부쩍 가까워진다. 마르시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이별의 상처와 다비드 부부에 대한 질투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도라의 양면적 감정이 코미디 장르에 얹혀져 생동감 있게 표현된다. 

씁쓸한 폭로전 끝에 교훈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두 번째 문제는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지지만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있어서는 깔끔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연애가 영화처럼 산뜻할 수는 없어도 하나의 사랑을 완전히 떠나보내고 나면 다른 사랑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헝가리 영화라는 생소한 태생은 보편적 경험과 감수성 아래로 금새 사라져 버린다. 부쩍 싸늘해진 바람도 제목처럼 달콤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줄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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