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Prologue!

호남의 소리 vs 영남의 춤

편집부

기사입력 2021-06-18 11:06     최종수정 2021-06-18 11:1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춤 혹은 음악과 더불어 자연을 만끽하기에 여름만한 계절이 또 있을까. 지난해에는 수많은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현장감이 생명인 공연을 영상으로 즐기는 것만큼이나 온라인 축제 역시 맥 빠지는 일이다. 지난 일 년간 터득해 축적한 요령을 십분 활용해 올해는 현장 참여가 가능한 축제들이 하나둘, 조심스레 열리고 있다.

전통 음악에 현대적 감성을 덧입힌 프로그램으로 시작 전부터 매진 사태를 일으키는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과 국립국악원의 ‘우면산별밤축제’가 7, 8월에 시작된다. 지난해 끝내 온라인 축제로 전환해 진행한 ‘북촌우리음악축제’와 ‘서울국악축제’도 매년 이즈음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는 본고장의 전통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축제들이 마련된다. 음력 5월 5일 단옷날을 앞두고 시작되는 강릉단오제를 비롯해 경북 경산의 자인단오제, 전남 영광의 법성포단오제 등이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꾸려 시민들과 만났다. 전북 남원의 판소리 축제인 ‘대한민국 판놀음’, 전남 진도의 ‘굿음악축제’가 오는 6월 26일까지 열린다. 7월엔 부산의 ‘영남춤축제’가, 9월에는 전주의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안동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호남의 소리

호남이 소리의 본고장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전주, 남원, 고창, 광주, 목포, 보성, 영암 등등 걸출한 명인 명창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터 잡아 민속악의 예술성을 꽃피운 고장들이 즐비하다. 남서쪽 끝에 자리한 보물섬, 진도(珍島)도 그중 하나다. 인구 삼만 명 남짓한 진도에는 씻김굿, 들노래, 강강술래와 북놀이, 만가(挽歌), 남도잡가, 농악, 뱃노래 등 국가무형문화재와 전라남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들이 진진하다. 명인 명창들이 밭을 매고 고기를 낚는다는 이곳에서 무악 즉 굿 음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굿음악축제’가 열린다.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와 춤, 반주 음악의 가락과 장단은 판소리와 민요, 시나위, 산조 등 민속악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문을 연 2004년부터 남도 음악에 관한 학술회의를 매년 진행해 온 국립남도국악원은 2010년부터 ‘굿음악페스티벌’이라는 부제를 얹어 본격적으로 남도의 굿 음악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에 나섰다. 2017년부터는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국 곳곳에서 연행되는 놀이굿, 풍물굿 등으로 주제를 다양화했다. 올해 ‘굿음악축제’의 주제는 천도굿으로, 오랜만에 진도씻김굿을 다룬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인 진도씻김굿은 대대로 무업을 이어온 세습무들에 의해 전승되었으며, 춤과 음악 그리고 노래가 모두 예술성 짙은 공연 예술로 발전해 왔다. 진도씻김굿보존회의 공연은 6월 26일(토)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사전 예약 신청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진도씻김굿 공연]

진도씻김굿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2007년 타계한 박병천 명인이다. 진도씻김굿 보유자였고 가무악에 두루 능해 남도 민속 예술의 거장이라 일컬어진다. 그의 생애를 광주MBC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굿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영상 속 예인의 삶을 만나고 나면 진도씻김굿에 매료될 기회를 얻게 된다. 그가 남긴 몇 장의 음반도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굿 음악을 재료 삼아 시대와 소통하는 ‘바라지’의 음반 역시 조금 색다른 느낌으로 씻김굿을 만나볼 수 있는 매개가 된다. ‘비손’과 ‘입고출신’ 두 장의 음반에는 오래전부터 굿 음악이 목표했던 바, 해원과 축원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영남의 춤

안동 하회마을을 비롯해 대구, 고성, 통영, 진주, 사천, 김해, 밀양, 부산에 이르기까지 영남 각 지역에서는 탈춤, 북춤, 칼춤, 학춤, 한량무 등 다채로운 전통 춤을 전승하고 있다. 국가 또는 시도 지정 문화재로는 오광대, 야류 등 탈춤 종류가 가장 많다. 

북춤도 밀양, 대구, 부산 동래 등에서 전한다. 밀양백중놀이에서 추는 오북춤과 대구의 날뫼북춤, 전남 진도의 진도북놀이는 모두 북에 끈을 달아 어깨에 둘러메고 춘다. 하지만 세 지역의 북춤을 비교해보면 북을 치는 방식이나 춤사위 등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한편 부산 동래에서 전해지는 동래고무는 중앙에 큰 북을 두고 무용수들이 두드리며 추는 궁중 춤, 무고(舞鼓)와 닮았다.

궁중의 춤과 비교해볼 만한 춤 종목들은 또 있다. 진주의 진주검무는 궁중 춤의 검기무와 닮았다. 전복(戰服)을 입은 여성 무용수가 칼을 들고 추며 춤의 대형이나 춤사위도 비슷하다. 궁중에서 춤을 추던 이들이 지방에 내려와 전수했다는 설, 민간에서 유행하던 춤이 궁중으로 유입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선후가 어찌되든 궁중과 민간 모두에서 사랑받은 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동래학춤 역시 학의 모양을 본떠 춘다는 점에서 궁중의 학춤과 같다. 그러나 궁중의 학춤이 의상부터 학의 모양을 재현하는 것과 달리 동래학춤은 도포에 갓을 쓰고 춘다. 선비 차림의 무용수들이 하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추는 동래학춤은 궁중 춤과는 또 다른 우아함이 돋보인다.

                                            [동래학춤 (ⓒ 국립국악원)]

전승되는 종목이 많은 만큼 영남에는 춤을 추며 그 맥을 이어온 이들이 많다. 그런 춤꾼들이 모여 전통 춤의 진수를 펼치는 자리가 ‘영남춤축제’다. 2017년 시작해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영남춤축제’는 원로 무용가부터 젊은 춤꾼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이 영남의 전통 춤과 전통 춤을 변주한 창작 춤들을 다채롭게 선보여 왔다. 올해도 축제는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이어지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등 부대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축제’라는 말에도 ‘페스티벌’의 어원에도 신성과 유희가 공존한다. 마치 한과 흥을 한몸에 품은 우리 음악, 우리 춤과 결을 같이 한다. 마음을 달래고 기운을 북돋우는 힘. 전통 예술 축제에서 얻어올 것은 그것이면 족하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신종 감염병 백신 플랫폼 구축위한 정책 결정부터 이뤄져야”

Q : 화이자 모더나의 경우 지금까지 효과성과 안...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약창춘추(藥窓春秋) 2

약창춘추(藥窓春秋) 2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전 식약청장)가 약업신문에 10...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