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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AI가 무섭다

이주영

기사입력 2021-03-05 09:55     최종수정 2021-03-05 09:5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우리 교회에서는 새해 들어 90일 성경 통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 카톡으로 보내온 파일을 열어 담임 목사님이 읽어 주는 일정 분량의 성경을 듣는다. 성경을 읽어 주는 분은 목사님이 아니고, 목사님의 음성을 인공지능(AI)이 재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재현된 음성이 진짜 목사님 음성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똑 같다. 놀랍고 신기한 세상이다. 

지난 주말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가수 옥주현과 인공지능(AI)으로 목소리를 재현한 가짜 옥주현에게 같은 노래를 부르게 한 후 누가 진짜 옥주현인가를 알아 맞히는 프로그램이었다. AI가수의 모창(模唱)은 웬만한 사람이 알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진짜 가수와 흡사하였다. 정말 놀라웠다.

그 뿐이 아니었다. AI 기술은 이미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에게 그가 생전에 부른 적이 없는 ‘보고 싶다’라는 곡을 열창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지난 연말에는 고 김현식, 신해철 등의 가수에게 새 노래를 부르게 하는데 성공(?)한 바도 있다고 한다. 이제 AI가 시공(時空)과 생사(生死)를 넘어 현실을 구축할 수 있는 신기한 세상이 되었다.

머지않아 남의 목소리를 흉내내서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시대는 끝날 것 같다. 사람이 AI보다 성대 모사를 더 잘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 현장에서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정말 공상 만화 같은 세상이 되었다. 

AI 기술은 너무 신기해서 오히려 무섭기도 하다. 가짜 김광석과 옥주현에게 노래를 부르게 만든 AI 전문가도 AI기술의 미래가 두렵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AI기술 또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병 주고 약 주는 것처럼 어이없어 보인다. 

이처럼 AI 기술은 얼굴인식, 자율주행, 반려로봇은 물론 예술과 창작의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소설, 시나리오 쓰기, 그림 그리기, 작사, 작곡, 연주도 AI가 활약하게 될 것이라 한다. 미국의 AI 작곡가 ‘에밀리 하웰’은 이미 2010년에 모차르트, 베토벤 등 거장들의 작품을 토대로 새 음악을 창작해 디지털 앨범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AI 기술들은 그야말로 약과(藥果)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본 영화에서는 인간이 개발한 AI 로보트들이 처음에는 인간을 충실히 도왔다. 그 로보트들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목소리는 물론 감촉이나 외관을 봐서는 인간인지 로보트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로보트들은 다들 미남 미녀인데다가 건강하고 지적이며 성격도 좋아서 최고의 데이트 상대가 되었다. 가정에서도 진짜 엄마보다 로보트 엄마가 아이들에게 훨씬 인기가 높다. 예컨대 책을 읽어 줄 때에도 로보트 엄마는 절대로 짜증을 내지 않고 잔소리를 하지 않으며 시종 밝은 목소리로 읽어 주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로보트의 기능을 발전시키는 연구도 로보트들이 한다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골치 아픈 일들도 모두 로보트에게 시킨다. 인간들은 그저 해변에 누워 아이스크림 같은 맛 있는 음식을 즐기면 된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인간들은 과식과 운동부족으로 전부 성인병에 걸리고 만다.  

지능이 높은 로보트들은 모든 어려운 일을 자기들에게만 시키는 인간들의 노동력 착취에 반항하여 노조를 만들고 선거권, 피선거권을 얻어 마침내 대통령이 되는 등 모든 권력을 쟁취한다. 결국 인간들은 자기들이 만들어낸 로보트의 노예가 되어 역으로 노동력의 착취를 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옛날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일부 지식인들은 인간성의 말살이니 뭐니 하며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걱정하였다. 돌아보니 그 걱정은 어느 정도 공연한 것이었다. 컴퓨터에 의한 인간성 상실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듯하다.

그러나 AI와 로보트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의외로 가까운 미래에 이들에게 밀려나는 인간의 비참한(?)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미래가 무섭다. 겁이 난다.  부디 내 걱정이 부질없는 것으로 판명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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