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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학원 유감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편집부

기사입력 2021-05-26 13:02     최종수정 2021-06-10 09:1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1979년 일본에 유학 가 보니 일본 사람들이 우리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있었다. 신문이든 만화책이든 틈나는 대로 아무거라도 읽는 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것은 당연한 귀결(歸結)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은 학문에 있어서도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었다. 그런데 앞선 일본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해가 갈수록 한일(韓日)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기적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선진국의 일원(一員)이 되었다.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이처럼 단기간(短期間) 내에 선진국이 된 전례가 없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도 큰 기여를 했겠지만, 그런 노력을 한 나라가 우리나라만은 아님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발전은 하나님의 축복의 결과임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의 통로 중 하나는 교육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은 못 먹어도 아이들은 학교에 보낼 정도로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었다. 아이가 공부를 잘 하면 장차 경제적 또는 사회적으로 극적인 신분 상승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때부터 전 국민은 자식들 공부에 목숨을 걸었다. 세월과 함께 공부 잘하기 경쟁이 불붙었고 마침내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전두환 정권은 정권의 정통성을 보완하고자 과외 (課外) 공부를 일체 불허(不許)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당시 그 정책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것을 나라가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과외 불허 정책은 폐지되었다. 

과외가 허용되자 다시 과외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학생들이 공부를 더 해서 지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의 지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나라가 잘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거의 다 시중의 학원(學院)에서 과외 공부를 한다. 얼핏 학원에서 배우는 수준을 보면 우리 세대가 기절할 정도로 높다. 교육의 내용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용성이 높아졌다. 예컨대 초등학생이라도 몇 년간 영어 학원에 다니면 제법 회화를 할 정도로 가르친다. 영어 점수를 100점을 맞아도 미국 사람과 영어 한마디 할 줄 몰랐던 우리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요컨대 오늘 날 학원에서의 과외 공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력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하나님의 축복이 계속된다면’이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렇지만 ‘학원 다니기의 과열’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학원에 다니는 아이와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력차(學力差)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학교에서 교사가 수업 수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불공평(不公平)이라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두번째로는 학원 공부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뛰어놀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아이들의 발육이나 건강 상의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 ‘체력이 국력’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어릴 때의 발육과 건강이 평생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생각하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세번째 문제는 학원 때문에 아이들이 가족과 보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정서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손주들과 노는 것을 노년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나 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겐 학원 때문에 손주들을 못 만난다는 것은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맥이 빠지는 일이다. 

우리 손주들도 학원에 다니느라 엄청 바쁘다. 그래서 정부에 청원(請願)을 내고 싶다. 지나친 학원 보내기를 금지하여 손주들을 가정,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돌려 보내 달라고. 심야 또는 주말에까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은 학대가 분명하니 최소한 이것 만이라도 법으로 금지해 주기 바란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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