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란 무엇인가
2024년 7월부터 국악진흥법이 시행되었다. 법에서는 국악을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 음악, 전통 무용, 전통 연희 등과 이를 재해석․재창작한 공연 예술을 말한다.’고 하였다. 전통 음악뿐 아니라 춤과 연희 그리고 이를 소재로 창작한 공연 예술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정의한 것이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나라의 고유한 음악, 서양 음악에 상대하여 우리 전통 음악을 이르는 말’ 등의 풀이보다 한층 확장된 개념이다.
‘국악’ 하면 아리랑이나 판소리 정도 떠올리던 비전공자가 국악 소식지를 만들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악의 갈래를 적어보는 것이었다. 연행 형태, 향유 계층,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구분해 정리해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국악의 면면에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리나라 전통 예술이 이렇게나 다양하다고? 그런 것에 대해 이렇게나 몰랐다고?
‘국악 프롤로그’를 화두 삼아 ‘국악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고, 어떻게 하면 초심자로 하여금 국악의 첫 장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이 4년 남짓 되었다. 조선 시대 궁중 음악과 춤, 민간에서 발생한 노래들과 연주곡, 춤, 연희 그리고 이를 소재로 한 창작 음악․춤․연희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를 고루 소개하고 싶었다. 예술가와 국악기,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나 축제, 공간에 이르기까지 ‘맛보기’ 정도의 정보와 지식이나마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국악 소식지를 만든 십여 년과 국악 프롤로그를 연재한 4년의 결론은 같다. 답은 유튜브 속 어느 판소리 명창 공연 영상에 달린 댓글에 있다. “드라마 정년이 보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국악 프롤로그는 알게 하는 데까지다. 공자님 말씀처럼 좋아하는 것[好之者] 그리고 즐기는 것[樂之者]으로 나아가며 더 멋진 경지에 이르려면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하다.
‘나 국악 좀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2025년은 향유자들이 의지를 불태우기에 더없이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앞서 얘기한 국악진흥법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해이기 때문이다. 국악의 보전․계승과 육성․진흥 그리고 국악문화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본 계획 수립, 전문 인력 양성 등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명시해두었다. 국악의 날 지정도 그중 하나로, 올해 6월 5일에 우리는 첫 번째 국악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국악의 날을 포함한 국악 주간에는 우리 전통 공연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아울러 9월에는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열린다. 충북 영동은 ‘난계국악축제’를 50년 넘게 이끌어온 곳으로, 난계는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박연의 호다. 박연은 조선 초기 문신이자 음악가로, 천재 군주 세종과 더불어 조선의 예악 정비를 실현해낸 인물이다. 영동은 난계 박연이 태어난 고장으로 그가 나고 자란 심천면 고당리 일대에는 영동국악체험촌이 들어서 있다. 체험촌을 비롯해 영동 일원에서 열릴 국악 엑스포는 30개 참가국과 100만 관람객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사업비 160억 원을 투입해 8개 유형의 70가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국악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면,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전해온 그 사소함이야 말로 세파에 다친 마음을 보듬어 치유하고, 단단하게 무장한 평상심으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아닐까. 2025년 새해에 국악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 국악에 다가서는, 여러분의 딱 한 걸음이면 된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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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이란 무엇인가
2024년 7월부터 국악진흥법이 시행되었다. 법에서는 국악을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 음악, 전통 무용, 전통 연희 등과 이를 재해석․재창작한 공연 예술을 말한다.’고 하였다. 전통 음악뿐 아니라 춤과 연희 그리고 이를 소재로 창작한 공연 예술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정의한 것이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나라의 고유한 음악, 서양 음악에 상대하여 우리 전통 음악을 이르는 말’ 등의 풀이보다 한층 확장된 개념이다.
‘국악’ 하면 아리랑이나 판소리 정도 떠올리던 비전공자가 국악 소식지를 만들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악의 갈래를 적어보는 것이었다. 연행 형태, 향유 계층,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구분해 정리해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국악의 면면에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우리나라 전통 예술이 이렇게나 다양하다고? 그런 것에 대해 이렇게나 몰랐다고?
‘국악 프롤로그’를 화두 삼아 ‘국악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고, 어떻게 하면 초심자로 하여금 국악의 첫 장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이 4년 남짓 되었다. 조선 시대 궁중 음악과 춤, 민간에서 발생한 노래들과 연주곡, 춤, 연희 그리고 이를 소재로 한 창작 음악․춤․연희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를 고루 소개하고 싶었다. 예술가와 국악기,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나 축제, 공간에 이르기까지 ‘맛보기’ 정도의 정보와 지식이나마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국악 소식지를 만든 십여 년과 국악 프롤로그를 연재한 4년의 결론은 같다. 답은 유튜브 속 어느 판소리 명창 공연 영상에 달린 댓글에 있다. “드라마 정년이 보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국악 프롤로그는 알게 하는 데까지다. 공자님 말씀처럼 좋아하는 것[好之者] 그리고 즐기는 것[樂之者]으로 나아가며 더 멋진 경지에 이르려면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하다.
‘나 국악 좀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2025년은 향유자들이 의지를 불태우기에 더없이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앞서 얘기한 국악진흥법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해이기 때문이다. 국악의 보전․계승과 육성․진흥 그리고 국악문화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본 계획 수립, 전문 인력 양성 등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명시해두었다. 국악의 날 지정도 그중 하나로, 올해 6월 5일에 우리는 첫 번째 국악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국악의 날을 포함한 국악 주간에는 우리 전통 공연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아울러 9월에는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열린다. 충북 영동은 ‘난계국악축제’를 50년 넘게 이끌어온 곳으로, 난계는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박연의 호다. 박연은 조선 초기 문신이자 음악가로, 천재 군주 세종과 더불어 조선의 예악 정비를 실현해낸 인물이다. 영동은 난계 박연이 태어난 고장으로 그가 나고 자란 심천면 고당리 일대에는 영동국악체험촌이 들어서 있다. 체험촌을 비롯해 영동 일원에서 열릴 국악 엑스포는 30개 참가국과 100만 관람객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사업비 160억 원을 투입해 8개 유형의 70가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국악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면,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전해온 그 사소함이야 말로 세파에 다친 마음을 보듬어 치유하고, 단단하게 무장한 평상심으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아닐까. 2025년 새해에 국악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 국악에 다가서는, 여러분의 딱 한 걸음이면 된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