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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408> 여동문회 창립 45주년
편집부
입력 2024-12-16 09:34 수정 최종수정 2024-12-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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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여동문회가 창립 45주년을 맞아 기념회지를 발간하고 총회(11월 5일)를 열었다. 이 기념호를 통해 월계회(月桂會)를 모태로 하여 발전을 거듭해 온 여동문회의 45년에 걸친 발자취를 정리했다고 한다. 나는 이 기념회지에 축사를 쓰는 영광을 얻었다. 그 내용을 다소 수정하여 이하에 소개한다.  

‘서울대 약대 여동문회’가 창립 45주년을 맞이하여 기념회지를 발간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일찍이 1915년에 설립된 약학강습소를 이어 1918년에 문을 연 조선약학교는 1924년에 3명의 여동문을 배출하였습니다. 그 후 1928년까지의 조선약학교 시절에 총 15명의 여동문이 배출되었습니다.

조선약학교가 경성약학전문학교로 승격된 시절 (1931~1947, 1~17회)에는 여성의 입학의 길이 닫혀 있어 여동문이 1명도 배출되지 못 했습니다. 그 후 1945년 광복 이후의 사립 서울약학대학시절 (~1950년)에는 총 38명의 여동문이 배출되었고, 1950년 국립서울대학교에 편입된 후에는 오늘날과 같이 여동문의 배출이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여동문회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여동문들의 활동상에 시대에 따른 큰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학부를 졸업 (1971년, 25회) 하기 전에는 물론 그 이후까지도 상당기간 국내 제약회사는 여동문의 취업에 폐쇄적이었습니다. 또 어렵게 취업이 되더라도 결혼하거나 늦어도 출산시에는 회사를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약대에 여학생이 많아지는 현상을 우려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2년간 제25대 약대 동창회장을 역임 (2020~2021)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상황은 1987년 우리나라에 물질특허 제도가 도입되고 이어서 다국적 제약기업이 국내에 다수 설립되면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다국적 기업은 우리나라 기업과 달리 여성의 취업에 남녀 차별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사회의 각 방면에서 여동문들이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동문님들의 유능함이 드디어 빛을 발(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약학대학 내외에서 여성의 수가 너무 많다는 시대착오적인 우려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늘날의 여동문들은 서울대 약대 개교 이래 최고의 전성기(全盛期)를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가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남과 여의 구별은 부질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모교 동창회에서도 머지않아 여동문의 멋진 리더십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코를 거울에 박고는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했답니다. 이 말처럼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유구한 역사(歷史) 속에서 현재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깨닫기 쉽지 않습니다. 현재를 하나의 점(点)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 점 하나만 가지고는 역사의 나아가는 방향을 인식하기 어렵지만, 과거의 점과 현재의 점을 연결하면 비로소 선(線)이 만들어지고 선의 방향도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그 선이 장차 어느 방향으로 뻗어 나갈 것인지 그 지향점(指向點)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자연히 그 지향점이 바람직한 지, 아니면 바꿔야 할지도 성찰해 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학은 과거에 안주하는 과거학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탐색하는 미래학(未來學)입니다.

저는 대한약학회 내에 약학사(藥學史)분과학회를 창립(2014년)하고, 모교의 약학역사관 설립(2015년)과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100년사’ 발간(2016년)을 주도한 자칭 ‘약학사맨’입니다. 제가 약 45년에 걸친 여동문회의 역사가 정리된 ‘여동문 회지’의 기념호 발간을 남다른 감회로 기뻐하는 이유입니다.

마침 지난 10월 10일 우리 나라의 작가 한강님의 2024년 노벨상 수상 발표 소식을 들었습니다. 18번째 여성 수상자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 여동문회가 뻗어 나갈 미래를 계시하는 의미 심장한 경사라고 생각합니다. 여동문회의 발전과 여동문회지의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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