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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 413> 약학의 특성-10. 의약품의 순결성(純潔性)
심창구
입력 2025-02-26 09:45 수정 최종수정 2025-02-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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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 

약학은 생체이물(生體異物, xenobiotics)을 적용하여 인체의 생명 현상을 바람직하게 조절하는 학문입니다. 이때 생체이물을 약(drug)이라고 부릅니다. 인체에 적용하는 만큼 의약품은 우선 활성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API)의 함량이 정확하고 균일해야 합니다. 즉 정밀성(精密性)이 요구됩니다. 특히 API 함량이 수 밀리그램이나 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할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의약품의 두번째 특징은 순결성(purity), 즉 되도록 API이외의 불순물(不純物, impurity)을 함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각 나라의 약전(藥典)은 의약품 원료로 사용하는 각 API에 혼입(混入)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의 한도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API에 대해서는 황화물이나 염화물의 혼입 한도를, 또 다른 API에 대해서는 비소나 납의 혼입 한도를 규정하는 등 API마다 규제하는 불순물의 종류가 다릅니다. 얼핏 생각하면 모든 API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1974~1976년 모 제약회사 시험과에서 근무할 때, 저는 API마다 순도 시험 항목이 다른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몸에 해로운 모든 불순물을 검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API의 제조 공정, 즉 합성이나 정제(精製) 과정에서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불순물)에 대해서만 검사하도록 규정한 것이었습니다.
 

사전(事前)에 승인된 방법에 따라 제조한 API는 약전에 규정된 순도 시험만 통과하면, 불순물의 혼입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승인받지 않은 방법으로 제조한 API의 경우, 설령 약전에 규정되어 있는 순도 시험에 ‘적합’했다고 하더라도 그 물질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승인된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제조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불순물이 혼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조 공정에서 A라는 화학 물질을 사용하겠다고 승인받아 놓고 실제로는 B라는 물질을 써서 API를 제조했다면, 약전 규정에 따라 '잔류 A 농도'를 검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정부는 API가 승인된 방법에 따라 제조되고 있는지 확실히 감독해야 합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약전에 수재된 순도 시험이 그 원료에 대한 최소한(最小限)의 시험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불순물 시험 규정을 모두 통과한 원료 속에서 작은 옷핀이 하나 발견되었다면, 이 원료를 사용하여 의약품을 제조해도 괜찮을까요? 약전에는 이러한 ‘옷핀’이 혼입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원료는 당연히 폐기해야 합니다. 약전의 규정은 최소한도의 규정일 뿐 규정되지 않은 불순물이 존재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1996년, D 제약에서 제조 ·판매하던 징OO이라는 정제(錠劑)에서 메탄올이 검출되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는 은행잎으로부터 이 약의 유효 성분을 추출할 때 사용한 메탄올이 정제에 극미량 남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메탄올은 휘발성이 강해 제조 과정에서 대부분 증발해 버립니다. 그래서 "시중의 소주 한 잔에 들어 있는 메탄올 양이 이 정제 100정에 들어 있는 양보다 훨씬 많다"는 변명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소비자의 안전성 요구 수준에 배치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D 제약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만약 정부가 이 약의 제조 공정을 사전에 검토하여 제품 중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 메탄올의 허용 한도를 엄격히 규정하고 관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습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첨가제(excipients)의 순결성입니다. 의약품 제조에는 대부분 결합제, 붕해제, 착색제 같은 첨가제가 함께 사용됩니다. 앞으로는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수준이 상승하고,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API뿐만 아니라 첨가제들의 순도도 의약품 품질 평가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의약품은 언제나 정밀하고 순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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