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사랑과 전쟁
한 때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신구 씨가 이혼 사건의 조정위원장으로 출연하던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하였다. 이 드라마는 재판상 이혼 절차의 일부인 조정위원회의 형식을 빌려 여러 부부의 이혼에 관한 사연(대부분 실화에 기초함)을 극화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 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관장 사이의 이혼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재산분할 액수가 1조 원을 넘고, 위자료가 20억 원에 이르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라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세기의 이혼”이라는 평을 내어놓았으며, 실제로 SK 그룹의 경영권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최 회장의 동거인이 알려지면서 재판 전부터 여론의 주목을 끌었고, 최근 2심의 결론이 났으며,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 담당 재판부 법관이 올해 1월 과로로 유명을 달리하기도 하였을 만큼 이 사건은 쉽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국내 최대 로펌 소속 전관 변호사들을 포함한 유명한 변호사들을 선임하였고, 노 관장 측 역시 실력 있는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하여, 법조계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혼에는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 있다. 부부가 이혼하려는 의사의 합치를 이루면, 협의이혼을 신청하고 판사 앞에서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은 후 신고를 함으로써 이혼하게 된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혼을 원하는 부부 중 일방은 재판상 이혼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처럼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치거나 판사의 판단을 받아 이혼을 하게 된다. 이처럼 이혼을 하기 위하여는 법원의 절차를 이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이혼을 하려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다시 같이 살기로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서 가장 문제가 된 쟁점은 재산분할이었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당사자 사이의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대법원은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면서,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SK 주식을 비롯한 최 회장의 재산을 특유재산이 아닌 공동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면서, 노 관장의 가사 노동과 그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 등이 SK 주식의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순 자산의 합계를 약 4조 원으로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 노 관장 35%로 정하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지급할 금액을 약 1조 3,800억 원으로 판단하였다.
필자는 아직 결혼식 주례를 서본 적은 없고 친구들의 결혼식 사회를 몇 차례 본 적이 있을 뿐이지만,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천 쌍에 달하는 부부의 이혼에는 관여하였다. 수많은 이혼 사건에 관여하면서 느낀 것은,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허무는 이혼이라는 전쟁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파괴적이라는 것이었다. 해마다 떨어지는 결혼율과 출산율을 바라보며, 전쟁보다는 사랑을 키워가는 건실한 가정이 이 나라에 더욱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사회지도층도 이혼이라는 전쟁보다는 가정이라는 사랑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필자소개>
송영승(宋永勝) 변호사는 서울동북고등학교(1993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98년)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제31기)을 거쳐 인천지법 ,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2023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주식회사 타스코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실사판 사랑과 전쟁
한 때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신구 씨가 이혼 사건의 조정위원장으로 출연하던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하였다. 이 드라마는 재판상 이혼 절차의 일부인 조정위원회의 형식을 빌려 여러 부부의 이혼에 관한 사연(대부분 실화에 기초함)을 극화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 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관장 사이의 이혼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재산분할 액수가 1조 원을 넘고, 위자료가 20억 원에 이르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라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세기의 이혼”이라는 평을 내어놓았으며, 실제로 SK 그룹의 경영권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최 회장의 동거인이 알려지면서 재판 전부터 여론의 주목을 끌었고, 최근 2심의 결론이 났으며,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 담당 재판부 법관이 올해 1월 과로로 유명을 달리하기도 하였을 만큼 이 사건은 쉽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국내 최대 로펌 소속 전관 변호사들을 포함한 유명한 변호사들을 선임하였고, 노 관장 측 역시 실력 있는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하여, 법조계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혼에는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 있다. 부부가 이혼하려는 의사의 합치를 이루면, 협의이혼을 신청하고 판사 앞에서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은 후 신고를 함으로써 이혼하게 된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혼을 원하는 부부 중 일방은 재판상 이혼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처럼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치거나 판사의 판단을 받아 이혼을 하게 된다. 이처럼 이혼을 하기 위하여는 법원의 절차를 이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이혼을 하려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다시 같이 살기로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서 가장 문제가 된 쟁점은 재산분할이었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당사자 사이의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대법원은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면서,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SK 주식을 비롯한 최 회장의 재산을 특유재산이 아닌 공동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면서, 노 관장의 가사 노동과 그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 등이 SK 주식의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순 자산의 합계를 약 4조 원으로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 노 관장 35%로 정하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지급할 금액을 약 1조 3,800억 원으로 판단하였다.
필자는 아직 결혼식 주례를 서본 적은 없고 친구들의 결혼식 사회를 몇 차례 본 적이 있을 뿐이지만,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천 쌍에 달하는 부부의 이혼에는 관여하였다. 수많은 이혼 사건에 관여하면서 느낀 것은,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허무는 이혼이라는 전쟁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파괴적이라는 것이었다. 해마다 떨어지는 결혼율과 출산율을 바라보며, 전쟁보다는 사랑을 키워가는 건실한 가정이 이 나라에 더욱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사회지도층도 이혼이라는 전쟁보다는 가정이라는 사랑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필자소개>
송영승(宋永勝) 변호사는 서울동북고등학교(1993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98년)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제31기)을 거쳐 인천지법 ,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2023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주식회사 타스코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