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아직 추운 겨울인데 무좀약을 찾는 이가 늘어난다. 무좀하면 덥고 습한 여름이 생각나는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겨울이라고 무좀균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무좀의 원인은 표피사상균과 백선균 같은 진균이며, 쉽게 말해 곰팡이다.
냉장고에 보관했는데도 곰팡이가 피어올라 상한 잼을 생각해보라. 곰팡이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다른 곳은 다 겨울인데 발은 여름이라는 거다.
겨울에 날씨가 추우니 종종 양말도 더 두꺼운 것으로 신고 다니는데 제품에 따라서 보온은 잘 되고 통기성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땀이 나서 습하고 따뜻하니 무좀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소, 말과 같은 가축이 겨울철에 축사에서 서로 접촉이 늘어나면 진균으로 인한 표피 감염이 잘 생기는 것처럼 사람도 겨울에 온천, 사우나, 찜질방 같은 곳을 이용하다보면 공용 발판이나 젖은 바닥, 수건 등을 통해 무좀균이 옮을 수 있다.
겨울철 무좀이라고 치료 방법이 여름과 다르지 않다. 항진균제가 들어있는 연고, 크림, 분말,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뿌리는 타입의 약보다는 바르는 약이 효과가 좋다. 약을 문질러 발라주는 과정에서 피부로 약성분이 더 잘 이동하기 때문이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뒤에 정성껏 발라줄수록 치료에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프레이나 분말은 재발을 막는 예방용이나 신발 소독용으로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발바닥이나 발가락 사이 피부에 무좀일 경우 1주만 약을 발라줘도 증상이 좋아지고 3-4주 정도 약을 발라주면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발톱무좀은 다르다. 일반 무좀 연고나 크림의 약성분은 발톱 깊숙이 침투할 수 없어서 네일라커 타입의 발톱 전용 무좀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며, 치료에 무려 9~12개월이 걸린다.
여름에 시작한 무좀 치료가 이듬해 봄이나 여름에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발톱무좀의 경우 먹는 약을 사용해서 치료해도, 약 복용은 3개월이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발톱이 깨끗하게 새로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발톱이 손톱보다 3-4배 더 느린 속도로 자란다. 무좀이 있는 성인의 경우 발톱이 더 천천히 자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만약 바르는 약으로 발톱 무좀을 치료하기로 결정한 분들은 이 기간 동안에 꾹 참고 열심히 약을 발라주어야 한다.
여름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면 앞으로도 2-3개월은 더 발라줘야 완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좀이 없어도 약을 바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보다 비약물 요법으로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무좀이 있을 경우, 겨울에도 발을 잘 씻고 건조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발을 하루 1회 이상 깨끗하게 씻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는 더 자주 씻는 게 바람직하다. 발을 씻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잘 말리고, 발수건은 따로 쓰거나 수건으로 발을 닦을 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맨 마지막에 닦아주어야 한다. 발 닦은 수건으로 다른 곳을 닦으면 신체의 다른 부분까지 감염될 수 있다.
손발톱 무좀이 있을 경우에는 피부에 보이는 무좀만 치료해서는 재감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무좀약을 발라주면 나은 듯하다가도 자꾸 재발하는 사람이라면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하여 손발톱 무좀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여름이라면 샌들을 신는 게 꼭 끼는 신발보다 낫지만, 겨울에도 조금 넉넉한 신발을 신어서 통풍이 잘 되도록 해주면 무좀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 양말은 면양말로 매일 갈아 신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 모직물이나 합성섬유 양말은 통기성이 떨어져 무좀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피부의 곰팡이균은 제압했는데, 신발이나 양말에 남아있던 녀석들이 다시 발로 옮겨와 무좀이 재발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래된 신발이나 양말은 과감히 버리자. 세척, 건조 후에 항진균제가 들어있는 분말을 뿌려두었다가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무좀은 가족에게서 옮을 수도 있다. 무좀 환자가 있을 경우, 발수건이나 신발을 함께 쓰지 않는 게 좋다. 약에게만 맡기지 말고, 내가 약을 도와줘야 효과를 본다는 사실은 겨울철 무좀약 사용법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