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29> 낙상에 주의해야 할 약 이야기
정재훈 약사
입력 2019-02-27 09:40 수정 최종수정 2019-02-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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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칠전팔기는 멋진 말이지만 이론일 뿐이다. 사람이 실제로 일곱 번을 넘어졌다가는 큰일 난다.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을 당하면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누워있는 동안 근육이 빠르게 힘을 잃는다. 매주 근력이 10-20%씩 줄어들어 입원 3-5주 만에 원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주일만 누워있어도 허벅지 근육량이 3%나 줄어든다.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등과 다리의 근육을 움직이는 젊은 환자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에 이러한 근육 소실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누워있는 동안 근육이 줄고 힘이 빠져서 골절이 낫고 나서도 다시 쓰러지기 쉽다.

넘어지고 겨우 회복해서 일어났다가 또 넘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나중에는 혼자 일어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건강하던 노인이 낙상 몇 달 뒤에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이유다. 건강을 위해서는 칠전팔기보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훨씬 나은 일이다.

낙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낙상의 절반 이상이 집에서 발생한다. 집안이 정리가 안 되어 있을수록 걸려 넘어질 위험이 크다. 바닥에 물건을 치우고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게 좋다. 봄나들이도 길이 너무 미끄러운 날은 자제해야 한다.

젊었을 때는 휘청하다가도 균형을 잡아서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므로, 낙상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숨어있는 낙상 위험 요인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약이다.

고혈압에 복용하는 이뇨제, 혈압강하제, 수면제, 요실금약, 항우울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의 여러 약물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4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낙상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낙상을 조심하려면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모든 약이 낙상 위험을 높이는 건 아니다. 주로 어지러움이나 졸음 부작용을 유발하는 약이 위험하다. 하지만 만성질환이나 건강상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약을 여러 가지 복용하는 경우에 낙상이 걱정된다고 무작정 약을 끊을 수도 없다.

모든 약에는 약을 복용해서 얻는 유익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이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대해 저울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알파차단제라는 약을 복용하면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으로 낙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잔뇨감 때문에 밤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회수가 늘어나고 그 와중에 넘어져서 낙상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결국 약을 복용하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같은 알파차단제 중에서도 어지러움이나 기절 등으로 낙상이 생길 위험이 적은 것을 고르고, 약 복용 시간을 잘 지켜서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전립선 비대증 치료약을 자기 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약 복용을 시작하고 처음 일주일 동안은 어지러움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나므로 몸이 적응할 때까지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때문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 중일 때에도 누워 있거나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져 낙상을 입을 수 있다. 급격한 자세 변화를 피하고 지지대를 잡아주는 게 좋다.

졸음,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부작용과 낙상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위험을 줄이려면 우선 내가 복용중인 약에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약이 있는가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처방약뿐만 아니라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도 모두 포함하여,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나열한 리스트를 만들기를 권한다.

이 목록을 가지고 가까운 약국에 가서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약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또한 다른 이유 없이 평소보다 졸리거나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경우, 혹시 복용 중인 약에 그런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해 약사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습관으로 하면 유익하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약을 복용 중일 때 술을 마시면 졸리고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어져 낙상 위험이 증가한다. 과음을 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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