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64> 여름철 지사제 이야기
정재훈 약사
입력 2020-07-15 09:34 수정 최종수정 2020-07-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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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여름에는 설사 때문에 약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행이나 휴가 전에 상비약으로 지사제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사제는 올바른 선택과 사용이 중요하며 쓰면 안 되는 경우부터 알고 있어야 하는 약이다.

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대변에 혈액, 점액이 섞여있는 경우, 38.5˚C 이상의 고열이 있는 경우, 4시간 이상 구토를 동반한 설사,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 당뇨, 심부전,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자, 설사가 계속 악화되거나 탈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우선 병의원에 방문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입이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잘 나지 않고 눈이 움푹 꺼진 듯 보이거나 소변이 줄고 살을 꼬집었다가 놓아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탈수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인의 경우 갈증이 늘고 피곤하거나 입이 마르고 소변 회수나 양이 줄면 역시 탈수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설사는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탈수는 매우 위험하다. 방치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때는 수분과 전해질의 공급을 위해 구강재수화용액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구강재수화용액을 만드는 대신 스포츠음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설사가 심할 때는 추가적으로 미네랄 보충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의사, 약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급성 설사는 대부분 자기제한적이다. 쉽게 말해 약을 쓰지 않고 그냥 두어도 저절로 낫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증상이 불편하니까 약을 써서 빨리 멈추고 싶은 경우도 종종 있다. 약을 사용할 때는 각각의 특성에 따라서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

로페라미드는 지사제로 자주 사용되는 약으로 설사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체액과 전해질 손실을 줄여준다. 처음에는 두 알을 씹거나 물과 함께 복용하고 이후 묽은 변이 있을 때마다 한 알을 추가로 복용한다. 성인은 하루에 최대 4알까지 복용할 수 있다. 변비, 현기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설사가 멈추면 약도 멈추는 게 좋다.

약 이름이 조금 길고 어렵게 들리지만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처럼 흡착을 이용한 지사제도 있다. 설사를 일으키는 장내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변과 함께 배설되는 방식으로 설사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다. 장 점막을 도포해서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설사뿐만 아니라 식도, 위, 십이지장과 관련된 통증의 완화로도 사용되는 약이다.

그러나 약의 작용 기전상 다른 약 성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약과는 최소한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의 경우도 다른 지사제와 마찬가지로 설사가 멈추고 나면 복용을 멈추는 게 변비 부작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벼운 설사가 있을 때 집에 프로바이오틱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직 연구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로 인한 설사를 예방하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만 면역이 심하게 저하된 사람의 경우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도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 있어서 우선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드물지만 약도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항생제가 대표적 예다. 항생제 복용시 가벼운 설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복통을 동반한 심한 설사가 계속될 경우는 즉시 의사, 약사에게 알리고 경우에 따라 항생제를 다른 종류로 바꾸거나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 때는 설사를 치료하기 위해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항생제를 추가로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그 밖에 설사를 일으키는 약으로 갑상선 호르몬제, 통풍 예방을 위한 약인 알로퓨리놀, 항우울제, 리튬, 체중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올리스탯과 같은 약이 있다. 위산을 줄여주는 H2 차단제도 간혹 설사 부작용이 나타난다. 2주간 변비 때문에 고생하던 친구가 H2 차단제를 복용하고 변비가 해소되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설사가 계속될 때는 자가 치료보다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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