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주스와 감기약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뉴스가 가끔 눈에 띈다. 산성의 자몽주스가 감기약 흡수를 방해하여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철저히 틀린 정보다. 하지만 이런 가짜 정보도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왜 이런 틀린 정보가 양산되며 걸러지지 않는가 어떻게 이런 정보 오류를 피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종합감기약에는 자몽주스로 흡수가 방해받는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지 않다. 항히스타민제 중에 펙소페나딘(상품명:알레그라)이라는 약물만 자몽과 상호작용이 있다. 이 약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용도로 쓰는 약이다. 감기약이 아니다. 알레르기 비염 약 중에서도 다른 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펙소페나딘 성분만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다른 항히스타민제와 다르게 OATP(organic anion transporter, 유기음이온운반체)를 통해 흡수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자몽주스, 오렌지주스, 사과주스와 같은 과일주스에는 이 약성분과 흡수를 두고 경쟁하는 유기산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로 인해 약의 흡수가 줄어들게 되면 약효를 제대로 낼 수 없다. 조금 복잡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약의 실제 사용자를 위해 요약하면 알레르기 비염 약 중에서도 특정 성분(펙소페나딘)이 들어있는 경우만 과일주스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기약에는 이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펙소페나딘은 졸음 유발이 거의 없는 이른바 3세대 항히스타민제이다.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제는 대부분 졸음을 유발하는 1세대이다. 이들은 과일주스를 마신다고 하여 흡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감기약 성분 중에 기침을 줄이기 위한 약성분 덱스트로메토르판과 자몽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는 있다. 종합감기약에 들어있는 정도의 양으로는 크게 문제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지만 이 성분의 기침약만 단독으로 복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자몽과 감기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나열식 기사다. <감기약과 먹으면 ‘독되는 음식’ 6가지>, <감기약 먹을 때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7가지>와 같은 식으로 나열하는 기사는 피해야 한다. 이런 나열식 기사가 포털에서 인기를 끌고 조회수가 높다 보니 제목을 이렇게 다는 언론사가 많다.
하지만 6, 7가지를 나열하는 기사는 유독 저품질인 경우가 많다. 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여러 기사를 조합해서 쓰다 보니 정보가 뒤섞여 오류가 생긴다. 게다가 여러 가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전문가의 감수를 통하지 않고 얼른 써내다 보니 틀린 정보가 섞여 들어가기 쉬운 것이다. 약에 관한 한 나열식 뉴스는 그냥 클릭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그래야 포털 뉴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할 거고 틀린 정보 때문에 혼란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식 기사의 또다른 문제점 중의 하나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정보 오류를 수정하지도 않은 채 매년 반복된다는 거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틀린 것으로 확인된 내용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틀린 부분에 표시를 하고 수정하거나 기사 상단에 틀린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경고문이라도 달아야 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잘못된 정보를 조합해서 또 다른 잘못된 기사를 쓰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제대로 쓰자. 그렇게 쓴 기사만 클릭하자.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73> 자몽주스-감기약 상호작용의 진실
편집부 기자
webmaster@yakup.com
입력 2020-12-02 20:42
수정 최종수정 2020-12-11 14:00
▲ 정재훈 약사
자몽주스와 감기약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뉴스가 가끔 눈에 띈다. 산성의 자몽주스가 감기약 흡수를 방해하여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철저히 틀린 정보다. 하지만 이런 가짜 정보도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왜 이런 틀린 정보가 양산되며 걸러지지 않는가 어떻게 이런 정보 오류를 피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종합감기약에는 자몽주스로 흡수가 방해받는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지 않다. 항히스타민제 중에 펙소페나딘(상품명:알레그라)이라는 약물만 자몽과 상호작용이 있다. 이 약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용도로 쓰는 약이다. 감기약이 아니다. 알레르기 비염 약 중에서도 다른 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펙소페나딘 성분만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다른 항히스타민제와 다르게 OATP(organic anion transporter, 유기음이온운반체)를 통해 흡수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자몽주스, 오렌지주스, 사과주스와 같은 과일주스에는 이 약성분과 흡수를 두고 경쟁하는 유기산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로 인해 약의 흡수가 줄어들게 되면 약효를 제대로 낼 수 없다. 조금 복잡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약의 실제 사용자를 위해 요약하면 알레르기 비염 약 중에서도 특정 성분(펙소페나딘)이 들어있는 경우만 과일주스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기약에는 이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펙소페나딘은 졸음 유발이 거의 없는 이른바 3세대 항히스타민제이다.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제는 대부분 졸음을 유발하는 1세대이다. 이들은 과일주스를 마신다고 하여 흡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감기약 성분 중에 기침을 줄이기 위한 약성분 덱스트로메토르판과 자몽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는 있다. 종합감기약에 들어있는 정도의 양으로는 크게 문제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지만 이 성분의 기침약만 단독으로 복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자몽과 감기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나열식 기사다. <감기약과 먹으면 ‘독되는 음식’ 6가지>, <감기약 먹을 때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7가지>와 같은 식으로 나열하는 기사는 피해야 한다. 이런 나열식 기사가 포털에서 인기를 끌고 조회수가 높다 보니 제목을 이렇게 다는 언론사가 많다.
하지만 6, 7가지를 나열하는 기사는 유독 저품질인 경우가 많다. 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여러 기사를 조합해서 쓰다 보니 정보가 뒤섞여 오류가 생긴다. 게다가 여러 가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전문가의 감수를 통하지 않고 얼른 써내다 보니 틀린 정보가 섞여 들어가기 쉬운 것이다. 약에 관한 한 나열식 뉴스는 그냥 클릭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그래야 포털 뉴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할 거고 틀린 정보 때문에 혼란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식 기사의 또다른 문제점 중의 하나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정보 오류를 수정하지도 않은 채 매년 반복된다는 거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틀린 것으로 확인된 내용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틀린 부분에 표시를 하고 수정하거나 기사 상단에 틀린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경고문이라도 달아야 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잘못된 정보를 조합해서 또 다른 잘못된 기사를 쓰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제대로 쓰자. 그렇게 쓴 기사만 클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