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통풍은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뾰족한 요산 결정이 발가락 관절과 같은 곳에 쌓이면 염증과 함께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실제로 통풍 발작이 시작되면 홑이불에 발가락이 닿기만 해도 괴롭다는 사람이 많다. 발에 천이 닿지 않도록 막아주는 가드를 사용해서 마치 텐트를 치듯 이불을 걸쳐줘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이다.
하필 이런 통풍 발작은 밤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2월 관절염과 류마티즘 학회지(Arthritis & Rheumatology)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정부터 이른 아침(자정~오전 7:59)에 통풍 발작이 생길 위험은 낮 시간(오전 8:00~오후 3:59)보다 2.36배 높았다. 통풍 위험을 낮추려고 술을 안 마시고 퓨린 섭취를 줄이는 사람의 경우에도 밤에 통풍 발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밤에 통풍의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밤에 체온이 더 낮아지고 이로 인해 요산 결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자는 동안의 체내 수분 감소, 염증을 줄여주는 코티솔 호르몬 수치가 밤중에 낮아지는 것이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주말 밤에 통풍 발작이 시작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문을 연 병·의원을 찾는 게 힘들다. 이 때를 대비해서 미리 콜키신 같은 약을 처방받아서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콜키신은 통풍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얼른 복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통풍 발작이 시작되고 24시간 이내에 사용하는 게 좋다. 증상이 나타나고 36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콜키신은 백혈구 중에서 호중구가 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여 통풍으로 인한 염증을 줄여준다. 20년 전에는 한 시간마다 0.6mg씩 최대 6mg까지 복용했지만, 요즘에는 처음에 1.2mg (0.6mg 알약으로 두 알), 1시간 뒤에 0.6mg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다음 날부터는 하루에 0.6mg 알약을 아침, 저녁에 한 번씩 총 2회 복용한다. 이렇게 저용량으로 복용하면 복통, 설사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콜키신은 자몽 주스와 상호작용이 있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주의해야 하는 약이다. 가까운 약국에 문의하여 이런 상호작용 문제가 있는지 미리 점검해두는 게 안전하다.
소염진통제도 급성 통풍 발작에 자주 사용되는 약이다. 나프록센 같은 소염진통제는 약국에서 처방 없이도 구입이 가능하다. 평소에 두통이나 근육통 또는 생리통에 대비하여 집에 가지고 있는 약을 통풍으로 인한 통증 완화에 사용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복용량이 다르다. 사용설명서의 깨알 글씨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때는 읽어보고 약을 복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급성 통풍에 나프록센을 사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처음에 750mg을 복용하고 발작이 없어질 때까지 250mg을 8시간 간격으로 복용한다. 500mg씩 하루 두 번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 알에 250mg이라면 처음에 3알 복용 뒤 8시간마다 1알, 또는 하루 두 알씩 두 번을 복용하는 식이다. 콜키신은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지만 나프록센 같은 소염진통제는 식후에 복용해야 속이 덜 불편하다. 자다가 일어나서 복용해야 할 때는 우유로라도 복용하는 게 빈속에 맹물로 복용하는 것보다 낫다. (우유로 약을 삼키면 안 된다는 건 모든 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장용정으로 된 변비약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모두가 소염진통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용 전에 약물 알레르기, 만성질환 유무에 대해 의사, 약사와 충분히 상담해 두어야 한다.
발작이 자주 있을 경우는 병·의원에 방문하여 예방약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논해보는 게 좋다. 하지만 통풍 발작이 있을 때는 참지 말고 얼른 통증, 염증을 줄여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생기자마자 약으로 치료하면 이삼일 만에 나을 수도 있지만 증상이 있고 삼사일이 지나 뒤늦게 약을 쓰면 다 낫기까지 이삼 주가 걸릴 수도 있다. 통풍 약도 때맞춰 써야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