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04> 프로바이오틱스 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2-03-16 14:39 수정 최종수정 2022-03-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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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과학보다 빨리 간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에는 주로 유산균에 대한 이야기가 매체에 자주 등장했지만 요즘 더 핫한 용어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언뜻 비슷하게 보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유산균은 발효과정에서 유산(젖산)을 만들어내는 균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균이 모두 사람의 장속에 머물 수 있거나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우유를 발효시키는 유산균은 우유를 요거트로 변화시키며 그 속에서는 잘 살아간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요거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유산균은 사람의 장내에는 살아남지 못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특정 미생물이 인체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의 관점에서 바라본 용어이다. 유산균과 같은 세균뿐만 아니라 사카로마이세스보울라디와 같은 효모도 프로바이오틱스에 포함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투여하면 숙주(즉 사람)에게 건강상 이익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한다. 

WHO 정의는 제품 홍보에 너무 많이 이용된다. 이러려고 WHO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정의했나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서 장까지 간다고 해서 거기 오래 머물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착해서 살기에는 이미 살고 있는 미생물의 텃세가 만만치 않다. 어떤 균은 넣어줘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나마 살아서 머문다 해도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길어야 2주이다. 프로바이오틱스 판매업체 관점에서는 나쁜 일이 아니다. 계속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업체에서 그렇게 광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마치 자사 제품을 먹으면 그 속의 미생물이 장에 계속 머물면서 영원히 효과를 낼 것처럼 이야기한다. 

의약품으로 출시된 제품도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이 현재 유통되는 프로바이오틱스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미생물의 종류와 효능을 입증할 자료는 물론이고 제품 자체의 품질도 의문스러운 경우가 많다. 2020년 브라질 연구에 따르면 분석에 사용한 11개 제품 중에 라벨과 제품 성분이 일치하는 경우는 2개에 불과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프로바이오틱스 15개 제품을 대상으로 시험, 평가한 결과 균수는 전 제품이 적합했고 대장균군, 이물 등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3-19종의 균종을 함유했다는 제품 대부분이 대표 균 1-2종에 편중되어 있었다. 19개 균종이 함유되었다고 표시해놓고 실제로는 1개 균종이 88%를 차지한 제품도 있었다. 나머지 18개는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이들 18종은 그냥 구색을 갖추기 위한 용도로 넣은 걸로 의심되는 결과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에 대한 홍보도 과장된 경우가 많다. 비만의 원인은 뚱보균이며 그러니 날씬이균을 먹으면 살이 빠질 거라는 광고도 눈에 자주 띈다. 2006년 연구에 근거한 이야기이지만 이는 과장이다. 후속 연구에서 한때 뚱보균이라고 불린 후벽균이 비만과 연관성이 없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후벽균은 하나의 미생물 종이 아니고 수천 개의 종을 포함한다. 종속과목강문계에서 문에 해당한다. 이렇게 넓은 범주인데 여기에 간균(Bacillus)이 추가되면서 명칭도 Firmicutes에서 Bacillota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간균 명칭만 강조된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뚱보균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의 권위자 천종식 박사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아직 입증된 효과가 많진 않다. 변비, 설사의 경우처럼 비교적 쉽게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서 기능성 내용도 기본적으로는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다른 기능성이 표시된 개별인정형 제품도 늘고 있다. 장내 미생물 군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앞으로 이런 제품이 더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광고에 나오는 만큼의 극적 효과는 보기 어려운 경우가 아직 많다. 그러니 마케팅이 과학보다 빨리 간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고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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