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생소한 의학용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말과 친숙하다. 근육을 만들고 성욕과 체력을 유지시켜 준다는 바로 그 남성 호르몬 말이다. 갑자기 남성 호르몬이 확 줄어들진 않는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테스토스테론은 40대부터 매년 1%씩 감소한다. 그러나 어느 날 팔을 만져보면 단단하던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이 물결처럼 출렁거리고 단단함은 오로지 배를 두른 지방층에서만 느껴진다. 성욕 감퇴나 발기 부전은 물론이고 야한 상상마저 할 수 없다. 쉽게 피로하며 우울하기까지 하다. 전부 남성호르몬이 부족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성호르몬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에 귀가 솔깃해진다. 하지만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남성호르몬을 높이기는 어렵다. 남성호르몬을 더 떨어뜨리는 방법은 하나 있으니 바로 술을 마시는 것이다. 과음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일시적이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긴 한다. 하지만 과음을 반복하면 알코올이 고환 세포에 해를 준다. 게다가 간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더 빨리 대사된다. 더 적게 만들고 더 빨리 청소해서 없애니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2003년 핀란드 연구에 따르면 한두 잔의 술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살짝 높여줄 수 있다고 한다. 간에서 남성호르몬 대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남성호르몬 감소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면 술은 적게 마시는 게 좋다.
과식도 남성호르몬에게 악영향을 준다. 많이 먹고 뱃살이 늘어날수록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내장지방 속 효소가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전환시켜 남성호르몬을 더욱 줄어들게 한다. 여성호르몬 증가는 남성에게 여성형 유방(gynecomastia)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허리둘레는 남성호르몬 저하에 관한 한 나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10년 더 나이들 때보다 허리둘레가 10cm 더 늘어날 때 테스토스테론 부족을 경험할 확률이 두 배 더 높다.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현대인 대부분은 이미 충분히 잘 먹고 있다. 너무 잘 먹어서 문제다. 연어, 등푸른생선, 채소류, 견과류 같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남성호르몬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가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아르헨티나 연구 결과 개 다섯 마리에게 매일 생선 기름을 먹이자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연어를 찾진 말자. 캐나다에서 야생의 곰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곰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연어를 많이 먹을 수 있을 때는 낮아지고, 도리어 연어를 구할 수 없을 때 더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가 아마도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난 게 아닐까 추측했다. 그런데 실제로 생활에 적용하긴 어려운 연구 결과다. 연구자들 추측이 맞다면 시골 한적한 길에서 운전하는 사람보다 경적을 울리며 옆 차와 싸우듯 운전하는 도시의 운전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겠다고 도로에서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방법은 있다. 운동이 도움이 된다. 10-15분 동안 바벨을 드는 중량 운동으로도 짧게나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으로 남성호르몬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지만 그래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건 음식에만 기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다. 특정 부위만 운동하는 것보다는 전신운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는 데 효과가 낫다.
하지만 운동도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운동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남성호르몬은 잠잘 때 만들어진다. 2011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 결과 하루 잠을 5시간으로 줄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15%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고루 적당히 먹고 절제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하라. 남성호르몬을 높이는 방법도 역시 특별한 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이 정답이다. 실행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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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남성호르몬을 높이는 법
정재훈 약사
편집부
@yakup.com
입력 2022-04-13 17:45
수정 최종수정 2022-04-15 14:43
어렵고 생소한 의학용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말과 친숙하다. 근육을 만들고 성욕과 체력을 유지시켜 준다는 바로 그 남성 호르몬 말이다. 갑자기 남성 호르몬이 확 줄어들진 않는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테스토스테론은 40대부터 매년 1%씩 감소한다. 그러나 어느 날 팔을 만져보면 단단하던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이 물결처럼 출렁거리고 단단함은 오로지 배를 두른 지방층에서만 느껴진다. 성욕 감퇴나 발기 부전은 물론이고 야한 상상마저 할 수 없다. 쉽게 피로하며 우울하기까지 하다. 전부 남성호르몬이 부족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성호르몬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에 귀가 솔깃해진다. 하지만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남성호르몬을 높이기는 어렵다. 남성호르몬을 더 떨어뜨리는 방법은 하나 있으니 바로 술을 마시는 것이다. 과음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일시적이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긴 한다. 하지만 과음을 반복하면 알코올이 고환 세포에 해를 준다. 게다가 간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더 빨리 대사된다. 더 적게 만들고 더 빨리 청소해서 없애니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2003년 핀란드 연구에 따르면 한두 잔의 술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살짝 높여줄 수 있다고 한다. 간에서 남성호르몬 대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남성호르몬 감소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면 술은 적게 마시는 게 좋다.
과식도 남성호르몬에게 악영향을 준다. 많이 먹고 뱃살이 늘어날수록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내장지방 속 효소가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전환시켜 남성호르몬을 더욱 줄어들게 한다. 여성호르몬 증가는 남성에게 여성형 유방(gynecomastia)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허리둘레는 남성호르몬 저하에 관한 한 나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10년 더 나이들 때보다 허리둘레가 10cm 더 늘어날 때 테스토스테론 부족을 경험할 확률이 두 배 더 높다.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현대인 대부분은 이미 충분히 잘 먹고 있다. 너무 잘 먹어서 문제다. 연어, 등푸른생선, 채소류, 견과류 같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남성호르몬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가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아르헨티나 연구 결과 개 다섯 마리에게 매일 생선 기름을 먹이자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연어를 찾진 말자. 캐나다에서 야생의 곰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곰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연어를 많이 먹을 수 있을 때는 낮아지고, 도리어 연어를 구할 수 없을 때 더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가 아마도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난 게 아닐까 추측했다. 그런데 실제로 생활에 적용하긴 어려운 연구 결과다. 연구자들 추측이 맞다면 시골 한적한 길에서 운전하는 사람보다 경적을 울리며 옆 차와 싸우듯 운전하는 도시의 운전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겠다고 도로에서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방법은 있다. 운동이 도움이 된다. 10-15분 동안 바벨을 드는 중량 운동으로도 짧게나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으로 남성호르몬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지만 그래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건 음식에만 기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다. 특정 부위만 운동하는 것보다는 전신운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는 데 효과가 낫다.
하지만 운동도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운동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남성호르몬은 잠잘 때 만들어진다. 2011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 결과 하루 잠을 5시간으로 줄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15%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고루 적당히 먹고 절제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하라. 남성호르몬을 높이는 방법도 역시 특별한 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이 정답이다. 실행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