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07> 치매약 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2-04-27 22: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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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 하지만 치매의 약물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어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뇌 신경세포가 죽고 나면 약으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직까지 치매약이 할 수 있는 일은 살아남은 뇌 세포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이다. 약물 치료가 너무 늦어져 이미 너무 많은 뇌 세포가 손상되면 약을 써도 잘 반응하지 않고 진행을 늦추기 어렵다. 영국에서 2014년 발표된 종합 분석 연구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1년을 늦출 때마다 그로 인한 유익이 17% 감소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조기 발견하여 조기 치료를 시작할 경우, 치매 환자의 가족은 향후 8년간 약 7,800시간의 여가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400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치매 초기단계부터 조기 치료하면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이 55% 감소한다. 치매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약물치료를 꾸준히 한 사람의 90%는 5년 후에도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었던 반면 치료를 포기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 요양 시설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치매 증상이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매 환자의 뇌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이해하면 치매 약의 작동원리도 이해하기 쉽다. 치매 환자는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신저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줄어든다. 신경세포 간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니까 마치 통신망이 두절된 것처럼 뇌에서 문제가 생긴다. 치매 치료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약은 아세틸콜린이 조금 더 오래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게 만들어지니까 버리지 않고 아껴 쓰는 방식으로 인지기능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약을 써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경과를 6개월에서 2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아세틸콜린 효소 분해를 억제하는 약은 오심, 구토, 설사, 두통 등의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난다. 이런 부작용은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고 낮은 용량에서부터 조금씩 약을 늘리는 방법으로도 피할 수 있다. 약을 식후에 복용하는 게 빈속에 복용할 때보다 위장관 부작용이 덜하다. 하지만 3-4주가 지났는데도 오심, 구토가 계속되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슷한 계열이지만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또는 붙이는 패치와 같은 다른 제형으로 바꿔볼 수 있다.  

뇌에서 글루타메이트(glutamate)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MSG를 많이 먹으면 뇌에서 흥분독소로 작용한다는 설은 여기서 나온 말이지만 틀린 이야기다. 글루타메이트는 고농도에서도 뇌-혈관 장벽을 거의 통과할 수 없다.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 글루타메이트가 문제다. 메만틴이라는 약물은 글루타메이트와 결합하는 NMDA 수용체를 차단하여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감기약, 요실금이나 배뇨장애를 치료하는 항콜린제는 치매 환자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 약은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약과는 반대로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뇌에서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치매를 직접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은 없지만 신경안정제를 오래 복용하면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PPI)의 경우도 장기 복용 시 비타민B12 부족으로 치매 위험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노년층이 이들 약물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에 위험과 약물 치료의 유익 중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직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매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더 확실히 알게 되고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약이 개발되기까지는 아마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다. 아쉽지만 지금 있는 약으로 제때 치료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 두는 게 현실적으로 제일 나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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