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10> 다이어트 신약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2-06-08 21: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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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다이어트 신약이 곧 세상에 나올 것 같다. 제약회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이 이 약을 72주 사용하면 체중이 22.5%(24kg)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위약(플라세보)을 준 그룹에서 체중 감소는 2.4%에 불과했다. 

아직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는 아니다.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가 신약 티제파티드(tirzepatide)의 임상 3상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뿐이다. 하지만 22.5%라는 수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2021년에 또 다른 다이어트 신약 세마글루티드가 참가자 체중을 15%까지 감소시킨다는 연구논문이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려 화제가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 놀랍다. (세마글루티드 임상시험에서도 위약군의 체중 감소는 2.4%로 나타났다.) 아직 둘을 일대일로 비교한 임상연구 결과는 없지만 일단 체중 감소만을 놓고 보면 티제파티드의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작용 면에서는 세마글루티드가 나을 수도 있다. 당뇨 치료약으로 둘을 비교한 임상시험(SURPASS-2)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약 사용을 중단한 참가자 비율이 티제파티드 그룹(6.0~8.5%)에서 세마글루티드(4.1%)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두 약 모두 구역, 구토, 설사와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이 가장 흔했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아니지만(그런 약은 없다) 그래도 기존의 펜터민과 같은 중추신경 흥분제에 비하면 훨씬 나은 다이어트 약이다.

신약이 개발되는 것 자체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기틀이 되는 과학 지식이 축적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티제파티드는 인체에서 만들어내는 호르몬인 인크레틴(incretin)을 본떠 만든 약이다. 인크레틴은 호르몬이 과학으로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1930년대에 만들어진 용어다. 1932년 벨기에의 생리학자 장 라 바래(Jean La Barre)는 장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글루카곤과 같은 췌장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있을 거로 추측하며 여기에 인크레틴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실제로 인크레틴이 존재하는지 입증하기는 당시 기술로는 쉽지 않았다. 콜레시스토키닌(CCK)을 발견한 당대의 생리학자이며 의사 앤드류 아이비(Andrew Ivy)가 인크레틴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고 단언하면서 194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인크레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와서 로절린 얠로와 솔로몬 버스의 획기적 기술을 개발한다. 방사면역측정법(RIA)으로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호르몬 연구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된다. 때맞춰 인크레틴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포도당을 먹었을 때 주사로 정맥에 주입했을 때보다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은 먹었을 때 장에서 인크레틴이 분비되어 췌장이 인슐린을 더 많이 내놓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이었다. 이어 1970년대 초에 GIP가 발견되고 1980년대 중반에는 GLP-1(glucagon-like peptide-1)이라는 또 다른 인크레틴이 발견되었다. 

GLP-1과 GIP는 모두 짧은 동안만 존재했다가 금방 사라지는 호르몬이다. GLP-1의 반감기는 약 5분, GIP는 약 2분이다. 짧은 시간 동안만 작동하기 때문에 이들 인크레틴을 약으로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 호르몬의 모양과 유사한 분자를 만들고 효소(DPP-4)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는 구조로 하면 약효를 길게 할 수 있다. 효소의 활동을 막아 인체가 만드는 GLP-1, GIP가 분해되는 것을 늦추는 약이 글립틴이라고 불리는 약이다. GLP-1 유사체로 만들어진 약이 세마글루티드와 같은 약이다. GIP 유사체는 약으로 만들어도 효과가 시원찮다는 게 이제까지의 중론이었다. 그런데 GIP와 GLP-1의 양쪽 모두와 비슷하게 만든 이중 작용제의 경우 GLP-1 작용제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게 티제파티드라는 신약의 개발 과정에서 알려진 것이다. 길고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이렇게 오랜 과학자들의 발견과 지식의 축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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