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15> 알츠하이머 논문조작 논란
편집부
입력 2022-08-25 21:52 수정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론이 가능한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면 그 이론이나 그 이론으로 풀려는 문제를 잘 모른다는 신호로 여겨야 한다.” 알츠하이머 연구에 딱 맞는 말이다.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치매의 원인이라는 가설은 치매 연구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의사이며 신경해부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기억 상실, 인지장애와 치매 증상을 겪은 사망자를 부검하여 뇌에서 단백질 덩어리를 발견했다.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 병은 최초 발견자인 알츠하이머 박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라고 불리는 끈끈한 단백질이 뭉쳐서 플라크(plaque)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염증을 유발하여 신경세포의 오작동을 유발하고 종국에는 신경세포를 죽여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제까지 가장 유력해 보이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21일 사이언스지에 실린 기사가 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06년에 발표되어 2,300회 이상 인용된 중요 연구논문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논문에 실린 이미지가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조작된 걸로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논문뿐만 아니라 후속 논문에서도 비슷하게 수상한 점이 보이고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의혹 제기에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2006년 논문이 실린 학술지는 <네이처>이다. 의혹 제기 기사는 <네이처>의 유력한 경쟁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2006년 연구를 주도한 실뱅 레스네와 캐런 애쉬는 이후 명성을 얻으며 저명한 연구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에 의혹을 제기한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매튜 슈레그 교수는 공매도 투자자의 변호인에게 의뢰를 받아서 레스네와 애쉬의 연구논문을 분석했다. 공매도 투자자 두 명도 저명한 신경과학자이다. 이들은 처음에 카사바 사이언스라는 미국의 바이오기업이 신약으로 개발 중인 시무필람(simufilam)이란 물질과 관련한 연구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여 조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그걸 파헤치는 과정에서 16년 전 화제가 되었던 주요 연구논문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스토리이다.     

학계에서는 자성하는 목소리가 크다. Aβ*56 (아밀로이드베타 스타 56 또는 에이베타 스타56으로 읽는다)라는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이라는 논문 내용은 당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흔들리고 있던 상황에서 가설을 옹호하는 쪽에 힘을 실어줬다. 이 연구논문이 아니어도 아밀로이드 베타 연구의 큰 축이 흔들리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다. 학계에는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다. 논문을 출판하거나 아니면 멸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다. (주요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거나 아니면 망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며 자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지만 학술지에는 대중매체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실패한 연구결과는 관심 밖이고 그래서 잘 싣지 않는다. 과학자들도 사람이어서 저명한 연구자를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레스네가 발견했다는 Aβ*56를 재현한 과학자는 없었다. 하지만 Aβ*56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구논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학자인 데니스 셀코의 2008년 논문 두 건이 고작이다.       

과학자들도 사람이다.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물론 과학은 그런 오류를 걸러낸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네이처>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논문도 조작될 수 있다면 수많은 다른 학술지는 이런 조작에 얼마나 취약할 것이란 말인가. 다행히 요즘은 Pubpeer처럼 출판된 연구논문에 대해 토론하고 검토하여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놀라운 발견과 스타연구자에게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팩트체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15> 알츠하이머 논문조작 논란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15> 알츠하이머 논문조작 논란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