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채집인과 도시인의 하루 소비 칼로리는 얼마나 다른가? 별 차이가 없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 초원 지대에서 평균적으로 하루 14km를 걷는 하드자족 남성과 산업화된 국가에 사는 성인 남성의 에너지 소비량은 동일하다. 체중이 같다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매일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든, 도심의 빌딩 숲에서 거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든 일일 소비 칼로리가 같다는 이야기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인류학자 허먼 폰처가 10년에 걸쳐 여러 차례 하드자족 야영지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연구한 결과이다.
폰처의 연구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하루 3000kcal를 소비하면서 운동은 거의 하지 않던 성인이 하루 500kcal를 운동으로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칼로리 소모가 늘어난 만큼 살이 빠져야 맞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몸은 마치 하루 일정한 금액만 생활비로 지출하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안 하던 운동에 하루 500kcal를 소비하면 나머지 2500kcal을 가지고 어떻게든 맞춰 생활한다. 제한된 일일 에너지 소비량은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온혈동물에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쥐를 계속 빈둥거리도록 하거나 또는 쳇바퀴를 주어 돌리면서 활동량을 늘려도 에너지 소비량은 처음에만 조금 증가할 뿐 일정하게 유지된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운동을 해도 에너지소비량이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체중이 조금 줄어들 수 있지만 인체는 곧 운동에 소모한 열량에 맞춰 다른 항목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인다. 그러므로 운동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사실이 운동이 건강에 유익한 이유가 된다. 운동으로 열량을 소비하는 만큼 다른 활동에 사용할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에너지 예산이 줄어들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고 쓰게 된다. 그러니 우선순위가 낮은 일에는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다. 염증에 쓸 에너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규칙적 운동이 만성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반대로 과식으로 칼로리가 남아돌 때는 체중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염증도 증가한다. 같은 맥락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도 덜 민감해진다.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에 반응할 에너지가 넘쳐나지만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반응에 더 적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하루 제한된 에너지를 용돈으로 받은 사람이라면 운동에 적당량을 써서 몸이 나머지 칼로리를 아껴 쓰도록 만들 때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경우에는 생명에 필수적 활동에도 사용할 에너지가 모자라서 건강에 도리어 해로울 수도 있다. 2022년 2월 아일랜드 연구팀의 메타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삼 분 걷는 정도로도 충분히 유익하다. 식후 60~90분 내에 2~5분 정도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치를 개선하는 데 유의할만한 효과가 나타났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 몸을 좀 더 자주 움직여서 소비 칼로리를 늘려주는 정도로도 건강에 충분히 유익하다.
물론 운동이 다는 아니다. 현대인의 식생활이 원시인과 달라져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은 흔하다. 폰처는 원시인의 식단이 저탄고지라고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에 대해 개탄한다. 모를수록 더 용감하다는 것이다. 식물성 식품은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 경향이 있고 20세기 초 인류학이 여성이 기여한 식품 공급량을 과소평가했기에 생긴 오해일 뿐, 수렵채집인의 식탁은 저탄고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폰처의 설명이다. 현존하는 수렵채집인 인구집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하드자족, 치마네족, 슈아르족의 매일 섭취 칼로리에서 65% 이상이 탄수화물이라는 그의 지적은 저탄고지에 흔들린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본래 인간은 구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먹는 잡식동물이지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율을 생각하며 먹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
폰처는 자신의 방대한 연구 결과를 모아 2021년 <운동의 역설>이란 책을 냈다. 2022년 7월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칼로리, 체중, 운동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