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18> 사람만 통풍에 걸리는 이유
편집부
입력 2022-10-13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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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통풍에 취약한가? 요산을 대사하는 효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을 포함한 일부 영장류는 요산을 알란토인으로 대사하는 효소를 만들 수 없다. 유전자가 있기는 한데 기능을 잃어버린 위유전자(pseudogene)이다. 알란토인은 요산보다 소변에 10~100배 더 잘 녹는다. 요산을 알란토인으로 대사하는 효소(uricase)를 가지고 있는 다른 동물에게는 통풍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이런 중요한 효소를 잃어버렸을까?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른다.

일부에서는 영장류가 비타민C를 합성하는 능력을 상실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요산을 축적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추측한다. 요산은 인체 내에서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작용할 수 있으니 비타민C를 못 만들어서 부족한 부분을 요산으로 채우는 방향으로 한 게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2021년 <분자 생물학과 진화> 학회지에 실린 미국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비타민C 합성 능력 상실과 요산 대사 효소 상실에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비타민C가 모자란 부분을 요산으로 채우려고 했다는 것은 가설일 뿐 신빙성이 낮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타민C를 섭취하면 통풍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2022년 5월 실린 연구 결과 하루 비타민C를 500mg 섭취하는 사람은 통풍으로 진단 받을 가능성이 12% 줄어들었다. 이런 효과는 체질량지수(BMI)가 25 미만인 정상체중인 사람에게서 두드러졌다. 이 연구는 미국 남성 의사 14,641명을 대상으로 한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인과 관계를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통풍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인데다가 다른 연구에서도 이미 통풍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서는 비타민C에 별 효과가 없다는 쪽 결과가 다수이다. 비타민C 보충제를 통풍환자에게 권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또 다른 가설은 인체가 요산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게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요산이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물질이라는 설명이다. 통풍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동물 실험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아주 틀린 설명은 아니다. 2018년 발표된 연구 결과, 요산분해효소가 작동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암컷 생쥐의 수명이 정상 생쥐보다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2020년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요산이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불행히도 이러한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힘들다. 요산은 양날 선 검이다. 인체 내에서 항산화제로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산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사람에게서 혈중 요산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고혈압, 내장 비만,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된다. 2022년 8월에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 결과 급성 통풍 발작이 있고 나서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겪을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 발작 직후 60일 이내에 이러한 심혈관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통풍 발작이 없었던 사람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로 높았다. 요산이 인체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항산화물질로 작용하든 간에 그 효과가 산화적 스트레스가 높아진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요산분해효소를 잃어버린 게 과당을 섭취하면 지방으로 대사, 축적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과일로 먹는 거야 무방하지만 음료로 액상과당을 과잉섭취하는 것은 통풍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인체에서는 만들 수 없는 요산분해효소를 투입하면 통풍을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런 취지로 만든 약이 있다.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돼지와 개코원숭이의 요산분해효소를 변형하여 만든 약(Pegloticase)이다. 하지만 고가인데다가 면역 반응이나 부작용 문제로 잘 쓰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사람이 아주 오래 전 상실한 효소를 되살려 약으로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사용되는 약과 생활습관 조정으로도 통풍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과음, 비만, 과체중은 모두 산화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인체가 요산을 더 많이 만들도록 방치하지 말자. 체중 조절, 금연, 운동, 식이 조절로 혈중 요산 수치를 10~18%까지 낮출 수 있다. 비록 통풍을 완치할 수는 없지만 잘 관리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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