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50> 광고보다는 연구를
정재훈
입력 2024-02-28 09: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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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 약업신문

신약 개발에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이란 방법이 있다. 이미 시판되고 있으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었지만 효능이 충분하지 않아서 개발이 중단된 약물에 숨겨진 새로운 효능을 찾아내는 것이다. 기침약 성분인 덱스트로메토르판을 이용한 항우울제 개량 신약, 과거 수면제, 입덧약으로 사용되었다가 기형 유발로 퇴출되었다가 항암제로 다시 출시된 탈리도마이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기존 약물의 새로운 효능을 찾아내는 일이 반드시 성공적이지는 않다.

암 치료에 좋다는 주장이 나왔던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의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는 약물 재창출을 이용하여 기존 약물 중에서 효과가 있는 약을 찾으려는 연구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효과가 없었다. 트럼프가 코로나19 예방용으로 복용했다는 말라리아치료제(하이드록시클로로퀸)는 2020년 저명한 학술지 랜싯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서 관련 논문 자체가 철회됐다.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사기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와중에 특허가 만료된 저렴한 간장약 성분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2년 12월 네이처에 게재된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에 대한 연구인데 이전의 다른 연구들과 비교하면 꼼꼼하게 잘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UDCA가 코로나19 감염에 효과를 내는 기전은 이 약물이 사람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를 더 적게 만들어지게 하는 것과 관련된다. ACE2 수용체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사람 세포로 들어오는 관문과 같다. 문 자체가 없으면 세포 속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오기 어려우니 감염이 줄어들 수 있다. 연구진은 간세포의 재생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UDCA가 FXR이라고 불리는 전사인자의 신호를 감소시켜서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로나19가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맹위를 떨치자 연구진은 UDCA가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를 줄이면 감염 위험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며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시험관 수준에서 세포를 코로나바이러스로 감염시켜본 결과 UDCA에 노출시킨 세포가 확실히 덜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동물 실험에서도 UDCA를 투여한 햄스터가 그렇지 않은 쪽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덜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UDCA 투여군 햄스터 9마리 중 6마리가 감염되지 않은데 반해 투여하지 않은 쪽은 6마리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렇게 된 것은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가 적게 발현된 것과 관련된다. 실제로 UDCA를 투여한 생쥐와 햄스터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콧속에 ACE2가 더 적었다.

연구진은 계속해서 사람에게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장기 기증이 되었지만 이식이 거부된 폐를 사용하여 한쪽에는 UDCA를 주입하고 다른 한 쪽에는 약물 없이 폐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양액만 넣어줬다. 실험 결과 약물을 투여한 쪽 폐는 ACE2 수용체 숫자도 감소했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시켜도 감염이 덜했다.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8명의 건강한 자원자에게 5일 동안 UDCA를 투여하고 약물 사용 중일 때와 휴약기간 중의 ACE2를 비교하여 UDCA 사용 중에 실제로 콧속의 ACE2 수용체 수가 줄어든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1,096명의 간 질환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분석하여 그들 중 UDCA를 사용 중이었던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입원하거나 응급실에서 치료받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낮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미 특허가 만료된 저렴한 간장약 성분 UDCA에 이런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 좋은 일이다. 코로나19 예방에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백신을 맞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UDCA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UDCA가 코로나19 감염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임상시험을 통해서 효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코로나19 예방이나 위험 감소 차원에서 UDCA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진이 설명을 덧붙인 이유다. 그럼 뭐하나. 우리의 종편 채널 TV프로그램에서는 이미 UDCA 코로나19의 효과를 다루면서 UDCA가 얼마나 좋은 약인지 떠들고 있다. 한국의 제약회사가 이런 식으로 광고와 홍보에만 앞서가기보다 신약 연구에 더 많은 힘을 쏟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그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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