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55> 운동을 약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정재훈
입력 2024-05-16 11: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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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너무 하기 싫으면 상상에 빠지곤 한다. 운동 대신 먹을 수 있는 약은 없을까? 답은 “아직 없다”이다. 하지만 그런 약을 지칭하는 용어는 이미 존재한다. 운동의 효과를 일부 흉내내거나 운동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약을 Exercise mimetics이라고 부른다.

운동은 면역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사이토카인 분비를 증가시킨다. 운동한 사람들의 근육에서는 IL-6(인터류킨-6)과 같은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운동이 끝나고 나서도 4시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운동하면 근육에서 분비되는 이들 물질을 엑서카인exerjube이라고 부른다. IL-6는 경우에 따라 해로울 수도 있고 유익할 수도 있다. 과식을 하고 앉아서 쉴 때 생겨나는 IL-6는 염증을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며 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된다. 하지만 고강도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방출되는 IL-6는 오히려 염증을 낮춰주는 쪽으로 작용하여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겨나는 활성산소종(ROS)도 마찬가지로 인체를 보호하고 복구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먹어도 활성산소종이 만들어지고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같은 깃발이어도 누가 언제 드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철학자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인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지만 괴롭히는 것(스트레스 신호)이 운동 때문인지 과식 때문인지 구분한다. 운동으로 적절한 스트레스를 주면 회복하면서 더 건강해지지만 과식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결국에는 뇌, 심혈관계, 내분비계, 면역계가 모두 지쳐 쓰러진다. 왜 이렇게 반응이 달라지는지 어떤 신호전달물질이 운동의 효과를 내는지 알아내면 그런 신호를 대신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운동 효과를 약으로 모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운동은 인체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생리적 반응을 동시에 일으킨다. 약물 분자 하나로 이같은 복잡한 반응을 모두 흉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약 성분을 한 알에 모아 동시에 투여하는 방법은 어떤가? 이 방식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운동의 효과가 여러 장기와 조직에 나타난다는 것도 약으로 운동을 대신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운동은 심혈관계, 근골격계, 면역계, 내분비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운동 효과를 모방하는 약은 주로 근육에 미치는 운동의 작용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이런 약으로 운동 효과를 부분적으로 흉내낼 수는 있겠지만 몸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다양한 작용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요즘 들어 운동의 효과를 모방하는 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위고비, 젭바운드와 같은 비만 신약의 영향이 크다. 체중을 15~20% 이상 감량할 수 있는 이들 약의 사용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늘어나면서 체중 감량에는 성공했지만 근육이 같이 줄었다는 푸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약 사용과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 감소와 요요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미 약으로 살을 빼본 사람에게는 약으로 근육 감소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더 이끌릴 수밖에 없다.

비마그루맙이라는 약물을 세마글루티드(위고비, 오젬픽의 주성분)과 함께 투여해서 근육 감소를 막을 수 있는지 이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항체치료제를 이용하여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수용체를 막아 근육량 감소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임상시험도 올해 중으로 시작 예정이다. 병상에 누워 운동을 할 수 없는 신체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이런 약물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방향이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다만 약으로 살도 빼고 운동 효과를 흉내내어 근육도 늘리는 게 과연 옳은 생각인지는 좀더 고민해봐야 할 거 같다. 내 몸을 내 뜻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삶에서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 운동의 효과를 흉내낸 알약이 나오더라도 운동만큼은 내 몸으로 직접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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