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58> 자일리톨
정재훈
입력 2024-07-10 13: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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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자일리톨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일리톨은 1그램당 2.4kcal로 설탕보다 칼로리가 40% 적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도 자주 찾지만 입가심을 위해 자일리톨 캔디나 껌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차에 자일리톨 캔디를 두고 자주 먹는다. 당알코올이라고도 부르는 감미료 자일리톨이 녹을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므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게 기분 좋기도 하지만 입냄새가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일리톨이 입냄새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억제하여 나타나는 효과이다. 그런데 자일리톨이 심장마비(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니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소식 아닌가.

하지만 문제점이 여럿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작년에도 당알코올 에리스리톨이 심혈관계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대중 매체의 커다란 관심을 받았던 사람이다. (헤이즌이 주도한 에리스리톨 연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다룬 이전 글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3,000명 이상의 금식 중인 참가자들의 혈액을 검사하여 자일리톨 혈중 농도와 심혈관계 사건 발생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3년 동안 추적 관찰하는 동안 참가자 일부가 심장마비, 뇌졸중 같은 심혈관 사건을 겪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심혈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혈중 자일리톨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혈중 자일리톨 수치가 왜 높은가에 대해서는 추적하지 않았다. 자일리톨은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당알코올 중 하나다. 딸기, 자두, 귀리, 시금치, 가지, 양상추에도 자일리톨이 들어있다. 게다가 자일리톨은 인체에서도 포도당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소량 생성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혈중 자일리톨 농도와 심혈관 사건의 위험에 연관성이 나타나긴 했지만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자일리톨이 혈전 생성 위험을 높여서 심혈관 사건 위험을 높이는 것일지 모른다고 암시하는 결과가 포함됐다. 이 부분에서 일부 국내 기사는 오보를 냈다. 헤럴드 경제에는 “자일리톨 함유 식품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순식간에 1000배나 높이고 이같은 상태는 4~6시간 유지된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명백하게 틀린 설명이다. 자일리톨을 먹는다고 콜레스테롤을 순식간에 1000배나 높일 수는 없다. 원래 내용은 콜레스테롤 함유 식품 섭취로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0~30% 증가하지만 자일리톨이 많이 든 식품을 섭취하면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원래보다 1000배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에서 연구 자체의 한계도 드러난다. 자일리톨 함유 식품을 먹어도 자일리톨 혈중 수치는 4~6시간 뒷면 원래 상태로 복귀하므로 연구에서 조사한 혈중 자일리톨 농도와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성은 식품으로 섭취한 자일리톨이 아니라 체내에서 생성된 자일리톨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논문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10명의 건강한 자원자로부터 자일리톨로 달게 한 음료를 마시기 전과 마신 후 30분에 혈액을 채취하여 혈전이 더 쉽게 형성되는지 조사했다.  얼마나 많이 줬냐고? 무려 자일리톨 30g을 물 300ml에 녹여서 마시도록 했다. 자일리톨 크리스탈 캔디 30~40g 가격이 3~4천원이다. 한 번에 한 통을 다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런데 그 한 통에 해당하는 양을 한번에 다 먹도록 한 다음 혈중 농도가 1000배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자일리톨의 혈중 농도가 매우 낮아서 0에 가까우니 조금만 증가해도 1000배가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 자일리톨을 투여하면 동맥을 일부러 손상시킨 부위에서 혈전이 더 빠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는 자일리톨을 먹어서는 잘 흡수하지 못하는 생쥐에게 정맥 주사로 자일리톨을 억지로 주입하여 얻은 결과이다.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어려우며 이런 결과로 인과성을 입증하기도 힘들다. 개에게는 자일리톨이 저혈당을 유발하여 치사적일 수 있지만 사람에게 그런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매일 같이 자일리톨 캔디나 껌을 한 통씩 비우는 사람이 흔하진 않겠지만 자일리톨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장내 가스참, 복통, 설사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그저 입가심으로 자일리톨 캔디를 조금 먹는 사람이 심혈관계 위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부정적 뉴스에 끌리기 마련이어서 긍정적 뉴스를 더 좋아한다고 답하는 사람조차 부정적 온라인 뉴스를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 건강 관련 연구 결과에서도 그러기 쉽다. 덕분에 크게 주의를 주지 않아도 될 부정적 연구 결과를 다루는 뉴스가 지나치게 많이 보인다. 자극적이지만 별 도움이 안 되는 건강 뉴스를 어떻게 피하고 거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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