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먹고나서 얼굴이 하얗게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세균성 비염으로 항생제 처방을 받아서 복용 중이었는데 피부색이 밝아지거나 여드름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인체로 흡수된 약 성분이 한 곳에 모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의 여러 조직과 장기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먹는다고 해서 약이 코로만 가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장에 그대로 남기도 하고 일부는 피부로 가는가 하면 심지어 혈관을 타고 이리저리 돌다가 혀에 남는 녀석들도 있다.
알약을 삼키고 나서 한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혀에 쓴 맛이 느껴질 때가 있다. 흡수된 약이 여러 곳으로 퍼지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피부에 간 항생제는 간혹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세포들이 햇빛에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켜 뾰루지나 두드러기가 돋게 할 수도 있다. 항생제는 피부에서 세균들과 맞닥뜨리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그런데 부작용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해서 늘 해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세균이 거주한다. 이들 대부분은 사람과 오랫동안 공생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온 것들이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한다. 코감기가 제대로 낫지 않아 코 안 점막 세균이 득세하면 세균성 비염을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피지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쌓이면 피부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고 결국 염증의 원인이 된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사춘기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스트레스나 호르몬 변화 또는 짙은 화장으로 모공이 막히면 피부 염증이나 여드름이 나타나며 피부가 붉어질 수 있다.
항생제는 피부에서 세균이 지나치게 번식하는 것을 막아서 균형을 바로잡아준다. 결과적으로 미세한 염증이 줄어들고 피부색이 밝아질 수 있다. 코 속 세균을 진압해서 비염을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두 경우 모두 세균이라는 공통의 원인이 하나의 항생제로 진압되는 셈이다.
비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었는데 피부에 효과가 나타나니 신기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피부질환이나 여드름을 치료하는 데 항생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항생제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은 장 때문일 수도 있다. 장내에는 피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세균이 살고 있다. 사람과 공생하는 이들 세균은 장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과 대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항생제는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해서 장 건강에 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항생제가 반드시 장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항생제 때문에 장내 세균의 균형을 깨뜨려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세균성 설사를 항생제로 치료하기도 한다. 유해균을 항생제로 진압해서 장내 세균들 간의 세력 균형이 다시 맞춰주는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과 같은 문제가 있고, 장과 피부와의 관계 역시 아직 가설 수준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흔히 약을 열쇠, 인체에서 약이 작용하는 부위를 자물쇠에 비유한다. 약이라는 열쇠 하나로 여러 가지 자물쇠를 열 수 있다. 열지 말아야 하는 자물쇠를 열었을 때가 약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런 부작용이 늘 해롭기만 한 건 아니어서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항생제를 먹고 나서 피부의 염증이 줄어드는 걸 응용해서, 코가 빨개지는 주사(rosacea)를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한 게 이런 경우다.
사람의 피부에는 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MMP)라는 아주 복잡한 이름의 효소가 있다. 이 효소는 원래 상처가 났을 때 다친 부위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외선이 센 날 바깥에 나가면 피부에 손상을 입는 것도 이 효소가 너무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독시사이클린이나 미노사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는 금속단백분해효소를 가라앉혀서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 가지 약은 몸의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낸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 불쾌한 부작용이 생길 때도 있지만, 유익한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어떻게 하면 유익만 얻고 해를 피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약에 대해 잘 알고 사용하는 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항생제를 먹고나서 얼굴이 하얗게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세균성 비염으로 항생제 처방을 받아서 복용 중이었는데 피부색이 밝아지거나 여드름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인체로 흡수된 약 성분이 한 곳에 모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의 여러 조직과 장기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먹는다고 해서 약이 코로만 가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장에 그대로 남기도 하고 일부는 피부로 가는가 하면 심지어 혈관을 타고 이리저리 돌다가 혀에 남는 녀석들도 있다.
알약을 삼키고 나서 한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혀에 쓴 맛이 느껴질 때가 있다. 흡수된 약이 여러 곳으로 퍼지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피부에 간 항생제는 간혹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세포들이 햇빛에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켜 뾰루지나 두드러기가 돋게 할 수도 있다. 항생제는 피부에서 세균들과 맞닥뜨리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그런데 부작용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해서 늘 해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세균이 거주한다. 이들 대부분은 사람과 오랫동안 공생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온 것들이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한다. 코감기가 제대로 낫지 않아 코 안 점막 세균이 득세하면 세균성 비염을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피지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쌓이면 피부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고 결국 염증의 원인이 된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사춘기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스트레스나 호르몬 변화 또는 짙은 화장으로 모공이 막히면 피부 염증이나 여드름이 나타나며 피부가 붉어질 수 있다.
항생제는 피부에서 세균이 지나치게 번식하는 것을 막아서 균형을 바로잡아준다. 결과적으로 미세한 염증이 줄어들고 피부색이 밝아질 수 있다. 코 속 세균을 진압해서 비염을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두 경우 모두 세균이라는 공통의 원인이 하나의 항생제로 진압되는 셈이다.
비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었는데 피부에 효과가 나타나니 신기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피부질환이나 여드름을 치료하는 데 항생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항생제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은 장 때문일 수도 있다. 장내에는 피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세균이 살고 있다. 사람과 공생하는 이들 세균은 장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과 대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항생제는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해서 장 건강에 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항생제가 반드시 장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항생제 때문에 장내 세균의 균형을 깨뜨려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세균성 설사를 항생제로 치료하기도 한다. 유해균을 항생제로 진압해서 장내 세균들 간의 세력 균형이 다시 맞춰주는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과 같은 문제가 있고, 장과 피부와의 관계 역시 아직 가설 수준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흔히 약을 열쇠, 인체에서 약이 작용하는 부위를 자물쇠에 비유한다. 약이라는 열쇠 하나로 여러 가지 자물쇠를 열 수 있다. 열지 말아야 하는 자물쇠를 열었을 때가 약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런 부작용이 늘 해롭기만 한 건 아니어서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항생제를 먹고 나서 피부의 염증이 줄어드는 걸 응용해서, 코가 빨개지는 주사(rosacea)를 치료하는 약으로 개발한 게 이런 경우다.
사람의 피부에는 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MMP)라는 아주 복잡한 이름의 효소가 있다. 이 효소는 원래 상처가 났을 때 다친 부위를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외선이 센 날 바깥에 나가면 피부에 손상을 입는 것도 이 효소가 너무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독시사이클린이나 미노사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는 금속단백분해효소를 가라앉혀서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 가지 약은 몸의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낸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 불쾌한 부작용이 생길 때도 있지만, 유익한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어떻게 하면 유익만 얻고 해를 피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약에 대해 잘 알고 사용하는 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