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68> 고혈압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이유
정재훈
입력 2024-12-16 13:18 수정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정재훈 약사.

고혈압은 치매 위험을 높인다. 대개 고혈압하면 심혈관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혈관의 건강은 모든 장기의 건강에 필수적이다.

고혈압의 가장 심각한 영향은 심장이 아닌 눈, 신장, 그리고 특히 뇌에 미친다. 뇌는 무게로 치면 1.4kg으로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15~20%를 요구한다. 나이 들어서 건강한 뇌를 유지하려면 혈압부터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

높은 혈압이 뇌에 타격을 가하는 이유는 뭘까. 정원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수도꼭지를 더 세게 틀어서 호스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인다고 해서 식물에 물을 더 효율적으로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너무 높은 수압으로 물을 뿌리면 오히려 풀과 나무가 오히려 손상되기 쉽다.

고혈압이 뇌에 해를 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뇌혈관은 섬세하며 충격에 약한 호스와 같다.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혈관은 손상되고 더 뻣뻣해진다. 고혈압이 아니더라도 혈관은 나이들면서 탄력을 잃는다. 고혈압은 이러한 혈관 노화를 가속화하여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이 손상되어 뇌 손상과 위축을 일으키고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뇌로 가는 혈액 흐름이 감소하고 산소와 영양분이 효율적으로 공급되기 어려워진다. 뇌의 대사 산물을 제거하기도 힘들어진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인지 장애와 치매 위험이 1.5배 이상 높아지는 이유다. 고혈압은 2024년 랜싯 치매 위원회 보고서에서 발표한 치매 발병의 45%를 차지하는 14가지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혈압을 낮추는 방법은 뭘까. 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더 할 수 있다면 하루에 단 5분씩이라도 운동하는 것이다. 2024년 11월 6일 학술지 서큘레이션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하면 혈압이 조금씩 내려간다. 일상에서 하루 5분의 운동을 추가하면 수축기 혈압이 0.68 mmHg, 이완기 혈압이 0.54 mmHg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네덜란드, 영국, 호주, 덴마크, 핀란드에서 수행되었으며 14,761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혈압과 활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활동을 더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설문조사 방식이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했다. 넓적다리에 가속도계를 착용하고 일상 생활을 하여 참가자의 활동이 자동적으로 측정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참가자들의 활동을 6가지로 나누어 수면 시간, 앉아있는 시간, 천천히 걷기, 빠르게 걷기, 서있는 시간, 운동 시간(달리기,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와 같은 활동 포함)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

연구진은 하나의 활동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정도로 낮추려면(수축기 혈압 2 mmHg, 이완기 혈압 1 mmHg) 하루 최소 20~26분의 운동이 필요했지만 하루에 5분만 운동 해도 혈압이 소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위험을 낮추고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운동은 일주일에 150분이다. 하루30분은 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하루 30분 운동을 목표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 하루 5분 운동시간을 내기는 쉽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 정도로 운동이 될까 의심할 필요는 없다. 미국심장협회 학술지에 실린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하루 운동의 총합이다. 짧게 여러 번 나눠서 걷든 한번에 오래 걷든 하루에 걷는 시간이 동일하면 사망률 감소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끝으로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연구 역시 참가자들이 웨어러블 가속도계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운동을 조금씩 할 때 하루 활동의 총합이 얼마인지 알려면 매번 기록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스마트워치와 같은 현대적 도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하루 중 움직인 시간, 운동한 시간, 일어선 회수와 같은 정보가 확인 가능하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실제로 하루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압을 조절하고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대단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짧게라도 자주 몸을 움직이자.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68> 고혈압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이유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68> 고혈압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이유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