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병원 췌장암/담도암 센터의 담당의사와의 진료에서 일어난 문제는 환자에게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 의사소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처방한 항암제의 부작용과 영양공급에 대한 환자 교육이 부실했으며, 췌장암이 진행되며 나타난 불편한 증상을 줄여 주려는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신체의 여러 장기에 영향을 끼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독성이 강하여 치명적인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어머니가 맞으신 항암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gemcitabine 이고 다른 하나는 nab-cisplatin이다. 어머니는 항암주사를 단 한번밖에 맞지 않으셨지만 여러 부작용을 겪으셨다. 먼저, 췌장암 진단을 받기 전부터 나타났던 증상 중 소화가 안 되고 속에 뭔가 고여있는 듯한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는 항암제가 위와 장의 점막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일어난 부작용이다. 또, 방광과 요도 점막세포가 약화됨에 따라 요도염에 걸려 치료받으셔야 했다. 또, 피부에 발진이 생겼으며, 항암제를 맞은 3주 후부터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거나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약을 사용하거나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암제를 시작하기 전에 항암제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서울대 병원으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병원 차원에서 제공하는 암환자 교육이 있던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담당의사 진료실은 어머니에게 이를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받은 교육이라고는 항암제 주사실 간호사가 말해 준 내용으로 열이 나서 체온이 38도 이상 오르면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것과 췌장암과 항암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담은 소책자가 전부였다.
췌장암은 심한 소화불량을 일으켜 체중이 심하게 감소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암이다.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벌써 7 kg이나 몸무게가 빠져 있었고, 식사로는 소량의 죽만을 드시고 계신 상태였다. 따라서, 영양공급이 중요하건만 어머니는 이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3분 진료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의료현실에서 의사가 질병과 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병원 차원으로, 설명 간호사를 통하여 암환자 교육을 제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직역이 다양한 역할을 맡을 경우에는 원활한 환자치료를 위해서 전산 등의 시스템을 이용한 직역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서울대 병원에서는 이 점이 잘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또,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해결하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였다. 어머니와 동생에 따르면 항암제 주사실 간호사는 어머니가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고 항암주사를 맞으러 온 것에 대해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의사에게 알리거나 암관련 교육에 대한 시간과 장소 등의 정보를 전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췌장암과 항암제에 대한 소책자는 제약회사가 만들었는데 그림이 많고 중요한 점을 잘 요약해 놓아서 환자 교육용으로 적절했다. 그런데, 항암제 주사실 간호사가 소책자만을 주었다는 것으로 보아 서울대 병원은 이런 좋은 환자 교육 자료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효과적인 환자 교육을 위해서는 말과 문자 두 가지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즉, 눈과 귀 모두를 활용해야만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로 함께 전달해야만 환자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고 이에 대해 보충설명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설명의 경우 간호사보다는 약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진단을 받았을 때는 췌장암이 간으로 퍼지는 등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어머니는 이미 여러 불편한 증상으로 힘들어 하고 계셨다. 조직검사를 받기 전부터 윗배가 불편하고 속이 꽉 찬 느낌의 증상때문에 3분의 1공기 정도의 죽을 하루에 두세 번만 드시고 계셨다. 또, 등이 불편하고 아파서 잠도 잘 못 주무실 정도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이런 증상에 대해 처방받은 것이라고는 담당의사를 외래로 만나기 이틀전, 조직검사하고 퇴원할 때 받은 진통제 울트라셋 (트라마돌/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 7일분이 전부였다. 그런데, 담당의사는 그 다음 주에 학회를 참석해야 해서 2주 뒤에나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 그동안 진통제는 아껴 먹고, 소화불량은 참고 지내야 하나? 답답했다.
어머니의 증상과 자료를 조사해 보니 위장관 운동 촉진제와 췌장효소제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다음날 난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 위염의 진단을 내린 동네 병원을 찾아가서 위장관 운동 촉진제인 metoclopramide, 췌장 효소제, 그리고 14일분의 울트라셋을 처방받아 왔다. 이 약들 덕분에 어머니의 소화불량 증상은 좀 줄어 들었으며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었다. 난 임상경험이 있으니 이렇게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환자 보호자인 경우 참 난감했을 것 같다.
췌장암 진단을 확진하는 날이어서 아마도 의사는 진단과 항암제 치료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또,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것 저것 물어볼 시간과 여유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병원과 같이 정신없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개인에게 의존하게 되면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를 시스템의 관점에서 풀어야 하고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다른 직역과 협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암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를 전문적으로 수련받은 약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약사로 하여금 항암제 처방을 처음 받은 모든 암 환자들의 약을 검토 확인하게 한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전이성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완화치료팀과 협진으로 치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하나는 비슷한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처방전을 쓰는 것이다. 이를 미국에서는 오더세트 (order set)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용 항암제 처방전에는 위장관 운동 촉진제, 췌장효소제, 진통제를 반드시 포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가 컴퓨터에서 이 처방전을 열 때마다 이런 약들이 자동으로 들어가게 된다. 만약 의사가 이 중 필요하지 않은 약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처방전에서 빼기만 하면 된다. 또, 이 처방전에 암교육이 포함되어 있으면 이를 잊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짧았지만 의사 환자와의 의사소통, 다른 직역과의 협력, 시스템 등에서 많은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던 진료였다.
<필자소개>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서울대 병원 췌장암/담도암 센터의 담당의사와의 진료에서 일어난 문제는 환자에게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 의사소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처방한 항암제의 부작용과 영양공급에 대한 환자 교육이 부실했으며, 췌장암이 진행되며 나타난 불편한 증상을 줄여 주려는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신체의 여러 장기에 영향을 끼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독성이 강하여 치명적인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어머니가 맞으신 항암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gemcitabine 이고 다른 하나는 nab-cisplatin이다. 어머니는 항암주사를 단 한번밖에 맞지 않으셨지만 여러 부작용을 겪으셨다. 먼저, 췌장암 진단을 받기 전부터 나타났던 증상 중 소화가 안 되고 속에 뭔가 고여있는 듯한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는 항암제가 위와 장의 점막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일어난 부작용이다. 또, 방광과 요도 점막세포가 약화됨에 따라 요도염에 걸려 치료받으셔야 했다. 또, 피부에 발진이 생겼으며, 항암제를 맞은 3주 후부터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거나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약을 사용하거나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암제를 시작하기 전에 항암제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서울대 병원으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병원 차원에서 제공하는 암환자 교육이 있던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담당의사 진료실은 어머니에게 이를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받은 교육이라고는 항암제 주사실 간호사가 말해 준 내용으로 열이 나서 체온이 38도 이상 오르면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것과 췌장암과 항암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담은 소책자가 전부였다.
췌장암은 심한 소화불량을 일으켜 체중이 심하게 감소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암이다.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벌써 7 kg이나 몸무게가 빠져 있었고, 식사로는 소량의 죽만을 드시고 계신 상태였다. 따라서, 영양공급이 중요하건만 어머니는 이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3분 진료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의료현실에서 의사가 질병과 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병원 차원으로, 설명 간호사를 통하여 암환자 교육을 제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직역이 다양한 역할을 맡을 경우에는 원활한 환자치료를 위해서 전산 등의 시스템을 이용한 직역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서울대 병원에서는 이 점이 잘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또,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해결하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였다. 어머니와 동생에 따르면 항암제 주사실 간호사는 어머니가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고 항암주사를 맞으러 온 것에 대해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의사에게 알리거나 암관련 교육에 대한 시간과 장소 등의 정보를 전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췌장암과 항암제에 대한 소책자는 제약회사가 만들었는데 그림이 많고 중요한 점을 잘 요약해 놓아서 환자 교육용으로 적절했다. 그런데, 항암제 주사실 간호사가 소책자만을 주었다는 것으로 보아 서울대 병원은 이런 좋은 환자 교육 자료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효과적인 환자 교육을 위해서는 말과 문자 두 가지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즉, 눈과 귀 모두를 활용해야만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로 함께 전달해야만 환자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고 이에 대해 보충설명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설명의 경우 간호사보다는 약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진단을 받았을 때는 췌장암이 간으로 퍼지는 등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어머니는 이미 여러 불편한 증상으로 힘들어 하고 계셨다. 조직검사를 받기 전부터 윗배가 불편하고 속이 꽉 찬 느낌의 증상때문에 3분의 1공기 정도의 죽을 하루에 두세 번만 드시고 계셨다. 또, 등이 불편하고 아파서 잠도 잘 못 주무실 정도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이런 증상에 대해 처방받은 것이라고는 담당의사를 외래로 만나기 이틀전, 조직검사하고 퇴원할 때 받은 진통제 울트라셋 (트라마돌/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 7일분이 전부였다. 그런데, 담당의사는 그 다음 주에 학회를 참석해야 해서 2주 뒤에나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 그동안 진통제는 아껴 먹고, 소화불량은 참고 지내야 하나? 답답했다.
어머니의 증상과 자료를 조사해 보니 위장관 운동 촉진제와 췌장효소제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다음날 난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 위염의 진단을 내린 동네 병원을 찾아가서 위장관 운동 촉진제인 metoclopramide, 췌장 효소제, 그리고 14일분의 울트라셋을 처방받아 왔다. 이 약들 덕분에 어머니의 소화불량 증상은 좀 줄어 들었으며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었다. 난 임상경험이 있으니 이렇게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환자 보호자인 경우 참 난감했을 것 같다.
췌장암 진단을 확진하는 날이어서 아마도 의사는 진단과 항암제 치료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또,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것 저것 물어볼 시간과 여유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병원과 같이 정신없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개인에게 의존하게 되면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를 시스템의 관점에서 풀어야 하고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다른 직역과 협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암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를 전문적으로 수련받은 약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약사로 하여금 항암제 처방을 처음 받은 모든 암 환자들의 약을 검토 확인하게 한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전이성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완화치료팀과 협진으로 치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하나는 비슷한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처방전을 쓰는 것이다. 이를 미국에서는 오더세트 (order set)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용 항암제 처방전에는 위장관 운동 촉진제, 췌장효소제, 진통제를 반드시 포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가 컴퓨터에서 이 처방전을 열 때마다 이런 약들이 자동으로 들어가게 된다. 만약 의사가 이 중 필요하지 않은 약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처방전에서 빼기만 하면 된다. 또, 이 처방전에 암교육이 포함되어 있으면 이를 잊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짧았지만 의사 환자와의 의사소통, 다른 직역과의 협력, 시스템 등에서 많은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던 진료였다.
<필자소개>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