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114> 오리지날 스타틴약만을 고집하는 환자
신재규
입력 2023-09-27 1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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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스타틴약만을 고집하는 환자

“약사님, JP환자에게 필요한 크레스토 (Crestor)에 대해 지불 결정을 해달라고 보험회사에 사전승인을 요청했는데 거부되었어요.  항소를 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JP가 다음 주에 약사님을 방문하도록 예약이 되어있는데 이때 고지혈증 치료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JP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가진 65세의 백인 여성 환자다.  JP의 일차의료제공자는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10mg을  하루 한번 복용하도록 처방했었다.  그런데, 제너릭약이 오리지날약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고 믿는 JP가 제너릭 로수바스타틴의 오리지날인 크레스토를 고집했기 때문에 그의 일차의료제공자는 JP의 보험이 크레스토의 사용에 대해 지불해 주도록 사전승인 (prior authorization)을 요청했다.  제너릭과 오리지날은 부작용과 효과가 비슷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가격이 더 싼 제너릭을 우선적으로 지불해 준다.  그래서, 오리지날에 대해 지불받고 싶으면  “제너릭을 복용했더니 부용제에 대해 알러지 반응이 나타났다”와 같은 의학적인 이유를 들어 사전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JP는 이러한 합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전승인 요청이 거부된 것이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사전승인 거부에 대한 항소 (appeal)를 해도 결정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

제너릭과 오리지날이 효과가 비슷하다고 다시 설명하면서 JP를 설득하는 것이 좋겠지만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동안 여러 번 JP를 만난 경험에 의하면 그녀는 건강에 대해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차의료제공자가 JP에게 스타틴을 처방한 이유는 ‘일차예방’을 위해서이다. 일차예방 (primary prevention)이란 JP처럼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을 앓은 병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과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심근경색, 뇌경색 같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순환기 질환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일차예방인 것이다.

그런데, 모든 약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일차예방의 목적으로 스타틴을 쓸 수는 없다.  대신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스타틴을 사용할 때 기대되는 혜택이 부작용보다 더 큰 사람들에게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서 스타틴에 의한 혜택이 부작용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위험은 나이, 성별, 동반질환, 가족력, 저밀도 콜레스테롤 (low 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LDL-cholesterol) 수치 등에 따라 다르다.  가령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고혈압을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가진 사람이, 직계가족 중 심순환기질환의 병력이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더 크다.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스타틴 처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여러가지 위험인자 (risk factor)들을 동시에 고려해서 환자 개개인의 심순환기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스타틴 처방이 필요한 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을 도와주기 위해 개발된 도구가 Pooled Cohort Equation (PCE)이다.

PCE는 개인이 가진 위험인자들을 고려하여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알려준다.  즉, 어떤 개인에게서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해 주는 계산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계산에 사용되는 위험인자들은 나이, 성별, 인종,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총 콜레스테롤 (total cholesterol) 수치, 고밀도 콜레스테롤 (high density lipoprotein – cholesterol; HDL-cholesterol) 수치, 당뇨병 병력, 고혈압 치료 여부, 흡연 여부 등이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환자 개인의 위험인자들을 알고 있으면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되어야 스타틴을 이용했을 때의 혜택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더 높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은 다르다.  즉, 미국심장학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 심장내과전문의 집단은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7.5% 이상이면 스타틴 처방을 권고하고 있는 반면, 예방의학, 일차의료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 포스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10%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JP의 전자의무기록에 기록되어 있는 위험인자들을 이용하여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하니 6.4%에서 9.8%까지 다양한 계산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JP의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어디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측정할 때에는120/60정도인 반면 클리닉에서는 150/85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클리닉보다 평소의 혈압을 좀 더 잘 나타낸다.  무엇보다 JP의 경우, 10년내에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은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혈압조절이 더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JP가 오리지날만을 원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선 혈압조절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았다.

며칠 뒤, JP가 내 클리닉을 방문했다.

“JP님, 심순환기 질환 일차예방을 위해 스타틴 대신 혈압조절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어떨까요?  최근 JP님의 혈압이 잘 조절되어 집에서 120/60 정도로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 혈압수치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10년내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은 6.4%로 스타틴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아. 그래요?  잘 됐네요.  약을 적게 쓸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죠.”
“그럼, 로수바스타틴 처방을 취소하겠습니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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