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도입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는 인간의 행위이자 삶의 방식 즉,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제 환경보호의 문제는 캠페인의 차원을 넘어 문화적으로 보다 심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체득된 문화의 형태야말로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기에 예술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예술가들 역시 그들의 작품을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려는 시도를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대중들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먼저 오스트리아의 디지털 아티스트 알퍼 도스탈(Alper Dostal)은 ‘미술관 에어컨이 녹아내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시작으로 작품을 전개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뜨거운 전시회(Hot Art Exhibition)”을 열었다. 고흐, 몬드리안, 뭉크, 마그리트의 작품 등 기존의 명작을 3D를 활용해 흘러내리는 모습을 연출한 이 전시회는 신선한 아이디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화가 치즈처럼 흘러내리는 그로테스크한 연출을 통해 뜨거워진 지구가 이후 인류의 문화를 어떻게 녹여버릴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상기시킨다.
또, 포르투갈의 작가 바네사 바라가오(Vanessa Barragao)는 섬유 산업 폐기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산호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의 작품 ‘코랄 가든(Coral Garden)’은 카펫 공장에서 버려진 폐양탄자의 뜨개를 풀어 다시 뜨고 일일이 손으로 묶고 매듭을 지어 완성되었다. 그녀는 작품을 공개하며 “섬유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오염도가 심한 일 중 하나다. 사용되는 재료와 기계는 많은 양의 폐기물을 생산하고 대기로 연기를 내뿜는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바다를 파괴하고 산호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며 “이번 작품은 산호초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생태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음악계에서도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시도가 이전부터 있어왔다. 틱톡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배경음악 ‘Experience’의 작곡가이자 빙하 위의 피아니스트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i Einaudi)는 2016년 11월 ‘북극을 위한 비가(Elegy for the Arctic)’을 발표하고 녹아내리는 빙하 한가운데서 직접 연주한 영상을 선보였다. 그린피스 캠페인 ‘북극을 지켜라(Save the Arctic)’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1,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 피아노 선율 뒤로 들리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물소리와 잔잔한 파도소리가 마치 북극의 눈물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굉음이 함께 들리는 순간은 마치 북극이 우리에게 지구와 생명체들의 위기가 머지않았음을 경고하는 것 같다.
더불어 연극계에서도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홍보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영국의 연극단체 ‘피그풋(Pigfoot Theatre)’은 탄소중립극단이라는 슬로건 아래 환경을 위한, 환경에 의한 연극과 축제를 제작하는 단체다. 청소년들이 이끌어가는 이 단체는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움직임에 나타나는 탄소발자국을 기록하고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며, 모든 소품들을 재활용으로 제작한다. 더불어 단체 내부 활동에 그치지 않고 워크숍을 개최해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예술계의 인상적인 움직임들이 국내에서도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5월, 대림미술관에서는 신진 아티스트 23팀이 참여한 ‘기묘한 통의 만물상(TONG’s VINTAGE)’전이 열렸다. 전시의 섹션은 분해속도에 따라 유리-플라스틱-철-천-나무-종이-친환경 순으로 구성되었으며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일상의 작은 시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전시는 각 아티스트들이 한데 뜻을 모아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환경 다자정상회의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외교부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공동주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 밖에 전시 자체는 무료였으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CHANGEWEMAKE를 통해 관람객들이 실제로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사례를 인증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큐클리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연에 사용된 폐현수막과 폐악보를 재활용한 굿즈를 선보였다. 관객들에게는 음악회의 추억을 굿즈를 통해 소장하고, 사용된 악보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대신 귀여운 파우치와 카드지갑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제작에 참여한 큐클리프 관계자는 “제작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예술계의 고민이 현실에 반영되고, 관객에게도 의미있는 소비를 돕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기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담배꽁초나 버려진 레고로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환경 예술가 톰데이닝어는 “예술가는 안테나이고, 커뮤니케이터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 작업은 은유적이다. 내 작품을 통해 대중이 환경문제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사용된 쓰레기들을 보며 더러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그리고 원래는 버려졌을 것들에서 새로운 쓰임새와 의미를 직관적으로 찾아낸다. 예술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직관성이다. 직관적인 경험에 의한 인식의 변화만큼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없다. 예술이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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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예술을 통한 환경보호
박선민 기자
news@yakup.co.kr
입력 2023-03-10 11:18
수정 최종수정 2023-03-10 11:21
예술을 통한 환경보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도입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는 인간의 행위이자 삶의 방식 즉,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제 환경보호의 문제는 캠페인의 차원을 넘어 문화적으로 보다 심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체득된 문화의 형태야말로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기에 예술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예술가들 역시 그들의 작품을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려는 시도를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대중들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먼저 오스트리아의 디지털 아티스트 알퍼 도스탈(Alper Dostal)은 ‘미술관 에어컨이 녹아내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시작으로 작품을 전개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뜨거운 전시회(Hot Art Exhibition)”을 열었다. 고흐, 몬드리안, 뭉크, 마그리트의 작품 등 기존의 명작을 3D를 활용해 흘러내리는 모습을 연출한 이 전시회는 신선한 아이디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화가 치즈처럼 흘러내리는 그로테스크한 연출을 통해 뜨거워진 지구가 이후 인류의 문화를 어떻게 녹여버릴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상기시킨다.
또, 포르투갈의 작가 바네사 바라가오(Vanessa Barragao)는 섬유 산업 폐기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산호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의 작품 ‘코랄 가든(Coral Garden)’은 카펫 공장에서 버려진 폐양탄자의 뜨개를 풀어 다시 뜨고 일일이 손으로 묶고 매듭을 지어 완성되었다. 그녀는 작품을 공개하며 “섬유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오염도가 심한 일 중 하나다. 사용되는 재료와 기계는 많은 양의 폐기물을 생산하고 대기로 연기를 내뿜는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바다를 파괴하고 산호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며 “이번 작품은 산호초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생태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음악계에서도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시도가 이전부터 있어왔다. 틱톡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배경음악 ‘Experience’의 작곡가이자 빙하 위의 피아니스트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i Einaudi)는 2016년 11월 ‘북극을 위한 비가(Elegy for the Arctic)’을 발표하고 녹아내리는 빙하 한가운데서 직접 연주한 영상을 선보였다. 그린피스 캠페인 ‘북극을 지켜라(Save the Arctic)’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1,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 피아노 선율 뒤로 들리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물소리와 잔잔한 파도소리가 마치 북극의 눈물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굉음이 함께 들리는 순간은 마치 북극이 우리에게 지구와 생명체들의 위기가 머지않았음을 경고하는 것 같다.
더불어 연극계에서도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홍보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영국의 연극단체 ‘피그풋(Pigfoot Theatre)’은 탄소중립극단이라는 슬로건 아래 환경을 위한, 환경에 의한 연극과 축제를 제작하는 단체다. 청소년들이 이끌어가는 이 단체는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움직임에 나타나는 탄소발자국을 기록하고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며, 모든 소품들을 재활용으로 제작한다. 더불어 단체 내부 활동에 그치지 않고 워크숍을 개최해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예술계의 인상적인 움직임들이 국내에서도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5월, 대림미술관에서는 신진 아티스트 23팀이 참여한 ‘기묘한 통의 만물상(TONG’s VINTAGE)’전이 열렸다. 전시의 섹션은 분해속도에 따라 유리-플라스틱-철-천-나무-종이-친환경 순으로 구성되었으며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일상의 작은 시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전시는 각 아티스트들이 한데 뜻을 모아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환경 다자정상회의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외교부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공동주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 밖에 전시 자체는 무료였으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CHANGEWEMAKE를 통해 관람객들이 실제로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사례를 인증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큐클리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연에 사용된 폐현수막과 폐악보를 재활용한 굿즈를 선보였다. 관객들에게는 음악회의 추억을 굿즈를 통해 소장하고, 사용된 악보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대신 귀여운 파우치와 카드지갑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제작에 참여한 큐클리프 관계자는 “제작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예술계의 고민이 현실에 반영되고, 관객에게도 의미있는 소비를 돕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기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담배꽁초나 버려진 레고로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환경 예술가 톰데이닝어는 “예술가는 안테나이고, 커뮤니케이터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 작업은 은유적이다. 내 작품을 통해 대중이 환경문제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사용된 쓰레기들을 보며 더러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떠올린다. 그리고 원래는 버려졌을 것들에서 새로운 쓰임새와 의미를 직관적으로 찾아낸다. 예술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직관성이다. 직관적인 경험에 의한 인식의 변화만큼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없다. 예술이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