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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6> 이부프로펜 써도 될까
유럽의약품청(EMA)은 현지 시각 3월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COVID-19)의 악화와 연관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 없다고 밝혔다. EMA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대로 리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열이나 통증 치료를 해야할 경우 환자와 의사는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의 유럽명)이나 (이부프로펜을 포함한)NSAID를 포함한 모든 이용 가능한 치료약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해열제로 열을 내리는 것은 감염성 질환의 증상을 가리워서(masking) 진단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만 그런 게 아니라 독감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에도 그렇다. 증상이 더 오래가도록 만들어서 그만큼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그러나 이부프로펜(애드빌, 부루펜)만 그런 게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도 마찬가지다. 효과가 나타나는 최저 용량으로 가능한 한 짧게 쓰도록 권하는 이유다. 이런 식으로 짧게, 권장 용량대로 쓸 때 굳이 이부프로펜을 피하고 아세트아미노펜을 택해야 할 근거는 미약하다. 일부 전문가는 3월 11일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스위스 바젤대학 연구팀의 독자투고(correspondence)를 들며 이부프로펜이 해로운 게 맞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딱 한 페이지의 짧은 원고에 이부프로펜이 단 한 번 언급된다.이부프로펜이 ACE2(안지오텐신전환효소2)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가열되자 3월 16일 해당 연구팀은 바젤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랜싯 독자투고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는 글을 게재했다.ACE2는 인체에서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이지만 이번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이 단백질에 결합하여 세포에 침투하므로 ACE2의 양을 늘릴 수 있는 약물과 코로나19와의 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어떤 약을 쓰라, 쓰지 마라하는 말이 아니고 새로운 가설에 대해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개인 트위터를 통해 "열이 있다면 이부프로펜 대신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라"고 쓴 게 지난 14일이다. 공식 보도자료도 아닌 개인 트위터에 그가 쓴 글 때문에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논란이 불거졌다.한국에서는 그 트위터 글을 한 전문가가 페이스북으로 퍼나르면서 소동이 커졌다. 안 그래도 대중의 공포심과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거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새로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저 전에 다른 질환에 대한 일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나흘이 지나 마침내 유럽의약품청에서 보도자료를 내놨다. 관련해서 Medscape도 3월 17일에나 관련 기사를 내놓았고 뉴욕타임즈 과학, 의학 칼럼니스트 지나 콜라타도 3월 17일에야 칼럼을 썼다. BBC 기사도 마찬가지로 17일자다. 신중하게 사안을 조사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3월 18일 유럽의약품청의 발표가 있고 나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입장을 바꿨다. 트위터에 인포그래픽과 함께 올린 Q&A에서 현재 알려진 사실에 근거하여 WHO는 이부프로펜의 사용을 피할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시 정리하면 해열제가 필요할 때 이부프로펜을 비롯한 소염진통제를 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짧게 권장 용량에 맞춰 쓰는 게 좋고 열이 계속되면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하거나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에 전화해보아야 한다.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 증거기반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시간을 들여 제대로 알아보고 말하는 게 현명하다. 프랑스의 보건부 장관이 한 말인데 근거가 없겠냐는 식으로 권위에 기대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코로나19와 싸울 때는 빠름이 완벽함보다 낫지만 가짜뉴스와 싸울 때는 신중함이 빠름보다 낫다.
2020-03-25 1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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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5> 마스크와 해열제 이야기
오늘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마스크부터 정리해보자. 3월 3일 식약처에서 마스크 사용 개정 권고사항을 내놨다. 감염 의심자와의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와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보건용(KF인증)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지만, 감염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면마스크라도 직경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말을 막아주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사이즈가 큰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는 2미터이다.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실내라도 환기가 잘 되는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지만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와 기침이나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도록 권하는 이유다.많은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직업군의 종사자 보건용 마스크를 쓰도록 권한다.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와서 줄선 분들 가운데 식당에서 일하는 분이 마스크에 대한 우선권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언뜻 무리한 요구 같지만 맞는 말이다. 음식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식당 종사자는 사람을 많이 접촉해야 하므로 마스크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보건용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연속 또는 간헐적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마스크를 사용하면 여러 날 동안 보건용 마스크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단 마스크 사용 뒤 환기가 잘 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건조한 후 재사용하라는 권고를 준수해야 한다.옆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T-zone)을 만지지만 않는다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한 시간에 평균 23번 얼굴을 손으로 만진다. 이 중 절반은 눈코입이다. 어떻게 하면 얼굴을 만지는 습관을 끊을 수 있을까?뉴욕타임즈에서 전문가 인터뷰로 정리한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티슈를 휴대하라. 너무 간지러워서 얼굴을 꼭 만져야겠다면 손이 직접 닿지 않도록 티슈를 사용하라. 티슈는 기침할 때 입을 가리기에도 유용하다. 2. 왜 얼굴을 만지는지 미리 알아둬라. 눈이 건조해서 자꾸 비비는 경향이 있다면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식으로 얼굴을 만지게 하는 유발 요인을 제거하라.3. 손을 바쁘게 만들라. 스트레스 볼처럼 뭔가를 손에 잡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는 걸 줄일 수 있다. 단 손에 쥐고 있는 물체를 반드시 자주 소독해줘야 한다. 향기 비누나 로션을 쓰면 손이 얼굴에 닿기 전에 냄새를 맡아 자기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4. 냉정을 되찾자. 지나친 스트레스는 면역을 저하시킨다. 얼굴을 만지면 절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거다. 세상의 종말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약에 대한 가짜뉴스도 함께 정리하자. 모 의대 단체카톡방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이런 약을 미리 모아둬야 한다고 사재기를 부추기는 문자와 카톡이 돌고 있다. 대표적 진통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해열진통제와 해열소염진통제다.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같은 해열진통제는 열을 가라앉히고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염증에는 효과가 없다. 애드빌, 부루펜(이부프로펜), 낙센, 탁센(나프록센)과 같은 해열소염진통제는 해열, 진통에 더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소염제(NSAID)면 해열진통효과도 있는 거지 염증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보통 용어를 축약해서 해열제, 진통제,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 등으로 이야기하니까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와 상담 없이 열이 난다고 해열진통제나 해열소염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약을 복용중일 때 열이 잘 나지 않아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을 제때 발견하기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상비약은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현시점에서 불필요하게 사재기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방심과 공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2020-03-11 1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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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4> 바이러스 퇴치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
코로나19(COVID-19)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는 항생제와는 달리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해서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지만 치료약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비하면 크기가 너무 작다.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의 직경이 30나노미터로 사람 적혈구의 8마이크로미터에 비하면 거의 270분의 1이다. 입체는 이걸 세 번 곱해야 하니 리노바이러스로 적혈구를 채우려면 바이러스 입자가 2000만 개 가까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표적 자체가 작으니 그걸 맞추기도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그 표적은 인체 세포 내에 있다. 바이러스를 알코올 함유 손세정제나 비누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외부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인체 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자기 스스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숙주인 사람의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간 다음, 인체 세포 안에 있는 장치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복제한 다음에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주위의 다른 인체 세포들을 추가로 감염시킨다. 감기 낫겠다고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셔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은 에탄올이 인체세포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세균은 인체 세포 바깥에 있으니 비교적 잡기가 쉬운데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만 잡는 약을 개발하기가 더 힘들다.설상가상으로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는 세균 세포의 벽을 터뜨려 죽이는 방식으로 효과를 나타내는데 바이러스의 경우는 겉을 싸고 있는 껍질이 숙주인 인체 세포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는 세균을 잡는 항생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처럼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필요로 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효과를 내는 식이다. 항생제는 하나를 개발하면 여러 종류의 세균에 듣는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단 하나의 세균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세균에 효과가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이와 달라서 몇몇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다. 돌연변이가 쉬운 바이러스의 속성상 약을 만들어도 내성이 생기기 쉽다는 것 또한 문제다. 그렇다고 바이러스 치료약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삼십 년 전에는 HIV 감염으로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리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여러가지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해서 HIV 감염자도 약물 치료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정상인과 비슷한 정도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코로나19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아직 공식적 신약은 없지만 인터페론 베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와 같은 기존 약물,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렘데시비르와 같은 개발 중 약물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최근에는 바이러스보다 감염된 인체 세포에 초점을 맞추어 감염된 세포를 바이러스와 함께 사멸시키는 방식의 약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데 이 경우 하나의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론상 장점이 있다.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쓰려고 해도 복잡하다. HIV 감염증에 사용하는 종류만 7가지이다. 그에 비하면 예방은 쉽고 단순한 편이다. 올바른 콘돔 사용, 안전한 성관계, 조기 검사로 예방할 수 있다.이번 코로나19의 경우도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하기, 위험지역으로 여행했을 경우 의료기관에 알리기와 같은 수칙을 준수하면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추가 감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에 관한 한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2020-02-26 0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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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3> 손 세정제 제대로 알고 쓰자
손세정제 대란이다. 내 주변에도 손세정제를 구하기 어렵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완제품을 구할 수 없으니 직접 만들어 쓰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알코올과 글리세린을 섞는 비율에 대한 논란이 생길 정도였다.집에서 직접 손세정제를 만들어 쓸 때는 알코올(에탄올)을 조금 넉넉히 쓰는 게 좋다. 알코올 60-95%(v/v) 함유 손소독제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이 세균,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변성시켜서 효과를 내려면 물이 있어야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소독용 알코올에 이미 20% 가량 물이 함유되어 있으니 추가로 물을 더 넣을 필요는 없다.글리세린은 살균에는 효과가 없고 피부 보습을 위해 넣는 것이다. 알코올과 글리세린 비율을 8:2 또는 9:1 정도로 하면 적당하다. 하지만 나는 굳이 이렇게까지 하여 손소독제를 구비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손세정제가 필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병원에서 12시간 일하는 동안 최대 100번까지 손을 씻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주 손을 씻어야 하는 환경에서는 매번 비누로 씻기가 어렵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손소독제가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다르다. 손세정제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손세정제는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없을 때만 사용하면 된다. 알코올을 60% 이상 함유한 손세정제에도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 게 여러모로 더 유익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감염으로 전파된다. 기침할 때 튀어나오는 미세한 액체방울에 바이러스가 섞여 나와서 이걸 만지면 감염된다는 이야기다.이 액체방울은 점액질, 쉽게 말하면 가래를 포함한다. 2019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래 속의 점액질 때문에 손소독제는 효과가 떨어진다. 끈끈한 점액질이 바이러스를 감싸서 알코올로부터 보호하는 바람에 30초면 나타나야 할 손소독제의 효과가 4분 이상 지연된다는 것이다.반면에 손을 비누로 씻으면서 문질러주면 바이러스는 쉽게 제거됐다. 옆사람이 재채기를 할 때 입을 옷소매나 티슈로 가려주면 좋으련만 공중에 대고 해서 내 손에 가래가 묻었다고 생각해보자. 더러운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손소독제를 쓸 것인가 비누로 손을 씻을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라면 얼른 화장실에 가서 비누로 씻는 편을 택할 것이다. 요즘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제일 걱정하지만 겨울철에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도 옮아서 좋을 게 없다. 알코올 60% 이상 함유 손세정제는 노로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 노로바이러스는 외막이라 불리는 단백질로 된 겉껍질이 없기 때문이다.세균 중에 Clostridium difficile와 같이 포자로 생존이 가능한 것들도 손세정제로는 제거할 수 없다. 비누로 씻으면 포자를 제거할 수 있다. 손세정제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켜 주지만 잔해는 비누로 씻지 않는 이상 그대로 손에 남는다.더러운 기름때, 흙먼지, 중금속, 잔류농약도 손세정제로는 안 없어진다. 화장실에서 볼일 본 뒤에 손세정제를 쓰는 것보다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30초 이상 충분히 씻어주는 게 더 깨끗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그게 더 깨끗하기 때문이다. 삶에는 예외가 있는 법, 부득이하게 손세정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손 전체가 충분히 덮일 정도로 넉넉한 양을 써서 손바닥, 손등, 손가락에 골고루 바르고 마를 때까지 비벼줘야 한다. 이렇게 하는 데 보통 20초 정도 시간이 걸린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손세정제를 바른 뒤 비벼주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가래가 묻었을 때도 손세정제를 비벼주면 그냥 바르는 것보다는 나을 것으로 추측한다.)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경우 손씻기가 손세정제보다 낫다. 특히 코 풀고 난 뒤, 쓰레기 버린 뒤, 밥 먹기 전에는 손세정제보다 비누로 손씻기를 추천한다. 만약 요리사가 비누로 손씻는 대신 손세정제를 쓰는 식당이라면 안 가는 게 최선이다. 비누와 깨끗한 물이 없는 환경이라면 모를까 손세정제가 없다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겨울철 감염병 예방에는 손씻기와 기침 예절이 답이다.
2020-02-12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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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2> 논란의 약 아스피린 이야기
지난 1월 초 아스피린이 대장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뉴스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생쥐 실험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진행과 재발 차단에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더해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주로 살펴본 것이었다. 동물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에게도 동일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선 대장암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아스피린이나 다른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인구 통계 평균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0-40%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하지만 문제는 양이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은 하루 600mg으로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저용량아스피린(80-100mg)에 비하면 6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렇게 고용량이 되면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증가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특정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아스피린 복용이 오히려 대장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립선암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성 1000여명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4%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 9%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관찰 연구여서 한쪽은 아스피린, 한쪽은 가짜약을 주고 실험하는 무작위대조시험(RCT)을 통한 연구에 비해 신빙성이 떨어진다.최근에는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예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10년 이상 장기 복용을 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대장암을 예방해보겠다고 의사와 상의 없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아스피린에는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으므로 복용시 예상되는 위해성과 유익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 저울질 해봐야한다. 대장암 예방에는 여러 요인이 관련되어 있다.과도한 음주는 특히 남자의 경우에 직장암의 위험을 키우며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도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대장암에 대한 유전적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상담 뒤에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대개는 생활 습관 조정으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더 확실하며 안전한 방법이다. 아스피린을 심혈관계 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만약 아스피린을 그런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일 때는 두통이나 관절통 등으로 약을 필요로 할 때 가급적 소염진통제보다는 해열진통제를 선택해야 한다.소염진통제는 아스피린의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는 소염효과가 없어서 염증을 낮춰주진 못하지만 대신 혈소판 응집에 영향이 거의 없다. 부득이하게 소염진통제를 써야 할 때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한 시간 전에 먼저 복용하여 아스피린이 먼저 제자리에 가서 약효를 나타내도록 하고 그 다음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거꾸로 소염진통제를 먼저 복용하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도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할 때도 항상 미리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알리고 안전성을 점검받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간혹 저용량아스피린을 베이비아스피린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베이비아스피린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은 좋은 약이 아니다.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아스피린이나 아스피린 함유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환자가 임신 중이거나 고혈압, 심부전증, 신부전증을 겪는 경우 또는 아스피린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아스피린이나 기타 소염진통제가 함유된 약품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약에 대한 연구 결과나 관련 뉴스를 볼 때는 만인에게 유익한 약은 없다는 점부터 떠올려보는 게 좋다.
2020-01-29 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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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1> 변비를 유발하는 약 이야기
약은 변비의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약이 변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원래 변비가 있던 사람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약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항우울제나, 항고혈압제, 항경련제(항전간제),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제, 알루미늄 성분을 함유한 제산제, 진경제, 철분제, 칼슘제,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약이 대표적이다.중장년층의 경우 장운동이 느려져 변비가 생기거나 당뇨나 갑상선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합병증으로도 변비가 생길 수 있는데 약으로 인해 이러한 기존의 변비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약이 변비를 일으키는 기전은 다양하다. 알루미늄 함유 제산제는 덜 익은 과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변비의 원인이 된다. 알루미늄이 떫은맛을 내는 과일 속 타닌처럼 장에서 수렴 작용을 하여 장 점막에서 수분의 분비를 줄이고 연동 운동을 늦추는 것이다.칼슘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장내미생물이 소화되지 않은 수용성섬유질을 분해해서 생기는 단쇄지방산이 장운동을 촉진시키는데, 칼슘제는 아마도 이런 지방산과 반응하여 비누를 만들어서 장운동 촉진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항콜린제,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많은 약은 장운동 자체를 늦춘다. 하지만 어떤 약이 정확히 어떻게 변비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경우도 아직 상당히 많다. 내가 변비인 것 같다고 다 변비는 아니다. 하루에 세 번 배변이 정상인 사람도 있고 일주일에 세 번이 정상인 사람도 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특정한 약을 복용하면서 변을 볼 때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너무 딱딱하게 굳을 때가 종종 있거나, 변을 볼 때마다 시원치 않고 뭔가 불완전한 느낌이 있거나 또는 꽉 막힌 듯한 느낌이 계속 될 때, 또는 일주일에 변을 보는 회수가 3번 미만이 되었다면 약으로 인한 변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약 때문에 변비가 심해진 듯하면 참지 말고 의사, 약사에게 말하자.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서 자꾸 배에 힘을 주다보면 혈압을 높여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드물지만 이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약을 복용하다가 변비가 생길 때 신속하게 의사, 약사와 상담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변비 유발 가능성이 있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미리 변비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루 1.5리터 이상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한다. 한 번에 이 많은 양을 다 마실 수는 없으니 두세 시간에 한 컵씩 하루 6-8잔을 마시도록 한다. 노인의 경우 자신에게 필요한 수분양보다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신장 질환 등으로 특별히 수분섭취 제한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섬유질이 풍부한 과일,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량을 늘려주는 것도 장운동을 자극하여 배변을 쉽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규칙적인 습관으로 만들면 좋은데, 하루에 한 번 가는 경우라면 아침 식사 직후 10분 남짓한 시간이 장운동이 제일 활발하여 배변에 최적 타이밍이다. 화장실에 가는 걸 미루는 습관은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도 약으로 인한 변비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뒤에 목이나 등의 통증이 심해서 아편계열 진통제를 반드시 써야 하는데 이럴 때 생활습관을 조정해주는 것만으로는 변비 예방 효과가 충분치 않다. 삼투성 또는 자극성 완하제를 함께 복용해야 변을 편하게 볼 수 있다.그런 이유로 변비약 처방이 추가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변비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2016년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변비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가 넷에 하나라고 한다. 끝으로, 약 때문에 변비가 의심이 되는 경우에도 의사, 약사와 상담 없이 혼자 약 사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다가 변비가 있다고 스스로 약을 끊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20-01-15 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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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0> 함께 쓰면 좋은 약 이야기
대개 약의 상호작용이라 하면 약끼리 충돌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약끼리 맨날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다. 친구가 서로 도와주듯 약도 함께 쓰면 효과는 커지고 부작용은 줄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혈압에 쓰이는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와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조합이다. 혈압약이 혈압을 떨어뜨리는 원리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혈관 확장이다. 칼슘채널차단제는 주로 동맥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린다.
길이 좁으면 차가 밀리고 길을 넓혀주면 차가 좀 더 쌩쌩 달릴 수 있듯이 혈관을 확장해주면 혈압이 떨어진다. 그런데 만약 넓어진 길이 갑자기 좁아지면 어떻게 될까? 교통 정체가 일어난다. 혈액 순환의 경우도 비슷하다. 혈액은 심장의 동맥에서 세동맥, 모세혈관, 세정맥으로 흐르고 다시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칼슘채널차단제는 심장에서 조직으로 가는 하행선과 같은 동맥을 확장시키지만 조직에서 심장으로 돌아오는 상행선에 해당하는 정맥은 확장시키지 못한다. 혈액 순환 도로에 체증이 생기면 그 결과는 하지 부종이다. 종아리와 발목 또는 발이 붓는다. 암로디핀 같은 칼슘채널차단제의 흔한 부작용이다. 이때는 이뇨제를 써도 효과가 미미하다.
그렇다면 정맥혈관, 즉 조직에서 심장으로 가는 상행선도 확장을 시켜주면 부작용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게 칼슘채널차단제와 ARB의 조합이다. ARB는 안지오텐신II의 작용을 차단하여 동맥뿐만 아니라 정맥 혈관을 확장시킨다.
실제로 두 종류의 다른 항고혈압약(CCB, ARB)을 사용하면 칼슘채널차단제 한 가지만 썼을 때보다 부종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부작용으로 인해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의 비율도 1/3로 줄어든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류의 항고혈압약 2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므로 효과도 상승한다.
따라서 더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보게 되니 각각의 약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한 가지 약 성분으로는 혈압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이럴 때 약의 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종류를 늘려주는 게 효과는 올리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두 성분을 하나의 알약에 모은 복합제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중 감량하는 약 가운데도 두 가지 성분이 서로 도와주는 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이어트, 체중 감량을 위해 사용하는 약 중에 날트렉손이라는 약성분과 부프로피온이라는 약성분이 함께 들어있는 약이 있다.
날트렉손은 원래 알코올 중독과 마약성 진통제 의존증이 있을 때 쓰는 약이고 부프로피온은 우울증 치료와 금연보조용으로 사용하는 약이다. 그런데 체중 감량을 위해 쓸 때는 두 가지 약성분이 함께 비슷한 부위지만 다른 방식으로 서로 효과를 높여주어서 포만감을 늘리고 식욕과 식탐을 억제하는 데 효과를 나타낸다.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라는 두 가지 약성분도 함께 사용된다. 펜터민은 식욕을 억제하고 토피라메이트는 포만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증가한다. 하지만 이렇게 약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게 항상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약을 함께 써서 부작용이 증가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펜-펜(fen-phen)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펜플루라민(fenfluramine)이란 성분의 식욕억제제와 펜터민(phentermine)을 함께 쓰는 조합이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체중 감량 효과는 더 좋았으나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심장질환 발생율이 증가하여 사망한 사람들의 사례가 100건 넘게 FDA에 보고되고 결국 1997년 미국 시장에서 펜플루라민이 회수, 퇴출됐다. 각각 따로 썼을 때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펜플루라민의 부작용이 펜터민과 함께 쓰자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약이 좋은 친구인지 해로운 만남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야한다. 알고 보면 약은 사람과 참 많이 닮았다.
2020-01-01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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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9> 핫파스 쿨파스 이야기
운동하다 다쳤을 때 처음엔 쿨파스를 나중엔 핫파스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음,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종종 올라온다. 그렇지 않다. 파스에는 그런 구분이 필요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잘못된 정보가 계속 이어지는가? 직관적으로 보면 맞을 거 같기 때문이다. 핫파스는 온찜질처럼 뜨거운 느낌이고 쿨파스는 얼음찜질처럼 차가운 느낌이다. 오류는 여기서 시작된다. 과학적 정보와 직관이 뒤섞여 잘못된 추론으로 이어진다.
운동하다가 가볍게 넘어지거나 다쳐서 관절이 부으면 얼음찜질을 해서 해당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붓기를 가라앉히길 권한다.
안 움직이는 게 좋고(Rest), 얼음찜질(Ice) 해주고, 압박붕대 해주고(Compression), 아픈 부위를 높여주는 게(Elevation) 좋다는 걸 기억하기 쉽도록 각각의 영어 머릿글자를 따서 RICE라고 한다.
가벼운 부상이 있고 처음 48시간 동안은 RICE가 중요하다. 48시간이 지나고 붓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난 다음에는 반대로 온찜질을 해주는 게 낫다. 통증을 줄이고 경직된 주변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파스에는 통하지 않는다.
멘톨 성분이 들어있는 쿨파스라고 하여 실제로 체온을 낮추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멘톨은 냉감각을 자극하지만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에 대해서는 2018년 6월 국제스포츠물리치료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참고할 만하다.
연구자들은 대퇴부 얼음찜질과 멘톨 함유 젤이 냉감, 피부온도, 피부혈류량, 심부체온, 근육내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멘톨을 함유 젤을 대퇴부(넓적다리)에 발라주면 시원한 느낌에 더해 피부온도를 낮춰주었지만 심부체온이나 근육내 온도에는 영향이 없었다.
해당 부위의 피부의 혈류량은 증가했지만 대퇴부 동맥혈류에는 차이가 없었다. 젤을 발라준 부위의 피부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멘톨과는 관계없이 젤 속의 액체 성분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빼앗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젤이나 스프레이 제형의 약을 바르거나 뿌려주면 액체 성분이 증발하면서 해당 부위의 체온을 조금 낮출 수는 있으나 붙이는 파스의 경우에는 이런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운동하다가 가볍게 다쳤을 때는 뿌리는 스프레이나 바르는 젤 타입의 약이 붙이는 파스보다 낫다.
요약하면 파스와 찜질은 다르다. 온찜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하지만 핫파스와 쿨파스는 붙였을 때 느낌은 다르지만 혈관을 확장시키는 면에서는 효과가 동일하다. 그렇다고 붓기를 빼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파스 속 멘톨을 비롯한 약성분에 항염 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다 가볍게 다쳤을 때 처음 48시간은 냉찜질, 48시간 이후에는 온찜질이 좋다. 파스는 이런 구분 없이 써도 된다.
단, 파스를 사용한 부위는 온찜질하면 화상 위험이 있으므로 파스나 찜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쓰는 게 안전하다.
전에도 다른 매체에 파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또 파스에 대한 글을 쓴 것은 파스의 사용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섞인 기사가 포털 메인에 떴기 때문이다.
핫파스, 쿨파스에 대한 불필요한 구분에 더해 파스를 붙일 때 피부가 가려운 사람이라면 로션이나 크림을 바르라는 설명도 덧붙여진 기사였다. 역시 잘못된 정보다.
로션이나 크림을 바른다고 파스 속 접착제 성분에 대한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지만 만약 그런 보호막이 생긴다면 파스 속 약성분도 제대로 흡수되지 않을 것이다.
파스의 접착제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붙이는 타입의 파스보다 바르는 젤이나 뿌리는 스프레이 제형을 고르는 게 좋다.
약에 대한 방송이나 기사에 종종 잘못된 정보가 실리는 것은 이전에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전에 알려진 내용과 최신 연구결과가 다른데 정보 업데이트가 덜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다.
전문가일수록 약에 대해 말할 때 조심스럽게 재확인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 필요한 약에 대한 지식은 직관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정보다.
2019-12-1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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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8> 오래쓰면 안 되는 약 이야기
오래 쓰면 안 되는 약을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약이 코막힐 때 쓰는 비충혈 완화 분무제이다. 요즘 같이 춥고 건조한 날씨에 찾는 사람이 많은 약이다. 그런데 비충혈 완화 분무제에는 “7일 이상 계속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보통 약국에서는 이보다 짧게 3일-5일 이상 계속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약을 계속 해서 쓰게 되면 약으로 인해 코막힘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쓰면 막힌 코가 뚫리고 안 쓰면 더 심하게 막히는 악순환이 생기지 않으려면 코막힘 완화 스프레이는 필요한 경우에만 짧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게 좋다.
두통, 근육통, 생리통, 치통에 사용되는 진통제도 오래 쓰면 안 되는 약이다. 진통제 사용설명서에는 복용시 주의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경고가 적혀있다.
“의사 또는 약사의 지시 없이 통증에 10일 이상(성인) 또는 5일 이상(소아) 복용하지 않고 발열에 3일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 통증이나 발열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또는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한다.”
의사, 약사의 지시 없이 오래 쓰지 말라는 경고문이 다소 고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런 경고를 발할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진통제를 열흘 이상 써야할 정도로 통증이 있다면 우선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두통약을 한 달에 15일 이상으로 너무 자주 복용하면 약으로 인한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진통제를 안 쓰면 머리가 아프고, 쓰면 좀 나아졌다가 다시 더 심한 두통이 찾아오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진통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생기는 다른 부작용 문제도 있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 출혈이나 궤양 위험을 증가시키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단기간 사용시에도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나 장기 사용시에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위험은 처방약이나 비처방약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약국에서 조제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의사, 약사와 상의하면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게 되므로 약을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한 위장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다른 약을 함께 쓰기도 한다.
오래 쓰면 안 되는 약을 구분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약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설명서에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위장약에는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이 쓰여 있다.
1)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2) 이 약은 14일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삼킬 때 통증이 있는 경우, 속쓰림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나 어지러움, 식은땀, 현기증과 함께 속쓰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숨이 가빠지면서 가슴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약의 복용을 즉각 중지하고 의사, 약사와 상의할 것을 경고한다.
단순히 체한 게 아니라 심각한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속쓰림과 소화불량이 나타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치료의 예외에 해당하는 이러한 경우를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할 때 먼저 약사와 상담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는 게 좋다.
끝으로, 모든 약을 오래 쓰면 안 되는 건 아니다. 원인을 알고, 장기 치료를 필요로 하는 증상에 쓰는 약은 오래 써야 한다. 고혈압, 당뇨, 우울증과 같이 장기적 치료와 관리를 필요로 하는 만성질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만성질환용 약이라고 오래 써도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 약물 치료의 부작용보다 치료 상 유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때는 약을 오래 쓰는 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부작용이 생길 확률을 낮추기 위해 약의 사용량을 가능한 한 최소로 낮춰서 쓰는 것이 원칙이다. 오래 쓰면 안 되는 약도 있고 오래 써야 하는 약도 있다.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써야 약이다.
2019-12-0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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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7> 혈압약 복용시간 이야기
“혈압약 자기 전에 복용하라” 아침 복용보다 저녁 취침 전에 혈압약을 복용하면 더 효과적이어서 심장발작과 조기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소식이 건강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0월 22일에 발표된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스페인에서 평균 나이 60세인 19,08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무작위로 전체의 절반은 자기 전, 절반은 아침에 일어나서 혈압약을 복용하도록 하고 6.3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이 기간 중에 10명에 한 명 정도의 참가자에게 심장발작, 심부전, 뇌졸중,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나타났다.
이번 스페인 연구 결과에서 놀라운 것은 아침 복용자 집단과 저녁 복용자 그룹의 혈압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고 밤에 아주 조금 더 잘 떨어지는 정도였지만, 혈압약을 언제 복용하느냐에 따라 심장발작, 뇌졸중과 같은 해로운 결과가 나타나는 비율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전 혈압약을 복용한 그룹은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한 그룹보다 사망을 포함한 모든 심뇌혈관질환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45% 적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뇌졸중은 49%, 심부전은 42%, 심근경색은 34%,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6%가 낮았다.
쉽게 말해 항고혈압약을 저녁에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에 사망 위험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을 겪을 위험이 절반 정도로 낮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아직 분명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는 동안에 혈압이 15%정도 떨어져야 정상인데 열 명에 한 명 꼴로 야간 수면 중에도 혈압이 안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고, 이 경우에 심혈관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불안한 사람이라면 24시간 혈압계로 하루 중 혈압의 변화를 체크해볼 수 있다. 야간 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아침에 깨어나서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몸에서 혈압을 올릴 준비를 하게 되는 게 정상이고 이를 위해 혈압을 올려주는 호르몬 분비가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처음 4-6시간 동안 한 시간당 수축기 3 mmHg, 이완기 2 mmHg씩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이로 인한 오전 혈압 상승이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오전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빈도가 더 높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혈압약 복용 뒤에 너무 어지럽거나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 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밤에 자는 동안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혈압약 전체 또는 일부를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모든 사람이 아침에 먹던 혈압약을 저녁 복용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우선 담당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저녁에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밤에 복용하면 약을 깜박 잊었을 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복용하기가 힘들다. 자는 시간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매번 약 복용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약에 따라서는 이뇨제처럼 저녁에 복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뇨제를 밤에 복용하면 소변이 마려운 나머지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건강 뉴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지만, 혈압약 저녁 복용에 대한 긍정적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이번 연구가 무작위로 진행되었고 대규모이긴 했지만 스페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는 한계가 있고, 특정 약에 대한 게 아니라 다양한 혈압약 조합을 그대로 써서 각각의 약효에 따른 차이를 분석할 수 없었다는 한계도 있었다. 블라인드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두 집단 간의 차이를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한쪽에는 가짜약을 아침, 진짜 혈압약을 저녁, 다른 한쪽에는 진짜 혈압약을 아침, 가짜약을 저녁에 주는 식으로 하여 플라시보 효과를 제거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장기간 동안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
훌륭한 연구 결과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근거가 더 쌓일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단, 자신의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말이다.
2019-11-20 0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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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6> 알아두면 쓸데있는 전립선비대증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몸의 반항이 심해진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머리숱은 줄어들고 적당한 길이를 유지해야할 코털은 콧구멍 밖으로 삐져나온다. 커지지 않아도 될 중년 남성의 전립선은 비대해져 소변을 시원하게 보기 어려워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공통적으로 의심하는 요인 하나는 남성호르몬이다. 전립선 상피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소멸할 때를 잊어버린 것처럼 장수하여 전립선 비대증을 일으키고 반대로 두피의 모낭은 모공의 크기가 줄어들고 모공 파괴가 촉진되며 머리털이 빠진다.
불행히도 코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는 세상에 매우 드물어서 코털에도 정말 남성호르몬이 관여하는지는 아직 모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알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남성형 탈모나 양성 전립선 비대증에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또는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와 같은 성분의 약을 복용하고 나서 코털 가위를 쓸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라면 한때 두꺼워진 코털 역시 남성 호르몬 때문이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들 약물은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아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고, 소변 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 보통 1년 정도 복용하면 전립선 크기가 15-20%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짧게는 3-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그래서 증상을 빠르게 줄여주는 알파차단제와 함께 쓰는 경우도 많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니 전립선이 점점 커지면 방광에서 소변이 나오는 흐름을 방해하여 방광 속에 가득 찬 소변을 비우기가 힘들어진다. 시간이 지나 이 문제가 악화되면 소변을 완전히 배출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파차단제는 방광의 기저부 근육, 즉 요도를 둘러싼 근육을 이완시켜서 길을 조금 넓혀준다. 그만큼 소변보기도 수월해진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존재하므로 전립선 비대증 또한 여성에게는 나타날 리 없지만 알파차단제는 여성의 경우에도 배뇨장애와 같은 문제가 있을 때 사용되는 약이다.
남성보다 적긴 하지만 여성의 방광 경부나 요도에도 알파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에게도 잔뇨감을 줄이고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사용될 수 있다.
독사조신, 프라조신과 같은 알파차단제는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약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알푸조신, 탐술로신과 같은 알파차단제는 혈압에는 영향이 적고 또한 비교적 적은 양을 쓰기 때문에 혈압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하지만 여전히 혈압을 떨어뜨려주는 작용이 있긴 있어서, 항고혈압약과 함께 복용하면 처음 1-2주 동안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어느 정도 적응하여 큰 문제가 안 되지만 항고혈압약이나 전립선약의 복용량을 늘리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저혈압이 심해져서 어지럽거나 피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알파차단제에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이로 인해 복용 초기에 코막힘, 두통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면서 부작용이 줄어든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분들은 감기약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감기약 성분이 알파차단제와 정확히 반대 역할을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감기약 속의 항히스타민제도 소변을 보기 어렵게 만든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무심코 감기약을 복용했다가 소변을 아예 못 보게 되어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 갈 수 있는 이유다.
쏘팔메토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효과를 봤다는 사례는 간혹 있지만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체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에는 약보다 효과가 완만하고 개인차도 큰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는 게 좋다.
타달라필이라는 남성발기부전 치료약을 저용량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전립선 주위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2019-11-0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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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5> 강아지 구충제와 항암제 이야기
펜벤다졸은 강아지용 구충제다. 지난 4월 영국신문 데일리메일의 인터뷰 기사에서 소세포폐암으로 진단받았던 미국 오클라호마의 조 티펜스라는 사람이 이 약을 먹고 암에서 나았다는 경험담을 소개하여 화제가 됐다. 9월에는 같은 내용이 한국어 유튜브 동영상으로 올려져 인기를 끌며 약이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조 티펜스는 2016년에 암 진단을 받고 2017년에 암이 간, 췌장, 방광, 위장, 골수 등으로 퍼져서 생존기간을 3개월로 예측한다는 걸로 듣고 펜벤다졸 투약을 시작했다. 티펜스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하루에 222mg씩 3일 복용 후 4일 쉬는 식으로 매주 반복했다고 한다. 이후 3개월이 지난 PET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다.
암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경험담이다. 하지만 아직 조 티펜스의 경험담만으로 펜벤다졸을 암 치료에 이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강아지용 구충제만 복용한 게 아니라 다른 항암신약 임상시험에도 참여했으며 토코페롤, 커큐민, 대마유 등의 다른 건강기능식품도 함께 복용했다. 조 티펜스의 경험만으로는 이들 중 어떤 약이 효과를 낸 것인지, 순전히 우연에 의한 일이었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펜벤다졸은 먹어도 체내로 흡수가 잘 되지 않는 약이다. 펜벤다졸과 구조가 비슷하며 사람에게 사용되는 메벤다졸이란 구충제의 체내 흡수율이 10%에 못 미친다.
추측건대 펜벤다졸 222mg을 복용해도 실제 체내로 흡수되어 작용할 수 있는 분량은 22mg에 불과했을 테고 이 정도로 적은 양으로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구충제로 사용할 때는 이렇게 체내 흡수율이 낮은 점이 유리하다. 몸속으로 흡수가 잘 안 되므로 전신 부작용은 적게 나타나고 장내에 그대로 남으니 기생충 박멸에는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벤다졸, 펜벤다졸과 같은 기존 약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 유명한 다른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벤 윌리엄즈 교수가 있다. 그는 1995년에 50세에 악성뇌종양으로 진단 받았는데 여드름 치료약(isotretinoin), 항고혈압약, 수면제 등의 암과는 관련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약으로 치료를 시도했고 놀랍게도 암이 완치되었다. 그는 2013년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한두 사람의 사례만으로 약효를 입증할 수는 없다. 연구가 필요하다. 불행히도 기존 약의 새로운 항암효과를 알아내도 제약회사는 특허가 이미 만료된 약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 그러나 기존 약 중에서 특정 표적에만 작용하지 않고 여러 곳에 다양하게 작용하는 약들에 미처 몰랐던 약효가 숨어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일단의 연구자들이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ReDO(Repurposing Drugs In Oncology)라는 비영리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약의 항암효과를 연구 중이다. 당뇨약(메트폴민), 고지혈증 치료제(스타틴), 구충제(메벤다졸), 위장약(시메티딘), 무좀약(이트라코나졸), 여드름치료제(이소트레티노인) 등의 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희망적이지만 반대로 강아지용 구충제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ReDO 프로젝트에서 현재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리스트에 올려둔 약의 가짓수만 291개이고 이 중에 약간이라도 근거가 있는 게 70종이다.
펜벤다졸 하나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때는 몰랐다가 이렇게 많은 기존 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뭘 어떻게 먹어야 하나 혼란스럽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이번 강아지 구충제 논란에서 조금 부정적 입장을 취한 이유이기도 하다. 효과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있어도 아직 확실한 근거가 없고 정확히 얼마만큼을 어떻게 얼마동안 사용해야 할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람용 구충제 메벤다졸도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가 여러 건 진행되었으며 강아지용 구충제인 펜벤다졸과 비슷하게 작용하지만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있다.
과거 기형 유발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었다가 항암제로 다시 출시되었던 탈리도마이드도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없는 약은 아니다. 언젠가 기존 약에서 부작용이 덜하고 항암 효과가 높은 또 다른 약을 찾아내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기대를 하지는 말아야 할 이유다.
2019-10-16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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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4> 삼키면 안 되는 약이야기
약을 사용하다보면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액체 성분의 약이 그렇다. 입에 넣었다고 무조건 삼켜서는 곤란하다. 구강청정제처럼 입을 씻어내는 약은 뱉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삼켜야 할 수도 있다.
삼키지 말아야 하는 약으로 치과 치료를 받고 나서 자주 사용되는 클로르헥시딘액이 대표적이다. 이 약은 주로 치과에서 수술 후에 살균 소독이나 염증 완화에 자주 사용된다. 보철(의치)에 의한 염증, 아구창 등의 구강내 칸디다감염증, 치은염, 인두염, 아프타성 구내염에도 사용한다.
이 약은 구강용으로 입안에 작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므로 삼켜서는 안 된다. 만약 실수로 삼키면 어떻게 될까?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클로르헥시딘 구강용은 농도를 0.5%로 희석시켜놓은 것으로 실수로 한두 모금 삼켰다고 특별히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대부분의 약성분이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그냥 빠져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을 삼키거나 구강용이 아닌 손소독용의 고농도 제품을 삼키면 자극이 심할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약이지만 삼키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약의 용도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약성분이 들어있지만 입안에만 작용하도록 제형이 설계된 약은 먹을 필요도 없고 삼켜서도 안 된다. 요즘 자주 광고되는 약 중에 구내염으로 입안이 헐어서 아플 때 입안을 헹구어 내거나 가글하는 액체 성분 소염진통제가 그런 경우다.
여기에는 디클로페낙이라는 소염진통제 성분이 들어있는데 약성분 자체는 먹는 소염진통제에 들어있는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용도가 구내염을 위한 것이므로 입안에서 헹구거나 가글했을 때 효과가 있고 이에 대한 인정을 받아서 약으로 승인된 것이므로 가글 뒤에는 뱉어내야한다.
그러나 실수로 삼킨다고 해서 크게 위험하진 않다. 일단 약이 적게 들어있다. 먹는 약으로 나온 경우 한 알에 이 성분이 50mg 들어있는데 이 약은 한 포에 11mg 정도로 1/5 정도가 들어있다. 삼켜서 특별히 문제가 될 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켜서 유익한 효과를 볼 정도의 양도 아니며 원래 용도대로 가글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므로 사용법에 따라 사용을 권한다. (가글 뒤에 뱉어내도 약성분 일부가 흡수되기는 한다. 하루에 두세 번씩 일주일을 이 약으로 가글을 해도 먹는 약 한 알을 삼켰을 때 흡수되는 약에 비해 흡수되는 약성분의 양이 1/50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약이 적게 흡수된다.)
이런 약을 삼켜서는 안 되는 것은 약성분 외의 다른 성분이 먹는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강용 약에는 입안에 상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소르비톨과 같은 당알코올, 보존제로서 벤조산나트륨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데 먹는다고 크게 해가 되지는 않지만 굳이 삼킬 필요도 없다.
구강청정제는 제품에 따라 알코올을 함유한 경우도 있어서 삼키면 안 된다. 구강청정제를 쓰고 나서 음주 단속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대개 20% 내외,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의 경우에는 알코올이 26.9%까지 들어있다. 전보다 알코올 도수를 낮춘 요즘 소주보다 더 센 술인 셈이다.
그러니 알코올 함유 구강청정제로 입을 헹구고 나서 음주 측정기를 불면 입안에 남아있는 에탄올 때문에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술을 사기도 쉽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국내와 달리 규제가 엄격한 북미에서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못 사 마시니까 구강 청정제를 사서 마시기도 한다.
구강 청정제 속 향료로 인해 위장점막에 엄청나게 자극적인데도 그렇게 해서까지 알코올을 섭취하려는 걸 보면 알코올 중독이 무섭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구강 청정제는 가급적 알코올이 안 들어있는 게 음주 운전 오해를 막기 위해서도 더 안전하지만 구강 건조를 막고 입속 세균총 균형을 유지하는 면에서도 낫다.
하나만 더 살펴보자. 입에서 헹군 뒤에 삼켜야 하는 약도 있다. 니스타틴이라고 하는 약을 구강캔디다증 치료에 종종 사용하는데 이때는 진균감염이 주로 구강점막에 있지만 위와 장의 점막에도 감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입에서 충분히 헹군 뒤에 삼키도록 한다. 이 경우는 삼킬 것을 미리 감안하여 제형이 만들어졌으므로 안심하고 삼켜도 된다.
2019-10-0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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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3> 몸이 붓게 하는 약 이야기
약을 복용하고 나면 다음날 얼굴이 붓거나 팔다리가 부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몸이 붓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으로는 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피임약, 칼슘채널차단제 계열의 혈압약, 로시글리타존과 같은 당뇨약이 대표적이다. 왜 이런 부작용이 생길까?
나트륨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로 밤에 라면을 국물까지 다 먹고 잔 다음날을 생각해보면 된다. 하루 섭취 권장량에 해당하는 2그램 가까운 나트륨(소금으로 환산하면 5그램)을 섭취하고 나서 그대로 자면 소변으로 내보낼 시간이 없다.
이때 나트륨이 몸에 머문다는 건 수분도 함께 붙잡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다음날 얼굴이 붓는 것이다. 약으로 인한 부종도 기본적으로 나트륨이 빠져나가는 걸 방해하여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약마다 차이가 있다.
혈압약이 부종의 원인이 된다고 하여 모든 혈압약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고혈압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이뇨제는 오히려 붓기를 빼준다. ACEI, ARB 계열의 혈압약은 몸이 붓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몸이 붓는 것은 주로 동맥혈관을 확장시키는 혈압약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대표적으로 미녹시딜, 다이아족사이드와 같은 혈압약이 이런 부작용이 흔한데, 요즘에는 이런 약은 고혈압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칼슘채널차단약이라고 하는 혈압약, 암로디핀, 니페디핀은 자주 사용되는 항고혈압약으로 세동맥 혈관을 확장시켜서 몸이 붓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부작용이 생기는 원리를 알면 부작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피는 동맥에서 정맥으로 흐른다. 세동맥은 도로를 확장해서 차가 많이 들어오는데 세정맥은 도로가 그대로면 길이 갑자기 좁아지니까 혈관내액이 유출되어, 즉 새나가서 부종이 생기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세정맥도 넓혀주는 것이다. 그래서 칼슘채널차단약과 ACEI 또는 ARB 계열의 항고혈압약을 함께 쓰면 칼슘채널차단약이 세동맥을 확장시켜주고 ACEI가 세정맥을 확장시켜서 부종이 줄어든다. 말하자면 상행선과 하행선을 모두 넓혀 교통 체증을 막는 것이다.
몸이 붓게 하는 약으로 또 하나 기억해둬야 할 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이다. 이 약은 신장에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나트륨 재흡수를 막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막아서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소염진통제로 인한 부종은 일반적으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붓기도 가벼운 수준이지만 고혈압이 있거나 심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이 없고 약 복용 중에 일시적으로 몸이 붓는 느낌이 있을 때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현재 고혈압이나 심부전, 신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또는 신독성 약물 복용 시에 몸이 붓거나 체중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경우, 숨쉬기가 힘든 경우에는 즉시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
신장은 대표적인 배설기관으로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약을 내보내는데 중요하다. 일부 약물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신장에 유해하게 작용하여 신장독성을 일으킨다. 아미노글리코시드,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시프로플록사신 등의 항생제, 시스플라틴 등의 항암제가 대표적 예이다. 이들 약을 사용 중일 때 간혹 신장독성으로 인해 몸이 붓거나 체증 증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약 때문에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해서 약부터 끊어서는 곤란하다. 약으로 치료 중이었던 질환이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작용을 무시하고 넘어가도 위험하다. 의사, 약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대응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약으로 바꿔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의 약을 계속 사용하면서 용량을 줄여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약 부작용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때때로 직면하게 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미리 잘 알아두면 혹시 모를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19-09-1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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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2> 잠 안 오는 약이야기
평소에 잠을 잘 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잠이 안 오면 당황스럽다. 공포영화나 납량특집 웹툰을 보고 잔 것도 아닌데 무서운 꿈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꾸다가 깨는 일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스트레스, 야식 때문에 잠이 안 오는 날도 있다.
하지만 숨은 원인이 약일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카페인은 이해하기 쉬운 예다. 커피나 차를 많이 마신 날 잠이 안 오는 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이 때 섭취량과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오전에 한두 잔은 괜찮은데 하루 3-4잔을 마시거나 오후 3-4시 이후에 마시면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사람이 많다.
잠이 안 올 때 술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술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잠에 들 수 있지만 자다가 중간에 깨는 게 문제다. 알코올이 인체의 수면을 조절하는 체계를 교란해서 잠이 안 오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매일 같이 술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초반에는 잠을 잘 자다가 중반 이후에 깨어나서 다시 자기 힘들어할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 자체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알코올이 이뇨제로 작용하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중간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니까 수면의 질이 좋을 수가 없다. 평소보다 생생한 꿈을 꾸거나 걱정, 불안이 가득한 꿈을 꾸게 되기도 한다.
무서운 꿈이나 생생한 꿈을 꾸게 하는 또 다른 숨은 원인은 니코틴이다. 금연 때문에 니코틴 패치를 사용 중인 경우 밤에 자기 전에는 떼고 자는 게 좋다.
밤에 패치를 붙이고 잠이 들면, 수면장애나 악몽 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자각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아침에 패치를 붙이면 밤에는 떼고 자도록 권하는 이유다. 술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운 날 액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한 꿈에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무서운 꿈의 숨은 원인 중 하나가 감기약이다. 막힌 코를 뚫어주는 비충혈제거약이 특히 문제가 된다. 감기약 속의 슈도에페드린, 메틸에페드린 같은 비충혈제거제 성분은 뇌 속으로 흘러들어가 중추신경계를 자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덜 피곤하고 정신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일부 사람들이 감기와 무관하게 감기약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평소에는 차분하던 사람이 약을 먹고 나서 불안해지거나 신경이 과민해질 수 있다.
잠을 자다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거나 무서운 꿈을 꿀 수도 있다. 감기약과 카페인 음료를 함께 마시면 이런 효과가 더 증가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자기 직전에 감기약을 복용하기보다 두세 시간 전에 복용하거나 또는 비충혈제거제가 들어있는 감기약은 저녁에는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
이런 약 부작용을 모르고 밤에 감기약을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악몽 속에 깨어나 귀신이 보인다며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종종 들린다.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약은 그밖에도 많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우울증 치료약,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천식약,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여성호르몬제도 드물지만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니코틴 대체제 외에 금연치료제로 사용되는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도 불면, 비정상적인 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약 때문에 불면증이나 악몽을 꾸는 게 의심된다고 해서 약 복용을 스스로 중단해서는 곤란하다. 자칫하면 치료 중인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잠재적 원인 중 하나가 약일 수는 있으나 불면증, 악몽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증상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것일 수도 있다.
우선 의사, 약사와 상담을 통해 약이 정말 문제의 원인인지 파악하고 대응하는 게 현명하다. 예를 들어 불면증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약을 저녁에 복용 중일 때는 약을 아침에 복용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복용 중인 약의 용량을 줄여주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19-09-04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