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K-뷰티' 소비코드 활용…美 시장 안착 '지름길'
컨셉추얼 양문성 대표
입력 2025.03.20 06:00 수정 2025.03.20 09:39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K-뷰티는 지난해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제 시작이다. 세계 곳곳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글로벌 브랜딩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편집자주>

아누아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은?  

어성초의 영어 명칭은 Heartleaf다. 한국에서는 아누아의 어성초 제품 이전에 이미 여드름 등 민감한 피부에 좋은 성분으로 제법 알려져 있었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식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누아의 어성초(Heartleaf) 제품은 빠른 속도로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소비자의 기대치가 없는 것을 새롭게 설득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K-beauty’에 대한 소비코드를 십분 활용한 것이 아누아 성공의 비밀이다. 한국 여성들이 가진 결점없이 깨끗한 피부(Glass Skin), ‘내추럴 성분을 활용한 저자극 처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거의 환타지에 가깝다)를 아누아에 효과적으로 접목했다. 그리고 아누아는 한 개 주력 제품 혹은 어성초 라인을 세트로 제안하는 방법 대신 더 건강한 스킨케어 루틴을 탐색하기 시작한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아누아가 제안하는 Glass skin Routine’이라는 콘텐츠로 다가갔다.

아누아의 글래스 스킨 루틴 세트와 사용순서,  방법, 사용 후 효과, 그리고 매력적인 할인 조건까지 포함된 이 콘텐츠는 틱톡커 등의 인플루언서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인플루언서들을 단순히 돈 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들도 자신의 평판을 위해 명분과 실리 모두를 놓고 판단한다. 그들에게도 무려 10단계나 되었던 K-beauty 루틴을 4-5단계로 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상품 구성과 콘텐츠는 충분히 먹힐 수 있을 법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 아누아(ANUA)의 틱톡숍. ⓒ틱톡, 아누아 

K-Beauty의 진화, 아이템에서 브랜드로

K-Beauty는 이제 새로운 스테이지로 올라섰다. 무명의 1달러짜리 재미있는 마스크팩에서 ‘10단계나 되는 스킨케어를 한다’는 한국 여성들의 놀라운 이야기와 각 단계별로 추천된 K-beauty 제품들을 하나 둘 경험해 보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좋은 평판이 쌓였다. 이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안전 혹은 가성비를 의심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인간은 낯선 음식을 피하게 되는 본능이 있다. 화장품도 음식만큼은 아니어도 피부에 흡수되는 ‘스킨푸드’이기에 이 낯섬에서 오는 불신의 허들을 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이 허들을 넘어서면 드디어 개별 제품이 아닌 브랜드로 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시작된다. 이 때부터는 단순히 경쟁 대비 차별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매일 행하고 있는 그들의 스킨케어 루틴에 맞춘 제품을 기획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모든 좋은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

‘빼꼼이’ 한국 소비자들에 비하면 대다수 미국의 소비자들은 스킨케어 입문자들이다. 놀랍게도 이들이 진짜 스킨케어를 시작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초보자인 그들에게는 스킨케어에 대한 튜토리얼 수준의 쉽고 친절한 사용 가이드가 필요하다. 미국의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단순한 제품들의 추천을 나열하는 것보다 피부 타입별 제품 선택, 사용 방법, 사용 순서와 같은 스킨케어 루틴을 다룬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왜(WHY)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 성공의 열쇠가 되는 소비코드
  
그들의 루틴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왜, 어떤 이유와 맥락으로 무엇을 사용하고, 어떤 순서로 사용하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아침 세안을 위한 페이셜 워시보다 저녁 시간에 주로 사용되는 메이크업 리무버 제품에서 다수의 한국 클렌저들이 선택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에게 메이크업 리무버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들의 실용적 태도와 귀차니즘 때문에 메이크업 클렌징 티슈가 이 카테고리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1등이고, 아이와 립 메이크업에 진심인 미국 여성들에게 뉴트로지나의 립앤아이리무버나 가르니에의 클렌징 워터는 생필품에 가깝다. 가격도 채 10달러를 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메이크업 트렌드가 자연스럽고 가벼운 스타일로 변화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화장이 과거 대비 옅어지면서 본바탕 케어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아누아나 마녀공장의 클렌징 오일 제품은 메이크업을 지우는 본연의 기능에 더해 블랙헤드 제거를 통한 모공관리가 가능한 제품으로 소구하면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침투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메이크업 루틴의 변화를 잘 캐치한 결과다.

바이오던스의 콜라겐 마스크의 성공도 본바탕 케어의 연장선 상에서 설명될 수 있다. 모공이 보이지 않는 결점 없는 깨끗하고 매끈한 피부, Glass Skin을 위한 모공축소 효과(Pore Minimizing Effect)가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딱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최소 3~4시간 붙여야 하는 건 이 제품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하지만 이를 붙이고 자는 오버나이트 마스크팩으로 포지셔닝하는 순간 그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된다.

거기에 이미 라네즈의 슬리핑 마스크팩과 립마스크가 쌓아둔 기대치와 찰떡처럼 붙어 미국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 질 수 있었다. 라네즈에 감사패라도 줘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형성되어 있는 기대치를 제대로 연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때보다 100배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소비코드의 매직이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파브리병 '조기 진단'과 '효소 대체 요법'…"합병증 예방의 '열쇠'"
P-CAB으로 보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의 새로운 방향
[인터뷰] AI, 신약 개발 핵심으로…AI신약융합연구원, 경쟁력 강화 박차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산업][전문가 칼럼] ‘K-뷰티' 소비코드 활용…美 시장 안착 '지름길'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산업][전문가 칼럼] ‘K-뷰티' 소비코드 활용…美 시장 안착 '지름길'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